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대응 빠를수록 높은 점수 ‘뚜렷’

백색가전 약진 눈길…112개 대상 중 신규진입 38개 그쳐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최근 한국산업의 소비자 디자인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제품들을 발표했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이번 조사는 112개의 제품군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이 가운데 74개 제품이 2년 이상 연속 1위에 올랐고, 신규 진입한 제품은 38개에 그쳤다.조사된 제품들의 디자인 평균점수는 71.4점으로 지난해 67.3점에 비해 4.1점 상승했다. 특히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백색가전의 디자인 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를 내놓으며 디자인 개발에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능률협회는 분석했다.트렌드에 민감한 제품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들의 경우 트렌드 자체가 즉각 디자인으로 귀결될 만큼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동통신 단말기는 82.5점을 얻어 평균점수를 크게 앞질렀다. 82.4점을 받은 유아복의 경우도 디자인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1위로 선정된 제품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10개 기업, 11개 제품의 디자인 경쟁력을 확인해봤다.이동통신단말기 부문 - SKY삼성전자, LG전자 등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업체가 즐비한 이동통신 단말기 부문에서 SK텔레텍의 ‘SKY’가 1위로 선정됐다. 디자인을 경영전략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기술적 차별성만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SK텔레텍의 대표브랜드 ‘SKY’의 슬로건은 ‘SKY, It’s different’다. 말 그대로 이 회사는 경쟁사와 차별화한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카메라폰으로 알려진 ‘IM-3100’, 국내 최초의 슬라이드폰인 ‘IM-5100’, 헤드업 카메라를 장착한 ‘IM-7200’ 등이 대표적인 모델이다.‘SKY’의 디자인은 혁신적이지만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제품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잠재된 요구를 정확히 짚어낸다는 평을 듣는다. 이는 기획단계에서 면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텍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욱 강화해 ‘SKY’를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할 방침이다.홈오토메이션 부문 - INOVA현대통신은 지난해 새로운 홈오토메이션 브랜드인 ‘INOVA’를 내놓았다. ‘INOVA’는 단순히 제품이름에 그치지 않는다.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봐도 믿음이 가는”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개발해 기업의 정체성을 새로이 정립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홈오토메이션은 제품 자체의 디자인이 뛰어나다고 해서 우수한 디자인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집안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뤄야 좋은 디자인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튀기보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 이런 이유로 현대통신은 단순하면서 현대적인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여러가지 기능들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작버튼을 최소화한 것도 강점이다. 디지털 제품에 익숙지 않은 어른들도 이용하는 만큼 간편한 조작법은 필수이기 때문이다.회사측의 바람대로 디자인 혁신 후 현대통신의 매출은 급신장하고 있다. 2002년 402억원에서 지난해 602억원으로 50% 성장했고 올해는 722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소형승용차 부문 - 칼로스GM대우차의 ‘칼로스’는 소형승용차 시장의 27.1%를 점유하고 있는 히트상품이다. 무엇보다 실용적이면서 감각적인 제품의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된다.20~30대의 젊은층을 대상으로 개발된 칼로스는 ‘우아함과 현대적인 느낌의 균형’을 모토로 디자인됐다. 외관은 유럽풍의 부드러운 라인을 강조했고 실내는 경쾌하면서도 현대적 느낌에 충실하다는 평이다. 소형차면서 레저용차량(RV)의 기능성을 접목한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천장을 높여 한층 편안한 승차감을 구현한 것도 장점이다.지난해 GM대우차는 ‘아름다운 열정’이라는 기치하에 ‘New Kalos’를 선보이는 등 디자인 개선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4월에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F-inside.com’에서 ‘소비자가 뽑은 외관디자인 소형차부문 1위’를 차지했다.가정용 위생도기부문 - 대림요업인테리어 디자인 가운데 욕실은 매우 특이한 성격을 갖는다. 사용시간이 한 사람당 20~30분 정도가 고작이고 나머지 시간은 죽은 공간인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쉽게 싫증을 내거나 변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욕실은 정체된 공간, 변화가 필요한 공간으로 인식되기 일쑤다. 대림요업의 위생도기는 죽은 공간으로 치부되는 욕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평가된다.디자인 전략의 핵심은 미적 요구뿐만 아니라 생활의 ‘쓰임새’를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다른 공간과 달리 설비와 시공에 대한 부분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습하고 축축한 이미지인 욕실에 ‘깔깔’하고 청결한 분위기를 심기 위해 노력한다”며 “고가의 유럽제품과 저가의 중국제품 사이에서 대림만의 고급형 토털 욕실 시스템으로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 방침”이라고 밝혔다.캐주얼의류부문 - 빈폴1989년 선보인 제일모직의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빈폴 체크’로 대표되는 고유의 편안하고 안정적인 디자인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빈폴레이디스’ ‘빈폴골프’ ‘빈폴옴므’ ‘빈폴키즈’ 등 각 연령대와 특징에 맞는 신규 브랜드를 런칭, 패밀리브랜드화에 성공했다.빈폴은 편안함을 강조하는 베이직한 스타일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한국인의 피부색에 맞는 은은한 색을 주로 이용하고 친환경적 소재인 면과 울을 기본으로 제작한다. 또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세탁을 하는 ‘프리 런더링’(Pre-Laundering)을 도입, 세탁 후 일어날 수 있는 옷의 변형을 방지하고 있다.