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디스플레이 ‘넘버원’

브레이크 없는 질주라고 할까. 삼성SDI의 성장세가 놀랍다. 브라운관 전문기업이 어느새 PDP, 2차전지 등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툰다. 경영실적도 ‘토끼걸음’이다. 매출(해외법인 포함)은 2001년 5조원, 2002년 6조원, 2003년 7조원대로 매년 조 단위가 바뀐다. 올해 목표도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8조2,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순이익도 마찬가지다. 2001년 5,560억원에서 2003년 6,494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3대 신사업인 PDP, 2차전지, OLED의 성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다.3대 신사업 비중 50% 돌파삼성SDI의 성공비결은 뭘까. 먼저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브라운관 전문기업에서 첨단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 중심축이 옮겨간 것이다.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미래 성장성을 감안, 차세대 신사업에 집중 투자해 온 결실이다. 결국 4년 만에 전체 매출에서 브라운관이 차지하는 비중(3조6,000억원)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대신 PDP와 2차전지 1조9,000억원, 모바일디스플레이(LCDㆍOLED)가 2조5,000억원으로 53%를 차지했다.PDP는 지난해 2라인 준공으로 1, 2라인에 월 13만대 생산규모를 갖춰 세계 1위로 도약했다. 현재 건설 중인 3라인이 완공되면 월 25만대로 경쟁업체들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따돌릴 것으로 본다. PDP는 기술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1장의 유리 원판에서 PDP를 3장(2라인)과 4장(3라인)씩 만들 수 있는 다면취 공법 개발로 세계 PDP업계를 리드하고 있다.OLED는 2002년 8월 세계 최초로 풀컬러(256컬러) 제품 양산에 성공했으며 월 120만개(1인치 기준) 규모의 PM(Passive Matrix) OLED 생산능력을 갖췄다.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32%를 기록, 양산 1년 반 만에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올해는 40%, 내년에는 45%까지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AM(Active Matrix) OLED도 올해 안에 사업준비를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 중에 본격 생산한다는 방침이다.모바일기기의 심장부인 2차전지도 3월 제2공장을 준공, 현재 월 1,600만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해 산요, 소니와 함께 ‘톱3’에 진입했다. 올해 월 2,100만셀까지 생산능력을 높여 시장점유율을 14%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그렇다고 브라운관 사업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이 아니다.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꾸준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1년 5,100만개, 2002년 6,100만개, 2003년 6,200만개로 판매 개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상당수 경쟁사가 완전히 손을 떼거나 생산축소,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3대 신사업이 일본업체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단번에 따라잡았다는 것이다.PDP는 5~6년, 2차전지는 10여년, OLED는 1~2년 정도 늦게 출발했다. 그러나 탁월한 신제품 개발력과 생산성 혁신을 통해 양산 1~2년 만에 모두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제품으로 만들었다. 여기에는 과감한 투자와 더불어 삼성그룹의 네트워크 덕을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반도체의 삼성전자, 부품의 삼성전기와 삼성코닝, 그리고 디스플레이의 삼성SDI가 결합, 짧은 시간에 일본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배철한 PDP본부장(부사장)은 “제품 개발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아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 일본을 이긴 비결”이라고 말했다.여기다가 김순택 사장의 과감한 결단이 결정적이었다. 김사장은 2000년 부임 이후 4년 동안 브라운관에서 벌어들인 돈을 OLED, PDP, 2차전지 등에 집중투자했다. 투자 초기에는 사업성이 불투명한 분야라며 반대가 만만찮았다.더구나 일본업체보다 PDP는 5~6년, 2차전지는 10여년, OLED는 1~2년 정도 늦게 시작한 것이어서 ‘과연 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김사장은 신사업의 높은 성장성을 정확히 예측했다. 그리고 신속한 투자와 연구개발, 우수인력 확보를 통해 조기에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삼성SDI는 최근 2010년 연매출 20조원, 이익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발표했다.이를 위해 지난해 투자금액(약 8,000억원)보다 38.5% 늘어난 1조1,080억원을 올해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PDP, 2차전지, OLED와 FED(전계발광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수종사업에 전체의 87%인 9,630억원을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돋보기 김순택 삼성SDI 사장 탐구감성경영·현장경영 돋보여삼성SDI의 최신 PDP와 OLED 개발 제품이 꼭 거쳐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김순택 사장(55)의 집이다. 김사장은 아예 테스트용으로 PDP와 OLED를 집에 설치해 놓고 개선점을 꼼꼼히 체크한다. 경제학도 출신이면서도 PDP생산 메뉴얼을 술술 외울정도로 전문엔지니어보다 해박한 지식을 갖췄다는 평이다.생산현장에서 즉석 간부회의를 갖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경영의 성패가 임직원 개개인에게 달려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따라서 수시로 현장을 방문,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장방문 때 직접 청취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꼼꼼히 메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에 110일을 국내외 생산현장에서 보냈을 정도로 현장경영 마인드가 투철하다.감성경영도 김사장의 전매특허다. 일단 인연을 맺고 함께 일한 사람을 끝까지 신뢰하고 챙기는 스타일이다. ‘성년의 날’에 사장 명의로 ‘말하는 곰인형’을 선물한다거나 신임부장들과 찜질방에서 ‘신임부장ㆍCEO 간담회’를 갖는 등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삼성SDI의 폭발적인 성장배경에 김사장이 있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주변의 반대를 무릎 쓰고 신사업에 거액을 투자, 성공한 것은 그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다소 벅찬 목표를 잡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평소에 “도전이 없는 조직은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며 “고지를 오르기 위해 땀 흘리다 보면 모든 임직원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자세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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