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조사·분석 ‘시장 선진화’ 한몫

부동산시장에 변화의 조류가 뚜렷하다. 지난해 10.29안정대책 발표 이후 거래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고급 두뇌의 진출과 선진 투자 분석기법의 확산 등 긍정적인 현상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일례로, 건국대 야간대학원에선 부동산학과가 해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학생들은 각급 기업이나 금융사 임직원, 자영업자 등 다양하다. 변호사, 감정평가사처럼 남부러울 것 없는 전문직 종사자도 드물지 않다. 자신의 고유 업무에 전문성을 더하고 나아가 제2의 직업으로 삼겠다는 게 대다수의 진학 동기다.또 언론사나 재교육기관이 내놓는 각종 부동산 관련 강의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단일 자격시험 종목으로는 사상 최대인원이 원서를 접수했다는 사실에서도 부동산에 대한 세인의 관심과 열기를 읽을 수 있다.과거 부동산시장은 복덕방, 복부인, 졸부 등 부정적 이미지와 선입관에 붙들려 있었지만 이젠 옛 말이 됐다. 개인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투자상품으로, 가장 유력한 재테크 수단으로 가치가 입증되면서 시장을 보는 시각도 달라진 것이다.달라진 시장에선 새로운 직군의 부상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부동산시장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미래 가치까지 예측하는 부동산 애널리스트의 등장이다.부동산 애널리스트는 경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특히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분석, 미래 예측까지 해 낸다는 점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비슷한 업무 영역을 갖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과 예측이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부동산 애널리스트의 파워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이들의 리포트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바뀌고 건설업체의 분양실적이 좌우되기도 한다.부동산 애널리스트의 등장은 인터넷의 확산과 맥을 같이 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시세정보서비스업체가 늘어나면서 시세조사부터 분석, 예측까지 총괄하는 애널리스트 영역이 만들어진 것이다.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위해 심도깊은 분석과 예측이 필요하게 됐고, 이는 곧 부동산 애널리스트의 등장으로 이어졌다.주먹구구식이 아닌, 과학적인 툴을 개발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점에서도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주목받는다. 부동산114는 최근 ‘실거래가 지수’를 개발해 시세조사의 정확성을 한 단계 높였고 부동산뱅크는 ‘미래가격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출원까지 했다. 이밖에도 각사는 고유의 지수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부동산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시장의 선진화, 과학화 행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들의 활약으로 감(感)으로 투자해 운(運)으로 돈 벌던 시대는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다.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실장‘이슈 메이커’ 명성높아…특허 출원 낸 재주꾼부동산뱅크는 지난 88년 국내 최초로 부동산 시세정보서비스를 시작한 회사다. 99년을 전후해 생겨나기 시작한 다른 시세정보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다. 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실장(36)은 “국내 부동산시장 역사를 아우르는 소중한 데이터로 의미 있는 분석 작업을 할 때 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며 자랑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양실장은 지난 99년 취재기자로 입사, 부동산 현장 곳곳에서 뛰다 2000년부터 리서치 분야에 배치됐다.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기자 출신 애널리스트가 탄생한 셈이다. 이전까지는 데이터 분석과 리포트 작성 담당이 나뉘어져 있어 일관성 있는 콘텐츠 개발이 어려웠지만 양실장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됐다. 이를 계기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리포트 작성, 미래 예측을 총괄하는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각사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양실장이 모델이 된 셈이다.매일 각 분야 시황을 내면서 누구보다 빨리 부동산 시장 흐름을 읽는 그는 이슈가 되는 리포트를 내기로 유명하다. 지난 7월 이라는 글에서 ‘송파, 강남, 양천, 서초 아파트값은 30% 이상 빠져야 한다’고 주장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올 초에는 를 발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주식에서 이용하는 이동평균선을 부동산 가격 분석에 접목하는가 하면, 증권사 기술적 분석에서 착안한 ‘미래가격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출원까지 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은 모두 ‘차별화 된 분석을 내놓자’는 의지에서 비롯됐다.“민간 시세정보서비스업체가 늘어나면서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갖는 이가 많습니다. 생명이나 다름없는 정확한 조사와 분석, 부동산 정보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의문이 가면 현장에 가서라도 확인을 하고 확신이 가지 않는 내용은 발표하지 않아요. 공정성 확보와 내집마련 수요자에게 도움되는 분석이 최고의 가치라고 믿으니까요.”그러나 아직까지 부동산 정보업체의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이 많다. 