빈폴은 의류 외에 향수, 제화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패밀리브랜드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월별 기획상품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디스플레이 전략을 통해 업계 선두자리를 지킬 방침이다.학생복부문 - 아이비클럽아이비클럽 디자인의 특징은 ‘쭉쭉빵빵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이라는 브랜드 컨셉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획일적이고 몰개성적인 기존의 학생복 이미지에서 탈피, 외모에 민감한 10대 청소년들의 미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학생복 디자인이 학교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기본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다. 아이비클럽은 이를 다양한 형태의 실루엣을 특정부위에 접목하는 것으로 극복했다. 또 패션 트렌드가 지역마다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에 착안, 지역별로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공한다. 같은 학교의 학생복이라도 여러개의 실루엣을 마련해 학생 개인의 체형과 취향에 맞는 학생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아이비클럽은 고객지향적 디자인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일본의 학생복 시장에 치중해 왔던 해외 학생복 트렌드 조사의 범위를 유럽, 미주지역으로 확대해 보다 총체적인 디자인 전략에 활용하고 지역별로 현장 디자이너를 충원해 지역의 트렌드에 근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양말부문 - 인따르시아인따르시아는 양말에 디자인의 개념을 접목한 ‘패션양말’로 단숨에 양말업계 1위에 오른 기업이다. 양말에까지도 자기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짚어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양말이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선물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어 매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인따르시아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다양한 제품군에 있다. 아동용 캐릭터 양말, 딸기·바나나·메론·오렌지 등의 향을 첨가한 향(香)양말, 멜로디 양말, 별자리와 띠를 소재로 한 시즌 테마 양말, 연말연시 밸런타인데이 등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이벤트용 양말 등 수백가지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건강기능성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인따르시아는 모든 제품에 ‘인스바이오’라는 신물질을 적용하고 있다. 인따르시아가 자체개발한 이 물질은 상온에서 원적외선을 방사해 향균, 방취, 정전기 방지, 자외선 차단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주상복합아파트부문 - 트럼프월드대우건설의 도심형 초고층 주상복합 브랜드인 ‘트럼프월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하는 친인간, 친환경 개념의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우선 획일적인 판상형에서 벗어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용산 한강로의 트럼프월드Ⅲ가 대표적이다. 전통건축의 팔각정을 모티프로 삼아 한강이 보이는 거실을 모두 팔각형으로 설계, 270도의 폭넓은 전망을 제공하고 외관 전체도 팔각형 모서리로 둥글게 처리해 독특함을 더했다.생태적 환경의 조경과 공중정원을 도입해 사람과 자연이 보다 가깝게 다가서는 친환경 디자인과 운동시설 같은 공동공간을 중층에 과감히 배치한 친인간적 디자인도 트럼프월드의 강점이다. 이를 통해 도시생활의 단절감과 단조로운 생활패턴의 지루함을 개선하고자 하는 ‘웰빙’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는 평이다. 대우건설은 향후 에너지 절약형 개념을 더욱 강화해 친환경적 주거공간 창출에 주력할 방침이다.한방화장품부문 - 설화수태평양의 한방화장품인 ‘설화수’의 디자인 컨셉은 한국적 미를 적극 활용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관의 선뿐만 아니라 용기의 재질과 제작 기법에도 전통공예를 과감히 도입했다.전체적인 이미지는 한복과 연꽃의 곡선을 이용해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준다. 용기의 옆선은 전통건축의 처마선을 차용해 맵시를 살렸다. 색상은 ‘번짐’의 개념을 기본으로 삼았다. ‘기’가 피부 속에 번지듯이 스며들어 아름다움을 유지시키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옥과 흙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꾼 한국적 미의식을 살려 용기의 재질은 옥과 호박의 느낌을 강조했다.최근에 출시된 ‘실란 메이크업’에는 설화수의 디자인 철학이 보다 분명하게 표현돼 있다. 당초무늬, 자개, 조각보 등의 이미지를 도입해 전통적인 미의식을 더욱 강조했다는 설명이다.여성용 기초화장품부문 - 에스까다에스까다코스메틱의 브랜드 전략은 세계화(Global), 화려함(Fashionable), 고급화(High Prestige), 과학화(Scientific)라는 4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한다. 제품의 효능뿐만 아니라 디자인 컨셉도 전체적인 브랜드 전략에 따라 진행된다. 특히 주고객층인 25~35세의 여성들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방침이다.용기디자인의 기초는 하트 문양과 크리스털의 이미지다. 이를 통해 고급스러운 인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모던하면서 고전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신고전주의적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주요 색상은 ‘골드’와 ‘아이시 화이트’(Icy White)다. 골드는 에스까다코스메틱이 추구하는 명품정신을 표현하고 크리스털 이미지의 아이시 화이트는 순수함을 표현한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의 관계자는 “에스까다 브랜드의 명품이미지를 경험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잡지, TV, 인터넷 등을 통한 광고전략으로 마니아층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여성용 기능화장품 - 헤라1995년 태평양이 ‘유혹이 아름다운 여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런칭한 기능성 화장품 ‘헤라’는 처음부터 고급화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고급화 이미지의 한 축이 디자인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근간이 되는 디자인 컨셉은 ‘천지인’이다. 동양의 음양철학을 모티프로 삼아 하늘을 상징하는 원과 인간과 대지를 대변하는 사각형을 일대일의 비율로 적용했다. 천지인이 조화를 이루며 세상을 만들어가듯 한국여성의 피부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브랜드의 약속을 담았다는 설명이다.고급스러운 느낌의 다이아몬드 커팅과 펄프린팅, 고급소재의 포장재를 활용한 디테일이 디자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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