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외면’에서 불황타파 ‘승부수’로

자동차 · 패션 · 화장품 · 호텔 · 가전 등 '부자 지갑을 열어라' 파상공세

‘상위 5% 고객의 주머니를 열어라.’ 대기업 마케팅팀에 특명이 떨어졌다. ‘부자마케팅’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다. 이제까지는 ‘부자마케팅’을 애써 외면한 것이 사실이다. 대개 일반 소비자들의 반감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불황이 깊어지고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반감도 약해지는 추세다. 이렇게 되자 불황 타파의 유력한 수단으로 부자마케팅이 급부상했다. 자동차, 화장품, 패션업계의 대기업들이 부자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자동차업계 ‘골프마케팅’ 선호자동차업계는 요즘 들어 부자마케팅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BMW, 도요타, 혼다 같은 수입차업체들의 거센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다.현대자동차는 ‘에쿠스’에 사활을 걸었다. 한마디로 ‘황제 대접’을 한다. 구입고객들은 ‘에쿠스 VIP 프로그램’을 통해 갖가지 혜택을 누린다. 우선 출고한 뒤 3년, 6만km까지 수리는 물론 각종 오일류와 소모성 부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플래티늄 서비스’를 제공한다.차량이 수리에 들어가면 렌터카를 빌려준다. 혹시 출장 도중 고장으로 현지에서 숙박하게 될 경우 호텔 숙박비까지 대준다. 여기다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전국 사업소에 별도의 에쿠스 전담 하이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을뿐더러 234개의 에쿠스 전담 정비협력업체를 구축했다. 이밖에 해마다 골프대회, 골프아카데미 등에 VIP고객들을 초청하는 ‘골프마케팅’도 적극적이다. 최근 250명을 초청, 골프선수 최경주가 진행한 골프클리닉 행사도 열었다.기아자동차는 문화마케팅에 초점을 맞췄다. 오피러스 구입고객과 기존 멤버십 고객 대상이다. 멤버들은 ‘오피러스 멤버스 디너파티’와 ‘오피러스 팝스콘서트’에 초대된다. 일례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프랑스 레스토랑 쉔브룬에서 열리는 ‘오피러스 멤버스 디너파티’에는 7월까지 오피러스 구입고객 50쌍(1인 2장), 기존 멤버십 고객 100쌍(1인 2장) 등 총 300명을 초대한다. 8월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피러스 팝스콘서트’를 개최하는데 이날 공연에는 6월부터 7월까지 오피러스 구입고객 200쌍과 기존 멤버십 고객 중 300쌍 등 모두 1,000명이 초청장을 받는다. 애프터서비스(AS)도 특급 대우다. 우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지정 서비스센터마다 오피러스 전담 정비코너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쌍용자동차도 △격월간 잡지 무료 발송 △AS 전담팀 가동 △문화마케팅 등 차별화된 마케팅을 펴고 있다. 지난해 구입고객 전원에게 신라호텔 스위트룸 2박3일 숙박권을 제공했다. 오페라 등 다양한 문화공연에도 초대장을 보냈다. 올 4월에도 세종문화회관 재개관 기념 볼쇼이발레단 초청 공연에 300명의 고객을 초대했다. 오는 10월에는 도이치 오퍼 베를린 내한공연인 오페라의 초청장을 고객들에게 보낼 계획이다.GM대우도 ‘골프마케팅’에 나섰다. 해마다 개최하는 ‘GM대우배 전국 아마골프 최강전’이 그것. GM대우 전 영업소를 통해 신청을 받아 전국 각지에서 지역예선을 거친 100명이 최강자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최강자에게는 GM대우의 간판 차종인 매그너스2.0 클래식 다이아몬드와 우승트로피가 주어진다. 이 마케팅은 영업사원이 평소 접촉이 쉽지 않은 VIP고객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영업사원들이 추천한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무료 발송하는 도 VIP마케팅의 일환이다.패션업계 출장서비스 인기패션업체들도 맞춤서비스 등 VIP에 대한 대접이 극진하다.LG패션은 ‘알따 사르또리아’(Alta Sartoria)라는 방문 맞춤서비스를 도입했다. 신사복 브랜드 알베로(Albero)가 지난 5월 선보인 것으로 직접 고객을 방문해 체형에 맞게 옷을 맞춰준다. 30년 이상 경력의 수석패턴사와 맞춤 전담 어드바이저인 ‘알베로맨’이 함께 방문, 고객의 사이즈를 잰 후 고객이 직접 고른 원단과 컬러, 부자재 등을 사용해 원하는 스타일로 맞춰준다.