그는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한몫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투기를 조장하는 세력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며 “정부도 편견을 버리고 민간 시세정보업체의 노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대표 리포트: 김혜현 부동산114 시스템운영본부장11년차 베테랑, 자산 관리에도 일가견“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정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저 ‘사 두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와 감(感)에 기대어 투자를 하곤 했지요. 하지만 이젠 많이 달라졌습니다. 정확한 조사와 과학적 분석에 바탕을 둔 정보만이 설득력을 얻는 시대가 됐거든요.”김혜현 부동산114 시스템운영본부장(35)은 앳돼 보이는 외모와 달리 11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부동산 애널리스트다. 지난 94년 부동산뱅크에 입사하면서 부동산시장과 인연을 맺은 이래 줄곧 정보서비스 분야에 몸담아왔다. 98년엔 부동산114 창립 멤버로 합류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콘텐츠 기획 등의 업무를 맡아 부동산114를 업계 1위로 만드는 데 단단히 한몫 했다.1주일 단위로 시황을 분석해 리포트를 내고 틈틈이 칼럼을 쓰기도 하는 그는 정확한 시세조사를 위한 모형 개발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실거래가 지수’를 개발한 것도 조사 분석 활동에 정확성을 더하기 위해서였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데이터베이스를 애지중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김본부장은 최근의 부동산시장에 대해 ‘빈익빈 부익부 심화’를 키워드로 들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정책변수로 인한 현상일 뿐, 미래가치까지 하락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외곽지역 소형 아파트 하락세가 뚜렷한 반면 중산층이 선호하는 인기단지는 견고한 지지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여력이 있다면 입지여건이 좋은 강남이나 용산, 뚝섬, 상암지구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 투자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가격이 떨어진 외곽 보다 이들 지역이 장기적으로 투자수익이 높을 것이란 예상에서다.김본부장은 부동산시장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한층 선진화 된 정보서비스를 선보이는 부동산 애널리스트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지만 목표는 의외로 소박하다. “부자의 전유물이 아닌, 평범한 무주택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생산하는 게 지향점”이기 때문이다.한편으로는 부동산과 금융이 개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시대인 만큼, 자산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지식과 시각 갖추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어디가 오를 거니까 사세요’ 식의 부동산 정보는 생명이 다했어요. 치밀한 조사를 기반으로 수익 발생 요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석해내는 것이 수요자가 원하는 것이지요. 정보 습득에 지불하는 비용이 아깝지 않은, 그런 자산 관리 정보 말입니다.”대표 리포트: 김광석 유니에셋 리서치센터 팀장거침없는 리포트 인기 짱…정책도 바꾸는 ‘파워’2000년 6월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유니에셋은 지난 4월 이후 일반 수요자 사이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아파트 공사 PM, 분양사업 등 일반 수요자와 거리가 있는 굵직한 사업에 무게를 둬 다른 시세정보 사이트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김광석 리서치센터 팀장(33)이 부임하면서부터 유니에셋은 인기 시세정보 사이트로 급부상했다. 김팀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리포트를 내면서 신문, 방송 등에서 이를 앞 다퉈 인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리서치 범위에 한계는 없습니다. 수요층이 원하는, 알고자 하는 정보면 모두 유효하지요. 한주간 부동산시장 트렌드를 읽으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을 해 봅니다. 전문화된 조사 분석, 특화된 결과물이 반향을 일으킬 때면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김팀장은 최근 주택거래신고제의 구단위 적용 불합리성을 지적, 정책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 송파구처럼 한 행정구역 안에서도 동마다 시세 흐름이 다른데도 규제 정책을 일괄 적용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었다.또 지난 6월에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된 충청도 일부 지역이 투기세력의 천국이 되고 있다고 지적, 큰 파장을 몰고 오기도 했다. 이후 조치원 등이 전매제한지역으로 묶여 수많은 떴다방이 보따리를 싸야 했다.이처럼 거침없는 리포트는 때로 뜻하지 않은 반응을 몰고 오기도 한다. 최근 경쟁사의 시세조사가 잘못됐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 오해를 산 것이 대표적이다. 김팀장은 “시세조사는 어느 분야보다 정확성을 기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경쟁사가 소홀했던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히고 “이를 계기로 업계가 더 신중하고 책임성 있게 역할을 수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닥터아파트에서 정보분석팀장을 역임하기도 한 김팀장은 98년 일선 중개업소에서부터 부동산을 배웠다. 이후에도 상담, 시세조사, 커뮤니티 운영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경험한 것이 강점이다. 