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자리놓고 15년간 ‘엎치락 뒤치락’

3사 시장점유율 76.4% … 과점체제 탄탄히 구축

국내 편의점업계는 15년의 역사를 가졌다. 이 기간 1위가 바뀐 건 모두 7차례. 2년에 한 번씩 패자가 바뀐 셈이다. 실제로 1위를 둘러싼 ‘엎치락뒤치락’이 이 분야만큼 심한 곳도 없다. 따라서 지금껏 편의점업계에 확고부동한 ‘넘버원’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과점체제는 어느 정도 고착화됐다. 이른바 ‘빅3’의 출현이다. 훼미리마트, LG25, 세븐일레븐 등이다. 향후 무주공산이 주인을 찾는다면 이들 빅3 중 하나일 거라는 데 이견은 없다.15년간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이는 늘어난 점포수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89년 3사 7개점에 불과했던 것이 지금(2004년 6월 말 현재)은 8사 7,700여점으로 급증했다. 매출액 증가세 역시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린다. 첫해 14억원에서 15년 만에 4조원을 훌쩍 넘겼다. 특히 IMF 위기 당시인 98년을 제외하면 매년 플러스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92년에는 무려 2,215.9%의 매출신장을 기록하기도 했다.올해는 시장확대가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내수침체에 따른 경기부진의 여파가 심해진 결과다. LG유통 홍보팀 김일용 부장은 “경기가 어려웠다던 IMF 때만 해도 되레 늘어났는데 올해는 당초의 전망을 훨씬 밑도는 상태”라고 밝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을 의심하는 시각은 적다. LG투자증권 박진 유통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선진국보다 점포당 인구수가 훨씬 많다”며 “산술적으로 3배 이상의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일본만 해도 점포당 인구가 2,000여명인 데 비해 한국은 6,781명(2003년 말 현재)에 이른다.성장세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대표적인 게 점포계약 회전율이다. 당장 3~5년 후가 고비다. 5년으로 규정된 가맹점 계약기간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개점한 점포의 상당수가 조만간 재계약 시즌에 당면한다. 이때 연장되지 않으면 적잖은 충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는 건 불문가지다.그런데 이 염려가 현실로 나타날 개연성도 적잖다. 업계에 따르면 점당 일평균 매출이 60만~70만원에 불과한 부실점이 수두룩하다. 몇몇 업체가 부실점포 문제를 골칫덩이로 생각하는 건 이 때문이다.◇ LG25, ‘내실 1위의 순수 토종기업’LG25는 한국 편의점의 자존심이다. 해외브랜드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는 게 일반화된 시장에서 한푼의 로열티도 내지 않는 토종회사로 명성이 자자하다. 점포수로 따졌을 때 92년과 97~99년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올 6월 말 현재 시장점유율은 2위 수준.순수가맹점 비율도 65.7%로 훼미리마트를 바짝 쫓고 있다. 가맹점은 매년 400~500개씩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내실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적지표로 따지면 LG25가 명실상부한 ‘랭킹 톱’이다. 업계 최초로 7년 연속 흑자경영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경상이익 300억원 고지까지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뿐만 아니다. 실질적 경쟁력으로 꼽히는 점포당 일평균 매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수치가 200만원을 넘긴 곳은 LG25가 유일하다. 단 올해는 경기부진 여파로 18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평균인 160만원(한국편의점협회 자료)보다는 여전히 높다.LG25의 핵심전략은 ‘우량점 중심의 점포개발’이다. 점포수 확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질적 성장을 수반한 양적 성장을 지향한다. 굳이 따지자면 양보다는 질이다. LG유통 홍보팀 김일용 부장은 “무모한 점포수 확장보다 수익성 향상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가맹점의 수익을 무시한 몸집 부풀리기는 철저히 배제한다. 부실점포 양산에 따른 경영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LG25는 과학적 출점방식이 강점이다. 지난 10여년간 개점ㆍ폐업을 반복하면서 터득한 점포개발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대매출과 실제매출의 격차에 따른 판단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곧 신중한 출점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창업대기자수가 한달 평균 300여명이지만 개점수는 50개에도 못미친다. 때문에 LG25의 창업이 까다롭다는 얘기도 왕왕 들린다. 이는 장점이자 부담일 수도 있으나 LG 브랜드의 공신력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차별적 상품개발도 알짜 편의점 LG25의 주력 포인트. 