흔들림 없는 자세 ‘세계 최강’ 밑거름

파르테논신전이 있는 아테네올림픽 양궁경기장. 경기 내내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외국선수들은 당황한 나머지 실수가 잇따랐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선수들의 눈빛은 더욱 고요해졌다. 오히려 바람을 즐기는 듯했다. 당연하게도 승리는 늘 우리 선수들의 것이었다.우리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고 금메달 과녁을 명중시킨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기본기가 철저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감독의 전술이 중시되는 구기종목과는 달리 양궁은 선수의 개인능력이 승패를 가른다. 더군다나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하는 양궁은 기본기가 좌우하는 바가 특히 크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것이다.오선택 서울시양궁협회 전무는 양궁에서의 기본기를 “자세와 활을 다루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자세는 하루아침에 잡히는 것이 아니다. 오전무는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훈련을 해야 활이 몸에 붙는 느낌의 자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자세를 중시합니다. 활을 잡기 이전에 자세부터 가르칩니다. 레저가 아닌 운동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장비 다루는 기술도 자세만큼 중요한 기본기에 속한다. 화살을 고르거나, 활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 등이 선수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기간 실전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례로 이번 올림픽에서 외국선수들이 7점대 미만으로 떨어진 경우 대부분 장비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전무는 “우리나라 코치가 외국에 나가면 장비 다루는 기술 하나로 선수의 자세를 교정하지 않고도 20~30점은 거뜬히 올린다”고 소개했다.따라서 오랜 기간 자세훈련과 장비 다루는 기술을 몸으로 체득한 한국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현대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원은 한국양궁이 강한 이유로 ‘철저한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들었다.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해 엘리트만 상급학교로 진학하며 국제대회에 출전할 정도가 되면 선수 경력이 10년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전남 순천여고 양궁팀은 국내 여자고등학교 최강이다. 올해 전국종별대회, 문화관광부장관기, 화랑기 등 3개 양궁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휩쓸었다. 이 학교의 성공비결은 기본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보통 여고 양궁팀은 7~8명의 선수를 두기 마련인데, 순천여고는 4~5명에 불과하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감독과 코치는 24시간 선수들과 함께 지내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기본기인 자세와 체력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송재홍 감독은 “과학적인 기법으로 자세훈련을 지속해온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기본에 충실한 한국양궁의 힘은 기업경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밖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경영성과보다는 재무구조 안정 등 기업의 기초체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지일관의 자세는 자신의 본분을 잊고 무리한 사업 확장에 나선 기업들에 경종을 울린다. 순간적인 임기응변보다 원칙에 충실한 점도 배워야 할 것이다. 남들보다 일찍이 정도경영,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부르짖은 기업들이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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