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대거 이동… 동원증권 약진

‘스카우트 전성시대.’2004년 상반기 애널리스트 업계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올 상반기에는 증권사를 옮겨 새 둥지를 튼 애널리스트가 많았다. 그 이면에는 동원증권의 리서치 강화 노력과 LG투자증권의 매각절차 진행이라는 배경이 놓여 있다.지난해 상반기에는 16개 부문, 하반기에는 14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한 LG투자증권은 이번 조사에서 13개 부문에서 베스트를 내는 데 그쳤다. LG의 거물급 애널리스트들이 올 들어 다른 증권사로 출근하기 시작했고, 기존 부동의 1위 자리에 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올라왔기 때문이다.2003년 상반기 거시경제ㆍ금리에서 1위에 오른 이덕청 이코노미스트는 LG에서 미래에셋으로 갈아탔다. 이번 조사에서 이덕청 이코노미스트는 거시경제ㆍ금리 3위를 차지, 미래에셋의 간판주자 역할을 했다.또 지난해까지 LG의 거물급 연구원으로 활동한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동원증권으로 옮기며 동원의 애널리스트 강화 노력을 보여줬다. 동원증권은 2003년 하반기 1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낸 데 비해 이번 조사에는 4명을 1위에 등극시켰다.IT분야 연쇄이동 붐노근창 애널리스트가 LG에서 동원으로 출근하며 같은 업종의 기호진 제일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동원증권으로 스카우트돼 한팀이 됐다. 이 팀은 통신ㆍ네트워크장비ㆍ단말기업종 외에도 가전ㆍ전기전자ㆍ전선 분야를 아울러 분석한다. 노근창 애널리스트는 이번 가전ㆍ전기전자ㆍ전선 분야에서 6위를 하며 새로 맡은 분야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전기전자업종의 이정 애널리스트도 대한투자증권에서 동원증권으로 옮겼다. 이애널리스트는 동양종금에서 최근 동원으로 역시 이동한 민후식 애널리스트와 함께 삼성전자 등 반도체ㆍ액정표시장치(LCD)업종을 맡게 됐다.메리츠증권에서 거시경제를 맡으며 지난해 상반기 3위였던 실력파 여성 이코노미스트로 유명한 고유선씨 역시 동원으로 왔다. 잇단 애널리스트 스카우트로 화제가 되고 있는 동원증권의 조홍래 부사장은 “국제영업과 거시경제, 반도체통신부문 리서치를 강화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를 적극 영입했다”고 설명했다.리서치센터 보강은 동원증권의 자산관리와 기업금융(IB) 강화와도 무관치 않다. 동원증권은 2004년 상반기 조직 개편에서 IB 본부장으로 이진용 전 CLSA증권 서울지점장을 임명했고 자산운용본부는 신설했다. 김범준 파생상품(DS)본부장이 자산운용본부장으로 발령받았다. IB와 자산관리분야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리서치센터의 강화가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올 상반기 동원은 거물급 애널리스트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동원의 반도체통신분야 강화 이후 증권사 리서치업계에는 후폭풍이 발생해 IT부문의 연쇄 이동이 이어졌다.통신·초고속인터넷부문에서 2003년 상반기 4위, 하반기 3위로 상승한 양성욱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에서 외국계 리먼브라더스로 갈아탔다. 연쇄이동은 이어져 이 분야의 김성훈 애널리스트는 동부증권에서 대우증권으로 옮기며 양성욱 애널리스트의 자리를 이었다. 김성훈 애너리스트의 이동으로 빈 동부증권 통신·초고속인터넷 자리는 이영주 전 동양종금 애널리스트가 차지했다.가전·전기전자·전선 2002년 상ㆍ하반기 5위, 2003년 상ㆍ하반기 2위로 올라선 배승철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대우증권에 사표를 제출, 삼성증권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번 조사에는 2위를 차지하며 업계 1위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이밖에도 2004년 상반기 조사 채권부문 첫 입상자인 신동준 채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6월 한국투신에서 동부증권으로 스카우트됐다. 신애널리스트는 “채권을 주식처럼 하나의 축으로 여기는 동부금융그룹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업계 떠난 애널리스트도 다수…김일구 이은영 전 애널리스트신동준 채권 애널리스트가 이번에 베스트로 오르기 전까지는 김일구 전 굿모닝신한증권 채권 애널리스트가 업계 최강이었다. 2001년 하반기부터 조사하기 시작한 채권분야에서 1위를 한 김일구 전 채권 애널리스트는 이어 2002년 상ㆍ하반기, 2003년 하반기 등 채권분야를 조사할 때마다 정상을 지켜왔다.한결같이 1위에 오르며 채권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채권 전도사’ 김일구 전 채권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랜드마크투신운용으로 옮겼다. 이사직인 총괄투자책임자(CIO) 겸 운용본부장을 맡게 됐다. 랜드마크투신운용은 그를 영입한 후 시스템 체제를 더욱 다졌다는 평가를 업계 관계자들에게 듣는다. 채권 애널리스트 생활은 접었지만 김일구 랜드마크투신운용 이사의 입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철강ㆍ금속분야에서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에 이어 2인자로 순위에 오른던 이은영 전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났다.이번 조사에서는 김경중 애널리스트가 2003년 상ㆍ하반기에 이어 자연스럽게 1위를 유지했다. 이은영 전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2년 상반기 김경중 애널리스트를 제치고 1위에 오른 후 2위를 지켜왔다. 이은영 전 애널리스트의 한 측근은 “남편이 먼저 싱가포르로 이민을 떠난 후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놓고 고민했다”고 전했다.전원배 교보증권 통신담당 애널리스트도 최근 코스닥업체 심텍으로 자리를 옮기며 애널리스트를 그만뒀다.이들 애널리스트의 업계 이탈은 최근 지속적으로 좋지 않았던 주식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다른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사오정’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애널리스트들의 고민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액 연봉을 자랑하지만 결국 이들도 월급을 받는 샐러리맨인 것이다. 때로는 주말도 없는, 적잖은 업무량과 직업 수명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이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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