전주비빔밥을 위시한 한국형 패스트푸드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일례로 성남공장은 국내 최대규모다. 생활서비스도 탁월하다. 국내 최초로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대표적 사례로 LG25는 이미 1,000여개의 ATM 배치를 완료했다. 올 8월부터는 우체국 안에서도 LG25를 만나게 된다. 이는 세계적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성장잠재력도 높은 편이다. 호남권을 비롯한 미개척지가 적잖아서다. 홍보팀 김일진 대리는 “물류센터를 지은 후 공략하면 적어도 한 지역에 4~5곳의 동시출점이 가능하다”며 “그런 점에서 아직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훼미리마트, ‘1위 굳히기에 전념’훼미리마트는 점포수 기준으로 1위다. 96년 LG25에 ‘넘버원’을 내준 이래 6년 만인 2002년에 재탈환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는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단독 1위를 고수하고 있다.2004년 6월 말 현재 2,493개점을 확보해 2위인 LG25(1,739개점)를 크게 앞선다. 시장점유율 역시 35.0%로 압도적이다. 실속을 따지는 순수가맹점(가맹점주가 점포임대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비율도 84.2%로 부동의 업계 1위다. 여파를 몰아 ‘1위 자리’를 확고히 지켜나간다는 게 목표다.훼미리마트의 강점은 전국적 네트워크 완비다.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전국 220여개 시ㆍ군ㆍ구에 출점을 완료한 상태다. 지금은 세부전략으로 읍ㆍ면 진출까지 꾀하고 있다. 금강산에도 3개 점포를 갖고 있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깔린 전국망은 다양한 부대사업 기회와 시너지 효과를 배가한다. 이 회사 홍보과 서원덕 과장은 “구축 완료된 인프라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며 “조만간 결과물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했다.훼미리마트의 성장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우선은 ‘훼미리 레스토랑’이다. 언제 어디에 가더라도 한 끼 식사는 해결할 수 있도록 패스트푸드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양질의 생활편의서비스 제공도 성장 프로젝트의 한 축. 일례로 주5일 근무제를 감안, 주말에는 은행 역할까지 대체할 생각이다. 현재 50% 가량 정착된 공과금 수납ㆍATM 서비스를 연말까지 전 점포로 확대, 완료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다. 휴대전화ㆍ디지털카메라의 즉석인화 서비스도 늘릴 계획이다. 기획실 이건준 실장은 “더 이상 상품판매만으로는 안된다”며 “생활ㆍ문화의 거점으로 자리잡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상품력의 지속적인 강화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상품지상주의’를 모토로 NPB(National Private Brand) 제품을 확충,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NPB란 일종의 편의점 전용상품. 규격ㆍ용량ㆍ단가 등을 일회용에 맞게 조정한 후 독점판매함으로써 차별화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부다.훼미리마트는 업계의 리딩 컴퍼니임을 자신한다. 국내에는 마땅한 벤치마킹 대상조차 없다는 식이다. ‘체인 비즈니스 넘버원’을 목표로 한국형 편의점을 개발해 정착시키는 것이 훼미리마트의 중장기 과제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1위 업체인 세븐일레븐을 뛰어넘는 게 목표다.◇ 세븐일레븐, ‘숨고르기 후 반격 별러’점포수 1,215개, 시장점유율 17.3%의 업계 ‘넘버3’. 세븐일레븐의 성적표다. 2000~2001년에는 1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성장세가 주춤한 결과다. 세븐일레븐은 몇몇 진기록을 보유했다. 89년 국내 최초로 편의점 1호를 낸 곳이 세븐일레븐이다. 1,000호점 돌파(2001년 말)도 가장 빨랐다. 업계 초유의 경쟁사 인수도 세븐일레븐이 기록을 세웠다. 2000년 1월 당시 4위였던 세븐일레븐이 3위사인 로손을 인수해 장안에 화제를 낳았다. 업계 선두주자의 위상은 이때부터 갖춰졌다.세븐일레븐은 초기부터 차별화 전략을 채택했다. 타사와 달리 순수가맹점보다 직영ㆍ위탁가맹점 확충에 치중했다. 업계 선두를 지키기 위해 본사가 직접 투자ㆍ운영하는 형태를 우선시한 것. 그런데 이게 자충수였다. 시장선점에는 성공했지만, 잃은 게 너무 많았다.무리한 점포확장으로 임대료 투자가 늘어나 큰 폭의 적자는 불가피했다. 부메랑은 금방 돌아왔다. 경영압박으로 1위 행진은 2년 만에 마무리됐다.현재는 정비상태다. 부실점의 대폭적인 정리를 통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유통업 출점방식에는 ‘스크랩 앤드 빌트’(Scrap & Builtㆍ매각정리와 사업신설)라는 게 있다. 경쟁력이 있는 건 확장하되, 그렇지 않은 건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편의점 역시 이 과정을 반복하며 성장한다는 게 통설. 현재 세븐일레븐이 딱 ‘스크랩단계’다.