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세분화… 세컨드 브랜드 ‘콧노래’

가격대 · 디자인 다향화, 대학생 등 잠재 소비자도 매스티지 대열 합류

요즘 대학가에 나가 보면 여대생들이 대부분 비슷한 모양의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남색, 분홍색, 검정색 등 다양한 색깔의 캔버스천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스팽글이 잔뜩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네사브루노라는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탤런트 김희애씨가 한 TV드라마에서 들고 나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백화점에서 10만~20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이 핸드백은 흔히 말하는 ‘준명품’, 매스티지 브랜드의 대표적 사례다. 디자이너 브랜드이지만 제품의 디자인과 가격대의 범위가 넓어 기존의 명품브랜드들보다 낮은 가격대의 제품이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명품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기호와 합리적인 가격이 만난 매스티지는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다.바네사브루노의 예처럼 디자이너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고가의 진(Jeans)제품 또한 유행이다. 매스티지는 명품시장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일괄적으로 명품이라고 불렸던 수입브랜드들이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VIP에서 VVIP로 타깃을 달리해 초고가 제품군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하는 브랜드가 등장한 반면,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대학생 등 명품지향 소비자, 즉 ‘워너비’(Wannabe)군을 소화하는 매스티지 라인을 늘려가는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이탈리아의 청바지 브랜드 디젤 역시 대표적인 매스티지 상품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10월 서울 압구정동에 전문점을 지어 본격적으로 국내 영업에 들어간 디젤은 과거에 이미 두세 차례 국내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매스티지 시장이 각광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디젤로서는 적합한 영업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 또 26년 된 이 브랜드는 자체적으로도 최근 5년 사이에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면서 나름의 시장을 찾아가고 있다. 디젤 관계자는 “가격대와 디자인 유형을 다양화하면서 패션리더에서부터 10대 고객까지 여러 계층의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세계적 트렌드인 매스티지는 명품 선호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따라서 패션ㆍ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 새로운 현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의 경우 특히 스페인 의류브랜드들이 합리적인 가격대에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띄워 매스티지의 원조 격인 미국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망고(Mango), 자라(zara) 등이다.스페인 브랜드 망고는 매스티지보다 대중브랜드에 가깝다. 하지만 이 브랜드 내에는 슈트(Suit) 라인과 드레스(Dress) 라인, 베이직(Basic), 진(Jeans), 그리고 트렌드성이 강한 M by MNG 라인 등 총 5개의 라인이 있어 매스티지 소비자들도 커버한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78%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현재는 백화점 위주로 입점해 있지만 올 하반기에는 200평 규모의 전문매장을 열 계획이다.제품라인의 다양화는 명품브랜드들에서 최근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불황에도 끄떡없을 것으로 여겨져 왔던 명품브랜드들도 최근에는 매출실적이 주춤한 상태. 차별화된 전략 없이 명품이라는 브랜드 가치에만 의존한 경우 시장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따라서 세컨드 브랜드, 또는 브리지 브랜드라고 불리는 새로운 라인을 런칭하는가 하면 동일한 브랜드 내에도 라벨을 달리하는 전략을 써 매스티지시장까지 노리고 있다.프라다의 세컨드 브랜드 미우미우 제품의 평균가격은 프라다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국내에는 2000년에 처음 선보였다. 마크제이콥스의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역시 마크제이콥스 브랜드의 소비자층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하지만 마크제이콥스를 수입하는 FnC코오롱측에서는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는 매스티지로 보기에는 가격대가 높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올 하반기에는 아예 매스티지를 컨셉으로 하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한다는 계획이다. 스코틀랜드 브랜드인 프링글이라는 브랜드를 들여올 예정으로 골드, 레드, 그린라벨로 나뉘어 역시 가격범위가 넓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회사측에서는 확산되고 있는 매스티지 소비자집단을 집중 공략할 수 있는 브랜드로 보고 있다.이밖에도 이미 국내에서 독특한 시장을 구축하며 자리를 잡아온 MCM, 루이까또즈 등이 대표적인 매스티지 브랜드로 꼽힌다.이처럼 매스티지는 패션업계를 주도하는 키워드로 자리를 잡았지만 문제는 매스티지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국내업체가 극소수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 매스티지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패션업체는 대부분 해외브랜드 수입업체들이다. 따라서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섬유업체 중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섬까지도 수입브랜드 멀티숍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앞으로 매스티지는 물론이고 매스브랜드(대중브랜드)까지 수입브랜드가 시장을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LG패션의 제덴 정도다. LG패션이 지난해 봄ㆍ여름 시즌에 런칭한 핸드백 브랜드로 ‘모던 인텔리전트’를 컨셉으로 이탈리아 현지에서 기획,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한다. 가격을 30만원선으로 설정해 대중적 명품을 추구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돋보기 멀티숍 인기여러 브랜드 선별판매… 준명품 욕구 충족패션업계에 매스티지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유통의 형태도 변화를 맞고 있다. 멀티숍, 일명 ‘편집매장’이 뜨고 있는 것. 멀티숍은 고유의 컨셉을 갖고 여기에 맞는 여러 브랜드의 아이템을 선별해 판매하는 소매점을 뜻하는 말이다.패션업계 매스티지 열풍의 진원지는 고가의 수입브랜드 청바지다. 얼진, 세븐진 등의 해외브랜드의 청바지 제품은 평균 한 벌에 20만원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준명품’. 유럽이나 아시아 지역과 달리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지 않은 미국에서도 5~6년 전부터 인기를 끌면서 ‘준명품’ 트렌드를 일으킨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 여성들이 이들 브랜드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를 소화한 유통매장 형식이 바로 멀티숍이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자리에서 판매하는 형식의 멀티숍은 준명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1995년 병행수입제가 실시되면서 패션업계에서는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았던 모델이나 희귀한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한 유통 형태인 멀티숍이 등장하게 됐다. 편집매장(Selected store)이라고도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여러 브랜드를 모아놓고 파는 형태가 아니라 ‘멀티’라는 개념 안에는 여러 문화요소를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이미 압구정동, 청담동 등 서울 강남지역에서 대세로 자리를 잡은 멀티숍은 최근에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백화점까지 진출했다. 올 상반기에 매장개편을 마친 신세계 강남점에는 ‘블루핏’이라는 청바지 전문 편집매장이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역시 5월에 ‘데님갤러리’라는 청바지 편집매장이 등장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주요 백화점 매장개편의 이슈 역시 ‘멀티숍’이 될 예정.개인이 아닌 기업이 직접 나선 최초의 멀티숍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분더샵은 멀티숍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지난 7월 말에는 영업 개시 5주년을 맞아 청담동에 대형매장을 새로 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백화점은 이제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멀티숍이라는 유통 형태는 점차 진화하는 형태로서 이제 스스로 브랜드화 되는 방향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