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임대서 방송ㆍ금융업 확장 중

서울증권과 경영권 공방을 벌이는 한주흥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주흥산은 그동안 일반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서울증권 경영권 대결을 계기로 비로소 세상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했다.사실 한주흥산의 역사는 짧지 않다. 1969년 설립돼 부동산임대, 공연장 경영, 조림산업 등에 주력해 왔다. 최근엔 방송 관련 지주회사로 변신 중이고, 금융업에도 진출하기 위해 서울증권 지분을 매입했다. 한주흥산의 설립자는 영화배우이자 전 국회의원인 신영균 회장(78)이다. 신회장의 영화출연 대표작으로는 고 신상옥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 등이 있다. 이런 인연으로 신회장은 지난 4월 고 신상옥 감독의 영결식에서 장례집행위원장과 추모사를 맡기도 했다. 99년에는 평생 바라던 영화박물관을 설립했다. 제주도에 신영영화박물관을 개관, 운영해오고 있다.영화인으로, 전 국회의원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신회장은 다채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는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영화배우로 나서기 전에는 치과의사로 일했다. 영화배우로 활약하다 한주흥산의 경영인으로, 또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경영인으로서 신회장은 한주흥산 창립 후 77년 서울 중구 초동의 명보극장을 인수했다. 90년에는 서울방송(SBS)에 투자해 5%의 지분을 확보, 5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 2001년에는 제주방송에 21% 지분을 출자해 대주주로 올라 있다.2003년 신회장은 한주흥산의 대표이사 자리를 장남인 신언식 부회장(48)에게 물려줬다. 신회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아들 신언식 부회장과는 달리 딸 신혜진씨는 한주흥산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주흥산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친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한주흥산의 본사는 금싸라기 땅인 서울 명동의 증권빌딩 6층이다. 명동 아바타빌딩 건너편에 위치한 맥도날드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건물이 증권빌딩이다.한주흥산이 30여년 전부터 보유한 증권빌딩에는 주요 증권사 지점 7~8곳이 입점해 있다. 1층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커피빈이 있는 바로 그 건물이다. 건물에 층층이 달려 있는 여러 증권사 간판 맨위에 ‘한주흥산’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한주흥산의 매출액은 100억원이 안 되지만, 서울 명동 증권빌딩과 초동 명보프라자, 청담동 명보빌딩 등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을 보유해 실자산은 2,000억원을 웃돈다.부동산 임대에 이어 방송사 대주주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한주흥산이 왜 갑자기 증권업에 뛰어들었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어느 날 갑자기 증권업계에 이름을 내민 것은 아니다”며 “신회장이 과거 에이스증권(가칭)을 설립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증권빌딩에 30년간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증권업과 친숙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한주흥산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한주흥산이 증권빌딩에 입점한 각 증권사 명동점의 우량고객인 관계로, 투자상담 또한 자주 받아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증권업계 인맥을 폭넓게 쌓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인맥 가운데 현재 한주흥산 부사장도 있다. 바로 증권맨 출신의 정명호 부사장이다. 2004년 영입된 정부사장은 동양증권 출신으로 M&A 전문가다.현재 신부회장을 도우며 서울증권 경영권 공방전에서 실무전략을 짜고 있다. 한주흥산측은 “이번 서울증권 공방을 이끈 주역은 신부회장으로, 신회장은 실무에 관여하지 않고 몇가지 지침만 강조한다”며 “신회장은 현재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영화박물관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주흥산측은 이어 “회사의 주인은 바뀔 수 있어도 서울증권과 구성원은 계속 성장해 가야 한다는 게 신회장의 생각”이라며 “따라서 신회장은 ‘서울증권에는 생채기를 내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덧붙였다.그렇다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신부회장은 어떤 경력을 가진 인물일까. 그는 82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85년 미국 브라이드포트(Brideport)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현재 그의 직함은 4개다. 91년부터 한국맥도날드 신맥의 대표이사를, 2001년부터는 제주방송의 이사를 맡아왔다. 여기에다2003년엔 한주흥산의 대표이사 부회장, 올해는 SBS프로덕션 이사 직함도 추가했다.한국맥도날드 신맥 설립 후 신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직접 경영을 해왔다. 지금은 실무 경영에서는 손을 뗐고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 호주 출신의 레이 프롤리 사장이 한국맥도날드 경영을 담당하면서다. 신부회장은 현재 한국맥도날드 신맥 회장으로 있다.한국맥도날드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소비자가 있다. ‘신맥’과 한국맥도날드 ‘맥킴’으로 나뉘어 있는데, 실체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자주 올라오기도 한다.한국맥도날드의 운영주체는 ‘신맥’과 ‘맥킴’으로 나뉘어 있다. 서울과 수도권, 충청, 강원지역의 운영주체인 ‘신맥’은 알려진 것처럼 신부회장이 경영해 왔다. ‘맥킴’은 한국맥도날드 영호남, 제주지역 운영주체로 김형수 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김사장은 동일고무벨트 고 김도근 회장의 아들이다.신맥의 신부회장과 맥킴의 김사장의 집안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맥’과 ‘맥킴’이라는 회사이름에 이들의 성이 들어 있다. 신맥은 맥도날드의 ‘맥’과 신씨의 ‘신’을 합성한 이름이다. 맥킴 역시 ‘맥’과 김씨의 영어버전 ‘킴’의 합성어다.신부회장은 신맥 경영 당시 적극적이었다. 한국맥도날드 광고에 직접 출연한 적도 있다. 또 2004년에는 맥도날드 일일점원으로 직접 등장해 프로모션 행사를 펼치기도 했다.한주흥산의 신회장과 신부회장 모두 증권업 경력은 없다. 이런 이유로 서울증권 경영진측에서는 한주흥산의 ‘자격문제’를 거론하곤 한다. 증권업 문외한이라는 것 외에도 서울증권측은 신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신부회장이 지난해까지 직접 경영을 맡았던 한국맥도날드의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이 각각 594억원, 3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 서울증권 경영진 입장에서는 적자를 냈던 경영인의 능력을 못 믿겠다는 얘기다.이에 대해 한주흥산측은 “소유와 경영분리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며 “서울증권의 1대주주가 돼도 증권업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겠다”고 전했다. 한주흥산측은 이어 “한국맥도날드의 적자를 서울증권 경영진이 지적했는데, 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패스트푸드업계가 난항을 겪고 있다”며 “다른 패스트푸드회사에 비해 맥도날드의 적자폭은 큰 편이 아니며, 회복도 다른 회사에 비해 빠르다”고 덧붙였다.한주흥산 비서실 관계자는 “한주흥산이 서울증권의 주식을 샀다가 되파는 이른바 ‘먹튀’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문일 뿐이다”며 “신회장의 경영철학이 ‘주식을 사면 자식처럼 키우고 가꾸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주방송과 서울방송의 지분도 단 1주도 팔지 않았다”며 “방송의 경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겨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고 덧붙였다.서울증권 주총이 끝난 뒤 제2라운드가 펼쳐지며 한주흥산은 ‘지배주주 변경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법률 개정 뒤 한 회사의 1대주주가 될 정도의 지분을 매입하려면 ‘지배주주 변경신청’을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지배주주 변경신청’을 낸 뒤 반려당하면 향후 2년간 재신청을 할 수 없다. 한주흥산은 신중하고 꼼꼼히 준비해 늦어도 올해 안에 신청할 계획이다.한주흥산은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과의 ‘공동경영’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서실 관계자는 “향후 신뢰가 가장 문제이긴 하지만 강회장측이 ‘공동경영’을 받아들인다면 이에 대해서도 여지는 남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jenny@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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