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개선만이 우리의 살길’

글로벌 물류에 승부수… 시장변화 대응능력 더 키워야

박재규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45)은 민간기업 출신으로 우편사업의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LG홈쇼핑에서 마케팅본부장으로 일하던 그가 우정사업본부로 옮긴 것은 2003년 6월. 잘나가던 박단장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전직한 것은 우정사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달았고, 또 미래를 무척 밝게 봤기 때문이다.우선 박단장은 물류량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향후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전자상거래가 전체 물량의 5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미국의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에 동감했습니다.” 세계적인 IT강국인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택배물량을 우체국이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더군다나 그는 우리나라 우정사업본부도 혁신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물류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특히 “우정사업본부는 전국 각지의 3,700여개 우체국과 우편취급소 등의 물류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승산이 높다”는 판단이었다.그는 우편사업단장을 맡자마자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한때 적자였지만 세계적인 물류기업으로 탈바꿈한 독일, 네덜란드 등 해외 우정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독일 우정국의 경우 95년 출범 이후 단자스, DHL 등 특송물류회사를 인수해 세계 최대 물류회사로 거듭난 점을 배워야 합니다.”하지만 공기업의 특성상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택배사업은 서비스 품질로 승패가 결정됩니다. 따라서 고객에 대한 마음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의 경우 서비스 마인드가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이에 대대적인 서비스 혁신운동을 펼쳤다. 그는 “나중에 우편사업단장직을 퇴임했을 때 ‘서비스 단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밀어붙였다. 우선 ‘민원’이라는 용어부터 없앴다. 민원은 ‘고객을 왕’으로 여겨야 하는 우편사업단 입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소비자의 불만을 접수하는 콜센터를 개설, 접수한 불만사항은 모두 녹음해 해당 우체국장에게 보냈다.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녹음테이프를 지역청장에게 발송했다. 집배원 개인의 서비스카드를 만들어 점수를 기록하는 ‘고객만족 집배원 제도’도 그의 작품이다. 올해는 아예 ‘서비스 원년의 해’로 선포할 정도로 서비스에 대한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아직도 민간기업과 비교했을 때 서비스 수준이 낮다고 주저 없이 말할 정도이다.그렇다고 서비스 개선에만 모든 걸 의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신규사업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우체국 내 편의점을 설치한 것도 그중의 하나다. 그는 “향후 우체국 내 편의점을 100여개 정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규사업 진출과 함께 국제특급우편(EMS)의 집중 육성에도 나선다.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 32%로 DHL에 이어 2위로 치고 올라선 것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그는 2008년까지 국내 시장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하지만 아직도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다. 공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순발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따라서 “우정분야에도 민간기업에 버금가는 효율성을 도입해야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영혁신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물류 및 고부가 배달사업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죠. 뉴질랜드 우정의 혁신사례에서처럼 변화에 따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그는 지난해 여름휴가 때 뉴질랜드 우정의 흑자전환에 관한 책을 읽고 이를 번역해 최근 출간했다. 뉴질랜드 우정공사는 뉴질랜드 내 연고가 없는 호주인을 우편단장으로 영입,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우체국 50%를 구조조정하는 등 고통을 감내하며 기어코 흑자전환에 성공한 경우다.그는 “우리나라 우정의 파워는 UPU(만국우편연합)의 이사국으로 선출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며 “혁신에 적극 나선다면 아시아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약력 : 1960년생. 85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92년 MIT 마케팅 MBA. 95년 MIT 물류공학 박사. 95~2001년 LG구조조정본부 사업조정팀. 2001~2003년 LG홈쇼핑 마케팅본부장ㆍ고객서비스 부문장. 2003년 6월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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