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급락은 없다…악재 이미 반영

주식시장은 공책으로 치면 ‘종합장’과 같은 것이다. 경제, 사회, 정치 등 모든 요소가 결합돼 반영된다. 이뿐만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의 심리상태도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주가가 오를 것인지, 아니면 떨어질 것인지를 전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특히 올 하반기는 더 그렇다. 유가상승, 미국의 금리인상, 차이나 쇼크 등 트리플 악재 중 하나도 확실하게 해소된 것은 없다. 국내 상황도 종잡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내수경기는 언제쯤 회복될 것인지, 수출은 지금처럼 호황을 누릴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행정수도 이전, 이라크 파병,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예민한 사안들이 즐비하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가의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 실적이 좋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국내 대표적 주식은 어느 때보다 싸다. 기업 실적에 비춰 보면 외환위기 때보다도 싸다. 따라서 현재 주가가 바닥권이고, 더 이상 추가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문제는 대외변수다. 대외변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반등의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당장 코앞에 닥친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문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이제는 금리인상 여부가 아니라 인상폭이 얼마나 될지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미국금리와 관련된 말 한 마디에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는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미국시장의 약세 전환이다. 그러나 두 가지 관점 모두 지나치게 부정적인 관점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자금의 주식시장 이탈은 지난 98년 이후 세계증시의 흐름을 짚어볼 때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의 경기가 확장된다는 것은 신흥시장의 입장에서 보면 수출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신흥시장 국가의 기업 실적이 좋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외국인의 주식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대한투자증권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국채와 신흥시장의 주식수요가 서로 대체관계에 있지 않은 만큼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흘러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시장이 약세로 전환되고 결국 전체 시장의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대투증권은 지적했다. 1970년 이후 미국의 금리와 주가는 역(逆)상관관계를 보여 왔으나, 지난 98년 이후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실세금리의 인상 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미국금리 올라도 영향 적을 듯두 번째 변수는 차이나 쇼크다. 중국은 경기를 진정시키는 것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그래서 중국의 금리인상설도 솔솔 불거져나온다. 또 각종 투자를 연기하고, 부동산 과열을 잡는 등 경기연착륙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경기의 경착륙은 없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경기 진정책은 국내기업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중국이 급속하게 경기를 가라앉힌다면, 간신히 회복국면에 들어간 미국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다양한 경기 진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더 이상 과격한 정책은 구조적으로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에서 더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 번째 변수는 고유가다. 유가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큰 폭으로 오른 기름값은 국내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오름세가 둔화됐다는 게 큰 위안이다.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하반기는 경기가 약한 침체국면을 보일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5.7%로 잡았다가 고유가 등을 고려해 5%로 낮췄다. 2분기도 1분기와 마찬가지로 5.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3분기는 4.8%,4분기는 4.6%로 성장률이 둔화될 조짐이다.업종별로는 명암이 엇갈린다. 경기회복이 지속되는 산업은 음식료와 조선, 은행,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이동통신 등이고 경기가 피크를 지나는 업종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이다. 경기가 지극히 부진했으나 이제 회복단계로 들어서는 업종은 석유화학, 철강금속, 자동차, 유통 등이고 부진이 지속될 업종은 디스플레이와 건설, 미디어광고 등을 꼽을 수 있다.음식료는 중국의 경기조절로 원자재 가격과 해운운임이 안정돼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은 후판 가격이 안정되고 지난 2002년에 싼값으로 수주한 물량을 다 털어내 조선가 상승에 따른 실적호전 속도가 두드러질 전망이다.인터넷, 엔터테인먼트, 이동통신은 외부경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꾸준한 실적을 올리는 업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편 은행업은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 증가라는 문제로 실적 개선이 기대보다는 둔화되나 구조조정의 효과와 신용카드 부담이 감소돼 하반기에도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반도체는 올 상반기에 호조를 보였다. 계절적인 수요로 3분기에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지만, 4분기부터는 가동률이 하락해 경기하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전화는 수출물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다. 석유화학과 철강, 자동차는 트리플 악재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하반기 중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하반기에 주식을 사야 한다는 뜻이다. 가전과 디스플레이, 건설, 미디어, 광고 등은 내수경기의 침체로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이밖에 하반기에 고려해야 할 것은 개인투자자가 시장에 돌아올 것이냐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은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들어 개혁하겠다는 말은 무성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며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지 못해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 주식시장은 대외변수의 움직임과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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