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넘어 대륙 변방까지 ‘대~한민국!’

지난 7월15일 텐안문광장 인민대회당. 중국의 심장부로 꼽히는 이곳에 한류 열풍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주역은 강타ㆍ이정현ㆍ보아ㆍ동반신기 등….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한류 가수다. 열기도 뜨거웠다. 취재경쟁은 웬만한 글로벌스타의 방중 때와 맞먹었다. 8월 중순. 중국 최대 규모로 제작될 예정인 청춘드라마 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주인공은 한류의 일등공신 강타로 확정됐다. 기존 합작드라마와 달리 황금시간대 편성도 확실시된다.이제는 웬만한 한국스타의 중국진출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안방 드나들 듯 중국을 넘나드는 한류스타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계에는 중국진출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볼 정도다. 몇몇 연예인이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게 계기가 됐다. 안재욱ㆍ장동건ㆍ최진실ㆍ김희선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한국스타의 위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류스타라면 칙사 대접은 기본이다. 자국 연예인의 몸값은 한류스타에 비교조차 안된다. TV만 틀면 한국연예인이 나오고, 길거리 음악의 태반은 한국어이다. 단적인 예로 암암리에 판매되는 불법음반조차 판매순위 1위는 한국산이다.한류 열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진원지였던 베이징을 넘어 이제는 변방에까지 한류 열풍이 확산 중이다. 중국에서는 한류 신봉자를 합한족 혹은 한미라고 부른다. 이들의 숫자는 매년 엄청난 규모로 늘고 있다. 관련 모임도 붐이다. 의 저자 임계순씨는 “중국 정부가 허가한 1호 팬클럽도 한국 마니아들의 도래미 팬클럽”이라며 “한류스타의 팬클럽 가입은 하나의 조류로 정착됐다”고 전했다. 한류 열풍의 주력세대는 ‘소황제’로 대변되는 1020세대다. 고무적인 건 이들이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것. 한류의 향유층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류 열풍을 다룬 중국보고서도 봇물을 이룬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무섭다는 식의 공한증까지 염려한다.그렇다면 한류의 배경은 뭘까. 일단 양국간 전통적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점을 드는 시각이 많다. 인훙 칭화대 매스컴학과 교수는 “양국은 같은 유교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정서적 공감이 가능하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오랜 교류의 전통이 남아 있다는 점도 한류가 먹히는 호소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과거 찜찜한 관계를 가졌던 미국ㆍ일본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평가다. 한류의 지속성에 무게를 두는 건 이 때문이다.한류 열풍의 진원지는 다양하다. 문화ㆍ스포츠부터 산업ㆍ경제에 이르기까지 한류 열풍의 줄기는 광범위하게 뻗어 있다. 문화로부터 시작된 한류 열풍은 이제 본격적인 ‘산업연관효과’(특정산업의 발전이 타 산업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기폭제는 2002한ㆍ일월드컵 개최였다. 이를 계기로 한류 열풍의 주도권은 문화에서 경제부문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염두에 둔 중국특수까지 가세한 상황이다. 실제로 재계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은 중국 공략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류만한 호기도 없어서다. 한류스타를 기용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선 제품도 적잖다. 지금도 중국시장에는 한국기업의 시장공략 시나리오가 한창 펼쳐지고 있다.한류 열풍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사실 한류스타의 연예활동에 따른 금전적 수입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한류는 13억 인구의 거대한 신흥시장을 장악하는 전략 차원에서의 평가가 중요하다. 일례로 한류스타의 이미지는 한국제품의 구매욕구로 직결된다.무형적으로는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한류의 잠재력은 중국뿐만 아니라 중화경제권 전체를 아우르는 파워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난관도 없지는 않다.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양국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킬 제품을 만들어야 규모의 경제 달성이 가능한데, 이게 쉽지 않아서다. 문화산업에 한정해 지적재산권 보호도 발등의 불이다.한류는 이제 중국문화의 주류로 안착하는 분위기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저서에서 ‘미래에는 제조업이 아닌 문화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고 했다. 한류는 중국공략의 전위대다. 단 여기에는 성공조건이 있다. 10년 대계가 없다면 한류열풍의 퇴색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수의견이지만, 한류 열풍이 식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병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정책개발팀 과장은 “콘텐츠의 지속적인 정비로 생명력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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