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해도 ‘머니’

직장인 김인수씨(34)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3년 안에 지금 사는 일산에 30평형대 내집을 마련한다는 꿈을 갖고 있지만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5,000만원 정도 되는 여유자금을 어디에 굴려야 할지 막막하다. 은행 상품이나 주식, 아니면 부동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요모조모 따져봤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3년 안에 최대한 돈을 불려야 하는 입장이라 난감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고민에 쌓인 것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여윳돈을 어디에 묶어 놓을지 결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얘기다. 또한 최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마침내 3%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은 절망감만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게다가 당분간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세다. 금리는 속성상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야 올라간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역시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오히려 상반기보다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금리가 올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하반기 주식투자 여건도 날씨에 비유하면 흐림에 가깝다. 거래소시장의 경우 상반기 한때 900선까지 치고 올라가며 기세를 올렸으나 고유가와 중국 쇼크 등 잇단 악재로 곤두박질 친 후 당분간 횡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시장은 아예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바닥권에서 헤매고 있다.다만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경우 더 이상 급락은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악재들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급락을 주도했다”며 “하반기 주식시장의 급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수출 등의 호조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은 만큼 증시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생길 경우 의외로 많이 오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최근 몇 년 사이에 투자자들간에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꼽혀 온 부동산도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택거래신고제, 개발이익환수제 등의 영향으로 바짝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조정국면에 들어갔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정광영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고속철 개통과 행정수도 후보지 선정 등 구조적인 변화가 변수”라고 지적했다.하지만 토지에 대한 부분은 예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아파트나 주상복합 쪽에서 땅으로 옮겨가면서 일부 지역이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충청권 등 행정수도 유력 후보지와 수도권의 개발 가능성이 큰 지역은 부동산 경기와 관계없이 하반기 최대의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앞에서 살펴봤듯이 하반기 재테크 기상도는 전체적으로 흐리다.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다고 집에서만 죽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낮다는 것은 재테크에서 반드시 악재만은 아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돈을 빌리기가 쉬워진다는 의미도 된다. 이자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원래 재테크를 효과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출도 적절히 활용한다. 기대되는 수익이 대출이자보다 많은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 전문가들은 “전체 투자금액의 20~30%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다만 신중한 접근은 필수다. 외부상황이 좋을 때는 한 번 생각한 다음 투자에 나서도 괜찮지만 하반기처럼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두세 번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기대수익률도 낮춰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다가는 낭패를 보거나 무리수를 두기 십상이다.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끌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성향에 맞는 기대수익률을 정한 다음 구체적으로 준비해 나가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