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평의 마법, 편의점이 세상을 바꾼다

25평. 국내 편의점의 매장 평균 평수다. 이 안에 마법이 숨어 있다. 안되는 게 없다. 택배, 공공요금 수납, 디지털카메라 인화서비스, 현금인출기, 휴대전화 무인충전, 음반ㆍ게임CD 판매까지.이제 편의점은 그저 ‘편리한 서양식 구멍가게’가 아니다.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만능의 ‘리빙스토어’로 거듭났다.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하루 480만명이 편의점을 찾고 있다. 할인점 300만명, 백화점 200만명 등에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과연 ‘편의점 없이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지배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15년. 이제 겨우 15년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1989년 5월6일. 이날 세븐일레븐이 국내 1호 편의점(올림픽 선수촌점)을 열었다. 91년까지는 도입기로 분류된다. 세븐일레븐, LG25, 로손(94년 세븐일레븐에 흡수) 등 8개 업체가 편의점 시장에 뛰어들었다.이들은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열었다. 92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에 나섰다. 93년 7월 국내에 도입된 지 4년 2개월 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다. 이는 일본보다 1년 정도 빠른 것이다. 이 와중에 우여곡절도 적잖게 겪었다. 동일상권에서의 과당경쟁으로 우량점이 부실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업체들도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 편의점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했다.96년, 마침내 빛이 보였다. 편의점 파워가 서서히 가시화됐다. 일부 업체는 처음으로 흑자경영을 이뤄냈다. 97년, 8년 만에 2,000점을 넘어섰다. 시장규모도 1조원 시대로 접어들었다. 98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슬럼프를 겪기도 했으나 2000년 들어 위기에서 탈출했다. 기업의 상시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창업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업계도 서둘러 체인망 확충을 위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이러자 폭발력이 생겼다. 사상 최초로 한해 동안 1,000개가 넘는 점포가 신규출점했다. 2002년에는 1,988개로 신기록을 세우며 한해에 4,000점(2월)과 5,000점(9월)을 동시에 돌파하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40가지. 편의점의 생활편의 서비스 수다. 또 편의점 성장의 발판이기도 하다. 97년 업계 최초로 LG25가 공공요금 수납서비스를 시작하며 생활편의서비스의 막을 올렸다. 2000년 휴대전화 충전서비스가 대다수 편의점에 도입됐고, 택배서비스, ATM 서비스 등이 경쟁적으로 이뤄졌다.생활편의 서비스는 정보기술(IT)과 만나 첨단 자동화되는 추세다. 일례로 ATM 하나로 현금인출뿐만 아니라 공공요금 납부, e메일 서비스 등 수십가지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3강. 훼미리마트, LG25, 세븐일레븐 등 ‘3강’은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편다. 이는 편의점 성장의 기폭제로 작용한다.훼미리마트는 점포수로는 부동의 1위 업체다. 96년 LG25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6년 만인 2002년 재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올 6월 말 현재 2,493개점으로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고 있다. 토종업체인 LG25는 1,739개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러나 업계 최초로 7년 연속 흑자경영을 실현할 정도로 수익성이 뛰어나다. 지난해에는 경상이익 300억원 고지를 최초로 돌파했다.세븐일레븐은 최근 2~3년 사이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지만 활로를 모색 중이다. 최초로 1,000호점(2001년)을 개점하며 주가를 올렸으나 무리한 점포확장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꼬리를 내렸다. 롯데그룹 계열사답게 최대 강점인 유통인프라, 축적된 노하우와 선진시스템으로 재무장, 정상에 복귀하겠다는 전략이다.1만점. 업계는 오는 2005년께 1만점을 거뜬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전망은 백화점, 할인점이 포화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높은 위상을 견주어 볼 수 있을 것이다. 1만점을 돌파하는 그날, 편의점은 온라인의 인터넷처럼 거대한 물류 및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의 위력을 편의점에서도 접하는 시절이 오면 우리는 편의점의 마법에서 영원히 탈출하지 못할 것이다.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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