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따라 몸에 맞는 마스터플랜 짜야

직장인 박세준씨(35)은 보험설계를 스스로 하는 셀프 보험설계족이다. 동료들한테 보험박사로 통하는 박씨는 “보험설계사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이런저런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본인의 과거 경험과 미래 계획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말했다. 재정상황을 파악하고, 자산관리와 함께 미래 꿈을 풀어갈 수 있는 스스로의 파이낸셜 플래너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박씨와 같은 사람이 늘면서 실제로 보험설계사를 통한 전통적인 보험판매 방식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면 은행 창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와 인터넷, 텔레마케팅(TM), 홈쇼핑TV 등 보험 신유통 채널에 의한 직접 판매가 늘어가고 있다.올 5월 말 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판매 실적은 2조1,90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보험상품 판매의 25%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후 급성장한 것이다. 손해보험업계에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이 등장하며 최근 5.3%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지난 2002년 4월 1.4%에서 2년 사이에 4배 이상 확대됐다.전화를 통해 보험을 파는 텔레마케팅(TM) 외에도 홈쇼핑과 보험(Insurance)의 합성어인 ‘홈슈랑스’가 새로운 판매수단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10월9일 현대홈쇼핑이 영국계 PCA생명과 손잡고 ‘무배당 PCA생명 암보험’을 내놓자 첫날 방송부터 3,426명이 신청했다. 방송 1회 평균 4,500여건의 최종 청약률을 기록하는 중이다.그후 LG홈쇼핑은 라이나생명보험과 제휴해 지난해 12월16일부터 ‘무배당 어린이 건강보험 메디칼 플랜2’를 판매하며 방송 1회 평균 3,000여건의 최종 청약률을 올리고 있다. CJ홈쇼핑 역시 지난해 12월3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에이스화재해상보험의 ‘여성 플러스 의료 보장보험’을 판매했다. 우리홈쇼핑도 올 4월 말부터 대한생명과 함께 암보험, 건강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이들 보험의 신채널 활성화는 보험설계사 없이도 스스로 재무를 설계하고 보험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셀프 보험설계’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까.일단 보험에 대한 기본개념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간혹 자기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의 정확한 내용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도 있다.보험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인보험’에는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이 포함된다. 생명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가입자의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에게 금전적 이득을 준다는 성격을 지닌다. 상해보험은 각종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 금전 혜택을 주는 상품. 둘째, 손해보험은 건물이나 주택 등 재산에 대한 경제적 손해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화재보험과 해상보험, 자동차보험, 운송보험, 책임보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 사회보험은 공적보험으로 국민의 최소 생활을 보장한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이 바로 이 사회보험에 속해 있다.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의 의미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보장성보험은 각종 위험보장을 기본 골격으로 하는 보험이다. 암보험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저축성보험은 만기 생존시에 보험금이 지급되는 특징을 지닌다. 저축 기능이 부각된 상품으로 연금보험과 교육보험 등이 해당된다.보험상식은 셀프설계의 기본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르듯 보험설계도 일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직업별 라이프 패턴이 다르고 재무계획 또한 천차만별이기 마련이다.먼저 봉급생활자들은 소득증가율이 크지 않다. 해마다 연봉이 올라도 한계가 있고 이런 이유로 기본 자산이 자영업자에 비해 많지 않다. 또 최근 ‘삼팔선’ ‘사오정’ 등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봉급생활자들은 미래 또한 불안하다. 적어도 자녀가 대학을 마칠 때까지는 소득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주눅만 들 뿐이다. 이런 직장인들에게 보험은 본인과 배우자의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소득이 없는 시기에 대비한 보장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여윳돈 마련을 위한 저축으로서의 기능도 있어야 한다.국세청이 수입을 별도 관리하는 의사와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도 보험 가입 예외는 아니다. 수입이 많기 때문에 보험이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고소득자인 만큼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그 공백이 본인과 가족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다른 사람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전문직 종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에게는 각종 질병과 재해에 대비해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로서의 보험이 필요하다.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직업 특성상 앞날의 흥망성쇠를 점치기 어렵다. 본인의 노력만으로 사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거시경제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각종 대출도 재무구조가 안정적이지 않다. 이들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그 빚은 고스란히 가족이 떠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자영업자들은 일반인보다 많은 보장금액의 보험을 확보해야 한다.부도의 염려도 없고, 조기 퇴직 걱정도 없는 천하태평 부자라도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거액 자산가들은 효과적인 상속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보험금을 타도록 보험설계를 하면 상속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다.그렇다면 보험료 결정 등 세부 설계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먼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보험가입 금액의 크기를 계산해야 한다. 가정의 생활비와 주택구입·자녀교육 등 미래 계획, 물가상승률, 투자수익률 등 가입금액 산출을 위한 변수를 이해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보험상품에 대한 기본상식을 바탕으로 보험사와 상품을 선택한다.상품을 선택한 후에는 보험료를 결정한다. 김동희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 웰스매니저는 “보험료는 월평균 소득의 10~15% 정도로 설계하는 게 적당하다”며 “납입기간은 소득공제나 납입면제 등을 고려할 때 장기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암, 질병, 상해에 대한 보장은 개별상품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특약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현재 가입한 보험은 보장되는 사고 유형별로 다시 한 번 점검하되 무조건 해약하기보다 ‘재무설계서비스’를 받아보고 부족한 보장부문을 채우는 보험설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 초년생이고 미혼이라면 저렴한 정기보험에 가입하고, 향후 결혼 등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시기에 종신보험, CI보험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각 보험사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셀프 보험설계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본인이 원하는 보장내용을 선택하면 보험료가 즉각 계산된다.보험료 비교 사이트 또한 나날이 증가하는 셀프 보험설계족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www.fss.or.kr)와 인스밸리(www.insvalley.com), 팍스인슈(www.paxinsu.com), 인슈넷(www.insu-net.co.kr) 등이 이들 사이트다. 보험사들의 각종 상품과 보험료를 비교해 본인에게 맞는 맞춤형 상품을 스스로 재단하는 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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