제일모직도 VIP를 대상으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남성복 갤럭시의 ‘수미즈라’(Sumisuraㆍ반 맞춤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라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매장에 비치된 정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고객이 신사복 원단을 비롯해 각종 부자재를 직접 선택해 제작을 의뢰하면 고객의 요구에 맞게 신사복을 맞춰주는 것이다.FnC코오롱은 ‘E-코오롱’ 카드를 통해 VIP를 공략하고 있다. 구매금액의 5%가 포인트로 적립되며 1,000점이 넘으면 전 매장과 코오롱 슈퍼체인 ‘디마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무교동 FnC코오롱 직영매장에는 골프 시타실도 만들었다. 엘로드 골프클럽의 고객뿐만 아니라 무교동 방문 고객들도 시타실을 사용할 수 있다. 고객이 원하면 스윙레슨도 무료로 해준다.2~3년 전부터 VIP마케팅에 나선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최근 골프대회까지 개최하는 등 부자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태평양은 고급브랜드 ‘설화수’와 ‘아이오페’ 등 브랜드별로 VIP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설화수’의 경우 VIP고객 600명으로 ‘설화 메이븐 클럽’을 운영 중이다. 여성문화 계간지 를 무료로 보내주며 문화행사와 한방마사지 체험기회를 부여한다. ‘아이오페’는 ‘아이오페 맴버십 프로그램’을 통해 수시로 ‘아이오페 뮤지컬 갈라 콘서트’ 같은 문화행사에 VIP를 초청하고 있다. 이외에도 ‘백화점 향장회원 제도’를 운영, 다이아몬드 회원(연간 150만원 이상 구매)과 에메랄드 회원(연간 70만원 이상 구매), 일반회원으로 나눠 등급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LG생활건강은 ‘더 후’를 출시한 이후 고급한방화장품을 사용하는 상위고객 5%를 선정, 집중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앙드레김 등 유명 디자이너 패션쇼와 연계해 패션쇼장에 ‘더후’ 이미지 부스를 설치하고 참가한 고객에게 제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가졌다. 올 5월에는 ‘더 후’배 여자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열었다. 이외에도 백화점, 은행 VIP고객을 초청해 ‘더 후’ 브랜드 강좌와 미용강좌를 진행하고 있다.특급호텔들도 VIP마케팅에 승부수를 던졌다. VIP를 전담관리하는 팀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호텔 특성상 VIP들의 요구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호텔 VIP마케팅의 최정상은 역시 신라호텔이다. 다른 호텔에는 하나밖에 없는 국빈급 VIP 객실을 2개나 갖고 있다. 전체 고객의 1% 안팎인 VIP고객을 위해 맞춤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례로 국내외 VIP가 방문한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한다. 고객에 대한 모든 신상조사가 이뤄지며 각 식음료업장, 객실 등 모든 부서의 유기적인 협조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최근에 구축한 ‘신라 SCALE(System for Capture, Analysis, Learning & Evaluation) 시스템’은 고객의 한마디 말도 놓치지 않고 시스템에 입력해 조치상황 및 고객의 반응까지 총괄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객실과 식음료 객장을 많이 방문하는 고객들도 특별관리한다. 이들에게는 무료숙박권, 미팅룸 무료이용, 레스토랑 할인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조선호텔도 VIP 리스트를 작성, 각 레스토랑에서는 그들이 원하는 메뉴, 습성 등을 모두 기억해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조선 VIP 카드’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각종 할인혜택이 주어지며 수상스키, 승마, 영화시사회 등의 행사에 초대된다. 이밖에 연회비 33만원을 내면 가입자격이 주어지는 ‘조선프리미엄 클럽’도 VIP마케팅의 일환이다.워커힐호텔은 별도의 ‘VIP이벤트 및 웨딩팀’을 통해 이벤트 위주의 마케팅을 펼친다. 와인파티 등 테마가 있는 파티를 수시로 열고 있으며 1년에 4차례 ‘VIP골프토너먼트’도 개최하고 있다.가전업계도 서서히 VIP마케팅에 눈을 뜨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드럼세탁기, 김치냉장고 등 3대 백색가전을 한데 묶은 고급가전 공동 브랜드 ‘하우젠’을 내놓으며 부유층을 겨냥한 판매전략에 열중하고 있다. LG전자는 고급고객을 위한 멤버십클럽 ‘클럽크렘’을 운영 중이다. 뮤지컬 에 1,000여명의 고객을 초청하는 등 문화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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