그는 적정 내집마련 시기를 묻는 질문에 “올 10~11월이 급매물 수집의 찬스”라고 내다봤다. “내년부터 시행될 보유세 강화 정책 때문에 심리적으로 다급해진 다가구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대표 리포트: 강현구 닥터아파트 정보분석실장1인 다역의 ‘소시민 집장만’ 길잡이닥터아파트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부동산 애널리스트라는 직함을 공식 사용하는 업체다. 최근 이 회사에 14명의 애널리스트를 총괄하는 강현구 정보분석실장(33)이 부임했다. 이전까지는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와 내집마련정보사 컨설팅팀에 몸담았었다.“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전문화되고 있는 만큼 시세정보업체 종사자도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지위의 막중함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부동산 애널리스트라는 공식 직함을 사용하는 것이죠.”강실장은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하는 일이 “시장을 주도하는 역할”이라고 표현했다. 시세를 조사하고 시황을 분석하며 때로 수요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컨설턴트로 1인 다역을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역할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감이 대단하다.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규제정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기 예측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솔직히 털어놓았다.“과거엔 거시적인 경기 변동과 연동해 부동산시장이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 전망 예측 적중도 역시 비교적 높았어요. 하지만 2000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정책 변수가 많아져 어려움이 많습니다.”“부동산은 미래가치를 바탕으로 하지만 의외성이 부쩍 많아져 예측하기가 쉽잖다”는 것이다. 이는 조사-분석-예측을 업으로 삼는 부동산 애널리스트가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6ㆍ7월, 1ㆍ2월에 평균적으로 나타나던 방학철 거래 상승 사이클도 감지되지 않았다.그러나 앞으로 예상되는 정책규제 완화가 가져 올 파급효과는 이미 강실장의 머리 속에 정리돼 있다. 그는 “강력한 규제 해소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심리적 기대가 살아나 화성 동탄지구, 인천 논현지구와 서울 저밀도 재건축 등 일반분양 시장은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부터는 재건축 후분양제도가 본격 실시돼 ‘분양 물량이 줄어든다’는 심리도 분양시장 견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이야기다.투자상품을 찾아 헤매는 부자와 딱한 사정의 무주택자를 동시에 많이 만나봤다는 그는 “소시민들이 최선의 방법으로 집장만에 성공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또 콘텐츠에 강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로 인정받고 싶다는 목표도 덧붙였다.대표 리포트: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패기·자부심 똘똘 뭉친 무서운 신예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28)은 업계 애널리스트 가운데 가장 ‘구력’이 짧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기자 출신으로 현장을 누빈 경험과 부동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 덕분에 벌써부터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기자직에 관심이 있어 에 입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동산시장을 취재했지요. 처음엔 생소한 환경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갈수록 시장의 역동성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리포트나 분석을 낸 후 시장에서 반응이 곧바로 나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에요.”과거와 달리 과학적 분석과 정확한 예측만이 지명도를 확보하는 달라진 부동산시장 환경이 김팀장에겐 반갑기만 하다. 여기에 일에서 재미와 보람을 찾는 20대의 패기까지 더해 “부동산 애널리스트로 자부심을 느낀다”는 자신만만한 대답이 이어졌다.김팀장은 1주일에 한번씩 나오는 시세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시황을 분석하고 스피드뱅크 자체 ‘SB지수’로 데이터화, 유효한 트렌드를 뽑아내는 역할을 한다. 콘텐츠팀, 데이터개발팀, 시세팀, 분양팀 등 부서 내에서 세분화 된 팀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총화해 하나의 일목요연한 리포트로 만들어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숫자 하나,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하나의 실수로 엄청난 반향이 올 때, 만만한 일이 아니구나 하며 새삼 느낀다”는 김팀장은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며 겸손해 했다.김팀장의 바람은 증권사 애널리스트처럼 부동산 애널리스트도 완벽한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 업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무르익는 것. 시세정보서비스업계의 통일되지 않은 시세 데이터를 정형화 하고 서로 협력해 윈-윈하는 방법에도 관심이 많다.“리포트 등을 낼 때, 되도록 시장을 선동하거나 자극하는 요소는 줄이려고 합니다. 중립적 입장에서 조율, 시장에 두루 도움이 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지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학문의 깊이와 경험을 더 쌓아야지요.”미혼인 김팀장은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테크에도 도움이 되도록 두루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대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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