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열까…공동경영 할까

서울증권의 경영권을 둘러싼 강찬수 회장측과 한주흥산의 경영권 분쟁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양측은 지난 5월26일 주주총회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전략수립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향후 양측의 공격과 방어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1라운드였던 주주총회 결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측은 서로 선전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내심 상대방의 강점을 확인한 제1라운드이기도 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제1라운는 형식적으로는 무승부였다. 강회장은 주총에서 한주흥산의 이사선임을 막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한주흥산은 이사임기를 3년으로 확정하는 안건을 철회시켜 한방씩 주고받았다. 강회장측은 상대가 추천한 후보자가 전직 재무장관 출신 등 거물들이었다는 점에서 선방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한주흥산의 이사선임 전술을 이사임기 연장이라는 방어전술로 막아낸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하지만 곳곳에 약점도 드러났다. 우선 이번 주총을 위해 서울증권의 각 영업소 직원들까지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치고도 이사임기 3년을 확정짓는 특별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주흥산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서울증권은 전체 주주명부를 기초로 영업망을 활용해 소액주주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할 수 있었지만 한주흥산은 수십만주를 갖고 있는 대형 소액주주들밖에 설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미 판세를 뒤집기 어려운 게임을 했기 때문에 특별안건을 저지한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강회장 입장에서 또 하나 좋지 않은 징후는 회사측과 한주흥산에 중복위임장을 써준 고객들의 움직임이다. 주총 직전 양측 변호사들의 확인결과 797만주 가운데 81%인 648만주가 당초 강회장측 손을 들어줬다가 한주흥산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주들의 마음이 한주흥산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한주흥산측도 선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주흥산 관계자는 “특별안건이 올라오는 순간 목표는 이사선임이 아니라 이를 저지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여기에 5% 지분으로 30%가 넘는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점도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하지만 한계도 명백하다. 한주흥산 관계자는 “이번 주총을 통해 강회장이 만만찮은 파워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어찌됐건 주주의 60% 이상이 강회장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주흥산이란 회사가 갖고 있는 부동산회사의 이미지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노조는 주총장에서 ‘부동산회사의 증권사 인수 반대’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주흥산이 워낙 알려지지 않은 회사이기 때문에 여론도 한주흥산의 계획에 대해 그다지 신뢰를 보내지 않는 분위기다. 한마디로 정체 모를 회사보다 어찌됐건 증권업계에 이름이 나 있는 강회장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언론 인터뷰를 피하고 있어 강회장의 구체적인 구상을 들을 수는 없지만 증권업계는 서울증권의 전략을 대강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우호세력 확보 전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톡옵션을 행사해도 지분율이 9%에 불과한 강회장이 국내는 물론 해외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증권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있다는 점에서 일단 우호세력 확보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또 다른 전략은 타 증권사 인수를 통한 몸집불리기다. 최근 CJ투자증권에 인수제안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많다. 이를 통해 몸집을 키우면 저절로 한주흥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한 전문가는 “대주주가 없는 회사이고 영업점을 대폭 줄인 상태에서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타 회사와 인수 또는 합병을 시도하더라도 이는 우호세력 확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한주흥산도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 승인신청과 추가 주식매입을 전제로 향후 다양한 방안을 놓고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우선 거론되는 안이 당장 지분을 추가 매입해 이른 시일 내에 임시주총을 소집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한주흥산측은 이에 대해 “최대주주 승인신청도 신중하게 할 생각이다. 한 번 신청이 반려되면 2년간 다시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를 감안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최대주주 승인신청을 받는 데도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장 지분 추가취득을 통한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두번째로 거론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우호세력을 확보한 후 내년 임시주총을 노리는 것이다.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이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 기간 중 강회장도 충분한 방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한주흥산 관계자는 “이들 방안 외에 강회장과의 타협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한주흥산과 강회장의 공동경영이다. 과거에도 증권업 진출을 모색했던 한주흥산은 지난 3월 주식매입에 앞서 강회장에게 공동경영을 제의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한주흥산 관계자는 “공동경영 가능성은 언제든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당시 거절했던 강회장이 이를 다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동경영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한주흥산의 증권업 진출이라는 목표와 강회장의 경영권 유지라는 목표가 맞아떨어질 경우 극적 타협의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서울증권 M&A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제2라운드의 결과는 또 다른 M&A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한주흥산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적정한 규모를 갖고 있고 대주주 지분이 취약한 서울증권을 인수한 후 규모를 키우기 위해 다른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후보로 꼽힌 회사는 KGI증권, SK증권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한주흥산의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서울증권 인수 후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인수작업에 나설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한주흥산의 적대적 M&A가 실패해도 마찬가지다. 한주흥산 대표로 있는 미국 MBA 출신의 신언식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그동안 증권업에 기울여 온 관심을 감안하면 서울증권 인수 실패로 증권업 진출이라는 목표를 접지는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 주변의 전망이다.특히 시장에 중소형 증권사 매물이 대거 출회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한주흥산이 다른 먹잇감을 찾아나설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는 대목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발효를 앞두고 증권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현재 난립해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향후 증시가 악화될 경우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시장상황도 서울증권 M&A에 이은 후속 M&A가 일어날 가능성을 높게 보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증권업계는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듯한 서울증권 경영권 분쟁이 어떤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김용준·한국경제 증권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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