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2년차 ‘지금은 내부혁신 중’

‘전화하세요. 음악으로 받아줄게, 앙~.’영화배우 김정은의 애교 섞인 멘트로 마무리되는 최근 KT의 TV광고는 달라진 KT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이 광고는 올 4월부터 서비스되고 있는 KT의 전화 부가서비스 ‘링고’(Ringo)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김정은의 코믹한 모습과 함께 가벼운 톤으로 제작됐다. 링고는 KT전화 이용고객에게 전화를 걸면 휴대전화처럼 다양한 통화연결음을 들을 수 있게 한 서비스.KT는 2002년 8월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1987년 민영화 결정 이후 15년 만에 완결됐다.이제 민영화 두 해째를 맞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3월 주주총회부터 달라졌다. 광고모델인 가수 성시경과 황현정 아나운서의 사인회가 있는 새로운 주총문화를 보여줬다.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있었다.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도 적극 나섰다. 달라진 TV광고는 부가서비스를 통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해 가고 있는 KT의 경영환경이 반영된 것이다.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메가패스’는 올해로 출시 5주년째를 맞는다. 지난해 초 메가패스 가입자수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후발 사업자지만 사업 개시 1년이 지난 2000년 6월에 이미 국내 초고속인터넷시장 1위에 올랐다. 그해 9월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0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올 4월 말 기준으로 58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그야말로 이제 KT의 주요 사업이 초고속인터넷임을 입증하는 숫자들이다.올해는 서비스업체로서 새로운 이슈를 많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사례로 6월 초에 KTF 무선전화와 연계한 ‘원폰서비스’를 개시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뒤를 이어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킬러애플리케이션’이 요구됨에 따라 이 같은 결합상품을 내놓았다.원폰서비스는 접속장치가 설치된 집안에서는 유선전화 요금으로, 집밖에서는 휴대전화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ㆍ무선통신의 복합서비스. 7월 말까지 시범서비스 기간을 가진 뒤 8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홈네트워크 서비스인 ‘홈엔’ 서비스의 상용화도 최근 시작됐다. ‘홈엔’은 메가패스에 KT에서 개발한 홈게이트웨이(셋톱박스)를 연결한 통신방송 통합서비스다. 이를 통해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고화질로 볼 수 있게 된다. 또 집에 설치해 둔 카메라를 통해 언제든 집안을 볼 수 있는 ‘홈뷰어’ 서비스도 체험할 수 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서울 목동, 경기 성남 분당지역 200여 고객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의 용산, 관악구 등 수도권 지역 17개 지점으로 확대된 상태다. 오는 9월까지 서울 강남, 송파, 인천 등 39개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서비스는 연말까지로 잡고 있다.이처럼 잇따라 새로운 수익모델을 선보이는 것처럼 KT는 조직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지난 연말에는 경영효율화를 위한 인력조정이 이뤄졌다.2003년 선정 ‘한국의 100대 기업’에서 5위였던 KT는 올해 한 계단 내려앉았다. 치열한 통신시장의 경쟁구도에 따른 것이다.지난해 10월 이 회사는 ‘매출정체, 경쟁심화 등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회사의 장기적인 경영효율을 강화한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하던 데서 15년 이상으로 대상 폭을 늘렸다. 5,500여명이 신청해 연간 3,300억원의 인건비와 기타 비용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의 비율이 2002년의 23.7%에서 2005년까지 20% 이내로 개선될 것이라는 얘기다.회사 관계자는 “인력감축이 노사합의에 의한 성공적인 인력순환 사례로 다른 기업의 경영혁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평했다. 공기업의 구태를 벗기 위해 조직개편과 함께 선진 경영 기법도 과감히 도입했다는 부연설명이다.특히 KT는 내부조직 개편과 더불어 전문경영인 중심의 주주중시 경영구조가 확립됐다는 점을 자랑한다. 사외이사와 전문경영진이 주주이익을 중시하는 선진국형 지배구조를 확립해 모범적인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이처럼 민영화 이후 ‘투명경영’을 중시해 온 KT는 지난해 7월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가 선정하는 ‘2003년도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뽑히기도 했다.이용경 KT 사장은 “민영화 이후 투명경영과 주주중시경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며 “신뢰경영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모델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지난해 KT는 매출 11조5,745억원을 기록했다. 2002년(11조7,088억원)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적이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매출ㆍ사업구조를 기존의 통화사업 중심에서 초고속인터넷사업 위주로 변모하는 데 성공해 3조247억원(전년 동기 대비 526억원 증가)의 매출과 7,513억원(전년 동기 대비 266억원 증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올해 초고속인터넷 총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1,118만명) 84만명이 증가한 1,202만명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회사측은 신규고객 확보를 위한 ‘크린아이’(유해정보 차단), ‘타임코디’(이용시간 관리) 등 부가서비스의 판매 활성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3GHz 사업 등 차세대 성장사업들도 착실히 준비되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궁극적으로 초고속인터넷사업을 중심축으로 ‘Value Networking Company’를 구현할 통합서비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게 KT의 방침이다.돋보기 경영혁신프로그램 가동6시그마운동 전사로 확대 추진‘100년의 역사를 이어온 KT, 향후 100년을 준비하다.’지난해 KT는 민영화 이후 100년을 준비한다는 모토로 6시그마를 전격 도입했다. 2005년까지 전 계열사로 확대할 계획이다.통계 척도를 사용해 모든 품질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문제해결 과정ㆍ전문가 양성 등 효율적인 품질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전사적인 기업경영 전략이다. 모토롤러가 1980년대 말 처음 도입한 뒤 제너럴일렉트릭(GE), 소니 등 초우량 기업에서 채택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KT는 올해 본사와 사업부서 중심으로 이 캠페인을 전개해 2004년까지 6시그마 운동의 전사적 확산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여기서 624억원 수행성과를 달성하기로 했다는 것. 또 2005년까지는 전 계열사로 확산시켜 1,530억원의 수행성과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원주에 있는 자사 연수원에 ‘6시그마 스쿨’을 설치했다. 그 첫 교육과정으로 이틀 동안 모든 임원을 대상으로 ‘그랜드 챔피언’ 교육을 시행했다. 그랜드 챔피언은 6시그마 조직을 이루는 직책 중 하나로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총책임자를 말한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