업계는 세븐일레븐의 숨고르기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초기의 에너지 소진과 판단 착오가 비록 발목을 잡긴 했지만, 잠재력까지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드러난 약점만큼 감춰진 강점도 많기 때문이다.세븐일레븐의 용트림은 구체적이다. 조만간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계획하에 주도면밀한 밑그림과 행동전략까지 마련했다. 세븐일레븐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유통인프라. 축적된 노하우와 선진시스템으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위자리를 놓친 한국시장을 재차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과거의 쓴맛을 거울삼는 대신 성장에 가속도를 낸다면 1위 탈환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군소업체, ‘인수에 매각까지… 부침 심해’‘절대지존’의 부재는 필연적인 경쟁격화를 초래한다. 편의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일천한 업력에도 불구, 시장에는 적잖은 부침이 있었다. 빅3의 잦은 ‘손바뀜’이 큰 움직이었다면 하위업체의 흡수합병ㆍ해외매각도 있었다. 거대 유통망을 가진 대기업부터 특화된 중소기업까지 각축전에 참가했다. 후발주자로는 기존 입지 활용을 무기로 도전장을 낸 정유회사(주유소 병설형 편의점)도 있다. 구멍가게가 변신한 독립편의점까지 감안하면 각축전이 따로 없다.눈에 띄는 곳은 미니스톱이다. 원래 대상그룹에 속했지만 지난해 5월 일본 미니스톱에 매각됐다. 사실 순위로는 4위지만 3위인 세븐일레븐을 곧 추월할 태세다. 본거지였던 호남에서 벗어나 최근 영남지역 출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점포 내 주방을 갖춘 독특한 업체다. 점포수 랭킹 5위인 바이더웨이는 오리온그룹이 주인. 후발ㆍ하위업체의 핸디캡을 딛고 최근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주유소 병설형 편의점은 특이한 구조를 띤다. 주유고객을 수익원 창출로 연결시킨다는 전략으로 각 정유사가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주유소의 여유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투자비용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 상품구색 역시 차별적이다. 차량 전문용품은 물론 먹는샘물ㆍ쌀 등 대용량 상품이 수두룩하다. OK마트와 JOY마트가 대표적이다.독립편의점도 있다. 기존의 구멍가게가 시설을 편의점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형태다. 생소한 브랜드인데 편의점처럼 꾸며져 있다면 십중팔구 독립편의점이다. 물론 대기업과도 무관하다. 시장점유율로 봤을 때 전체 편의점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기타 5% 가량은 고만고만한 영세 편의점. 구멍가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참고로 구멍가게의 미래는 절망적이다.INTERVIEW 임정엽 보광훼미리마트 강남부문 강남개발과 과장편의점 승패, 입지가 60% 차지편의점은 일종의 ‘랜드마크’다. 고유의 지명도ㆍ시계성ㆍ근접성 때문에 약속장소로 그만이다. 편의점에 있어 입지란 승패를 가름하는 절대변수다. 각사 역시 점포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점포수가 급증한 훼미리마트에 근무 중인 12년 경력의 점포개발자 임정엽 과장을 만났다.편의점사업에 있어 입지란 무엇인가요.중요도로 본다면 절대적입니다. 편의점의 관건은 입지ㆍ회사시스템ㆍ점주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입지가 60%라면 나머진 합해서 40% 가량입니다. 이제는 좀 멀더라도 특정상품ㆍ서비스 때문에 일부러 찾는 고객이 많습니다.입지선정에 어떤 기준을 적용합니까.상주인구와 경합점포가 양대 기준입니다. 물론 세부 조사항목은 100여가지에 이릅니다. 가령 주택은 동사무소의 거주자수 통계를 참조합니다. 보통 450~500가구를 독점해야 좋습니다. 유동인구는 직접 헤아리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기존 경쟁사의 영업여부도 관건입니다. 이른바 경합강도를 체크해 우선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100~150m면 접근성이 좋습니다.경쟁격화로 새로운 입지발굴이 중요해졌는데….이제는 편의점도 고객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특수입지 개발이 관건으로 떠올랐습니다. 병원ㆍ극장ㆍ역사ㆍ유원지 등의 발굴이 대표적입니다. 차량고객을 위해 휴게소 없는 곳(나대지)에 휴게소 대체편의점을 개점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중 몇몇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합니다.점포개발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려운 점은.예측불가능한 변수가 많다는 게 부담스럽습니다. 편의점 개점에는 건물주ㆍ세입자ㆍ가맹점주ㆍ회사 등 이해관계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중 한 사람만 마음이 바뀌어도 개점은 물건너갑니다. 일례로 가맹점은 투자자금을 낮추고 싶은 반면, 건물주ㆍ세입자는 더 받으려는 게 대표적입니다. 내일 계약하자고 해놓곤 잠적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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