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대립…경영실적 ‘핫이슈’

“불길은 잡았지만 불씨는 남았다.”증권가의 한 인사는 서울증권 경영권 대결양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서울증권 경영권 공방이 5월26일 주주총회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로써 양측이 날카롭게 세웠던 대립각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당분간 ‘숨 돌리기’에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무승부’ 혹은 ‘판정승’이란 평가가 많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주총은 서울증권 M&A공방에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했다. 주총 전후 양측의 대결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목격됐기 때문이다. 바로 외부세력의 힘 실어주기다.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의 관전포인트는 한주흥산의 공격과 서울증권 현 경영진의 수비로 공방구도가 비교적 간단했다. 그랬던 게 주총을 계기로 양측의 우호세력이 조심스레 갈리는 모습이다. 서울증권 강찬수 회장측은 기관투자가의 지지를 적잖이 끌어냈다. 서울증권 관계자는 “일반주주의 60% 이상이 현 경영진을 지지했다”고 평가했다. 한주흥산 역시 “지지기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30% 중반에 이르는 우호세력을 확인했고 장기집권을 막았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서울증권 경영권 인수·방어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씨가 남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주총에 참가한 한 개인투자자는 “사외이사 임기연장은 한주흥산이 이겼고(부결), 7석의 이사선임은 서울증권이 완승했다(가결)”며 “결국 하나씩 주고받은 것 아니냐”고 전했다. “결국 M&A재료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서둘러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추후에 경영권 다툼이 다시 일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래야 주가가 뛸 수 있다고 봐서다. 공격권을 쥔 한주흥산도 “우리 쪽 의안이 가결되면 금융감독원에 지배주주 변경승인 신청을 한 뒤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것”이란 메시지를 밝힌 바 있다.경영권 공방 ‘제2라운드’의 논리대결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그렇다고 주총 직전의 공방 이슈와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다만 주총결과가 ‘무승부’인 까닭에 향후의 연장전은 무분별한 감정싸움보다 논리적 이슈대결로 한층 업그레이드될 개연성이 있다. 당장 주총 이후 양측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서로 승리를 자평하며 진용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서울증권 관계자는 “불필요한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서로 흠집을 낼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한주흥산측 역시 “당분간 향후의 전략마련에 매진할 생각”이라며 “입장이 정해지면 그때 가서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경영권 경쟁이 재연되면 최우선 논리대결은 ‘강찬수 회장의 경영능력’일 확률이 높다. 한주흥산에 따르면 서울증권의 최근 몇 년간 경영실적은 좋지 않다.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적은 규모다. 한주흥산은 그 예로 2003~2004년 적자가 난 영업이익을 들었다. 반론도 팽팽하다. 서울증권은 “경영평가는 영업이익이 아닌 경상이익·당기순익으로 따진다”며 “취임 후 7년간 연속 흑자를 냈다”고 반박했다. 한주흥산이 주장하는 영업이익에 서울자산운용·서울선물(100% 자회사) 이익과 강회장이 국내 최초로 사모(Private Equity)펀드를 설립해 발생한 이익 102억원도 빠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주흥산측은 “날이 갈수록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자기자본 3,000억원대의 서울증권이 지난 4년간 본사 처분 이익을 뺀 순익이 203억원에 불과한 게 어떻게 탁월한 경영실적이냐”고 반문했다. 같은 맥락에서 당장 올 3~6월(1분기) 실적이 ‘뜨거운 감자’다. 이번 회계연도에 강회장이 거둔 첫번째 경영성적표인 까닭에서다.보수 및 스톡옵션 부여·행사 여부도 핫이슈다. 한주흥산은 열악한 실적에도 불구, 강회장이 받은 스톡옵션·보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날카롭게 공격했다.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이 109억원에 불과한데도 취임 후 지금까지 200억원(현금보수·매매이익 제외)에 가까운 평가차익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증권 경영진은 “대부분의 스톡옵션은 99년 사상 최대의 당기순익을 낸 뒤 부여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정관상 강회장이 지금처럼 최대주주 지위에 있는 한 스톡옵션은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주총승인에 따라 부여받을 수 있도록 계약만 체결한 900만주를 뺀 강회장의 스톡옵션(임원보수 포함)은 모두 2,560만주다. 지분율 기준 9.01%다. 결국 강회장이 향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9%대까지 늘릴 경우 이는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불씨로 작용하게 된다.분쟁의 씨앗은 또 있다. 강회장의 서울증권 사유화 논란이다. 당장 이번 주총에 즈음해 서울증권 임직원을 총동원해 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받아오게 한 게 대표적이다. 5월26일 주총에서 강회장이 경영권을 100% 장악했다는 점에서 사유화 논란은 얼마든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사회를 장악한 강회장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 기득권을 활용할 경우 한주흥산 쪽은 핸디캡을 안을 수밖에 없어서다.ysjeon@kbizweek.com돋보기 / 왜 하필 서울증권인가주인없는 회사 … 최대주주 지분 5%대한주흥산은 왜 하필 서울증권을 택했을까. 사실 서울증권은 M&A 대상으로 계속 거론돼 왔다. 올 초에는 농협과 태광그룹의 서울증권 인수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이처럼 서울증권이 M&A 표적으로 오르내리는 까닭으로 먼저 서울증권의 낮은 최대주주 지분율을 들 수 있다. 서울증권은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증권의 최대주주 지분은 6%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서울증권 대주주인 강찬수 회장의 지분은 5.02%에 지나지 않는다.또 다른 이유는 자본시장통합법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008년에 자본시장통합법을 시행한다는 목표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곳이 바로 증권사다. 자본시장통합법은 대형 투자은행(IB)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증권사가 대형화, 전문화돼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맞은 것이다. 덩치를 키워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증권업계의 합종연횡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규모가 작거나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증권사는 자연스럽게 M&A 물망에 오르내리게 됐다.중소규모 증권사 가운데 인수합병설의 중심에 등장하는 곳은 서울증권 외에도 KGI증권, 키움증권, CJ투자증권 등이다. 증권사의 자의든 타의든 간에 M&A설이 끊임없이 맴돌고 있다. 동부증권이 KGI증권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동부증권의 자기자본은 1,705억원, KGI증권은 1,696억원이다. 현 상태로는 두 회사 모두 20위권 밖이다. 하지만 합병되면 증권업계 15위 수준으로 점프한다. 아울러 서울증권의 경우 경영권 공방을 펼치는 가운데, 반대로 CJ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한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브릿지증권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키움증권 매각설이 등장했다”면서 “한양증권과 SK증권도 끊임없이 인수 대상으로 이야기돼 왔지만, 한양·SK증권 대주주의 매각 의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인수 후 ROE(자기자본이익률), ROI(투자대비효과) 등 수익률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적어도 10% 이상의 ROE, ROI가 나와야 ‘증권사 인수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jenny@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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