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파 중산층의 지지 확보가 ‘첫걸음’

바디샵, BMW 3 시리즈, 코치 등 히트 … 지나친 가격대 확장은 브랜드 위협

최근 전반적인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패션, 식품, 전자 등에서 일부 매스티지(Masstige) 관련 상품의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다소 생소한 개념인 매스티지에 관해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명품과 대중제품 사이의 중고가 명품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개념 정립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국내외 사례를 중심으로 ‘매스티지 마케팅’의 성공전략을 살펴보자.● 실속형 고급소비 수요를 포착하라매스티지 마케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산층의 실속형 고급소비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신제품 개발이 우선이다. 기업은 먼저 범용화되고 상품간 차별적 특성이 없는 제품들 속에서 매스티지 출시를 통한 성공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컨설팅회사인 BCG그룹이 발표한 미국 내 중산층 2,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매스티지산업 성장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조사 대상자의 40%가 중고가 명품인 매스티지에 대한 소비 욕구가 있으나 이를 충족시켜 주는 상품이 없으며, 수요가 높은 산업으로는 화장품, 금융, 식품, 가구 등이 해당한다고 한다.매스티지는 고가품과 대중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가 크고 감성적 가치 전달이 되지 않았던 제품군 내에서 출시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높다. 미국 속옷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 Secret)은 세련된 매장 분위기, 고품질, 감성적 어필 등 여성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중고가 속옷브랜드가 없는 잠재 기회를 파악한 후 고급품 라펠라(La Perla)와 중가 브랜드인 메이든 폼(Maiden Form) 사이에 가격을 포지셔닝 한 보디 바이 빅토리아(Body by Victoria)를 출시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포지셔닝의 약점, 차별화로 극복하라매스티지의 가격 포지셔닝은 장점인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매스티지가 명품에 근접할 만한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면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으나 단지 가격만 고가와 중가 사이에 어정쩡하게 포지셔닝돼 있을 경우 여타 제품에 비해 차별적 우위가 전혀 없는 것이다. 최근 국내 의류, 귀금속업체 등이 합리적 고급 소비자, 즉 ‘매스티지족’을 겨냥한 매스티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해외 유명 브랜드에 고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가격 포지셔닝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명품에 뒤지지 않는 제품 고유의 편익을 제공해야만 한다. 화장품회사인 바디샵(Bodyshop)은 시슬리(Sisley), 오리진(Origins) 등과 같은 고급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매스티지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이다. 바디샵은 환경보호와 같은 공익마케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을 위해 테스트용 제품을 매장에 비치하고 있어 실제로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똑같은 제품을 다양한 사이즈로 구비함으로써 가격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 희석을 경계하라매스티지는 중산층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제품의 가격폭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브랜드 확장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패션잡화, 자동차 등과 같은 전통적 명품업체가 이러한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루이비통을 모태로 하는 LVMH그룹의 경우 지난 10년간 아시아 시장 진출과 대중화 전략의 일환으로 제품 품목 및 가격대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또한 BMW의 경우 최고와 최저 제품의 가격 차이가 최대 10배에 이르는데, 매스티지를 지향한 저가대 325세단의 2002년 매출은 2001년에 비해 12% 상승했다. 하지만 지나친 가격대 확장 전략은 브랜드 가치를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기업은 매스티지의 대중적 수요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적당한 한도 내에서 가격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되 브랜드 정체성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브랜드 관리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 확장에 따른 가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패밀리 브랜드(Family Brand) 전략이 주효할 수 있다. 패밀리 브랜드 전략은 모 브랜드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하위 브랜드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빅토리아 시크릿의 경우 제품간의 가격 차이가 최대 30배에 달하지만 매스티지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가격대별로 차별화한 보디 바이 빅토리아(Body by Victoria), 세컨드 스킨 사틴(Second Skin Satin), 엠마 컬렉션(Emma Collection) 등의 하위 브랜드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제를 만들고 여론을 조성하라매스티지 상품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출시 초기부터 사회적 유행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어떠한 제품이 명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명품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활동과 이에 따른 소비자의 입소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스티지의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신제품의 확산 속도를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매스티지는 합리적인 고가격을 지향하기 때문에 유행으로 자리매김하면 많은 소비자를 단시간에 고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신제품의 확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제품에 대한 흥미로운 화제를 만들어 전파시켜야 한다. 입소문이 나도록 기다리기보다 기업 스스로 유행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미국 주방용품업체인 윌리엄 소노마(Williams-Sonoma)는 요리기구와 그릇 등 제품별로 장인, 역사 등을 테마로 한 가상 브랜드 스토리에 대한 창작응모를 받고 이를 광고에 활용, 화제를 조성했다.둘째, 여론 선도자나 조기 수용자를 상대로 한 광고 및 판촉 등의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소위 메이븐(Maven)이라 일컬어지는 제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있는 소비자나 유명인사가 제품 확산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예컨대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는 미국인의 삶을 바느질하고 페인팅한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대중적인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최근 그녀가 삶의 질 향상을 역설하는 ‘가정 내 최고의 살림법’을 책과 방송을 통해 강조하자 가구, 식품, 가전 등 많은 분야에서 매스티지 상품의 홍보를 요청하는 로비가 쇄도하고 있다.● 감성적 가치 제공에 주력하라기업은 매스티지 상품이 제공하는 가치 제공의 경로를 점검해야 한다. 우선 소비자가 누리는 효용은 기술적, 기능적 가치 외에 감성적 가치를 통해서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단지 기술적 우위에 집착하고 감성적 효용을 제공하는 데 소홀히 하면 안된다. 특히 매스티지는 이러한 감성적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어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기술은 비슷하게 모방할 수 있어도 감성은 각각 독특한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또한 기업이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를 실질적으로 평가, 개선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슬로건이나 비전 등으로 자사의 사명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암묵적인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를 파악하고 관리하고자 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미국 가구업체인 크레이트&배럴(Crate & Barrel)은 소비자와의 감성적 유대관계 구축에 최우선순위를 뒀다. 소비자의 생활 전반을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기업의 목표는 ‘우리는 가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비전으로 구체화되고 ‘고객 경험관리 부서’ 제도의 운영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가치 실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노력에 힘입어 크레이트&배럴은 섬세한 세공은 물론 주문형 가구 선물세트 등의 인기로 인해 중가 제품에 비해 2배 정도 높지만 연간 20%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성공적인 매스티지 브랜드들은 지속적인 시장조사, 상품개발 등을 통해 소비자의 감각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코치(Coach) 가방의 성공에는 연간 1만여명의 소비자 인터뷰를 통해 패션 트렌드를 조사한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최근 매스티지를 표방하는 국내기업들도 이런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없는 고급 브랜드 전략은 무모한 투자일 수밖에 없으며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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