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택상품 ‘타운하우스’

자연·이웃과 오순도순 ‘아파트 같은 단독’

앞마당 푸른 잔디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한쪽에선 아빠가 바비큐를 굽는다. 엄마는 테라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집 앞으로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다 울창한 뒷산 사이 산책로를 거닐며 콧노래를 부른다….복잡한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일수록 이렇듯 ‘자연과 가까운 곳에 예쁜 집을 짓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꿀 것이다. 이런 여유로운 삶 속에 어울리는 집이라면 흔히 ‘전원주택’을 꼽는다. 90년대 중반부터 양평, 용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원주택 개발이 이어지기 시작해 이제는 단지형 전원주택이 낯설지 않게 됐다. 단독주택들이 하나의 단지(마을)를 이루도록 다수의 주택지를 조성, 일반에 공급하는 게 일반적이다.그러나 상당수의 전원주택 단지가 교통, 생활편의시설, 방범ㆍ보안 등의 수준이 낮아 입주 후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다시 도시로 주거지를 옮기고 전원주택은 주말에만 이용하는 세컨드 하우스로 삼는 이가 적잖다. 분양률이 저조해 몇 년째 ‘나홀로 주택’으로 남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또 취향대로 집을 지을 요량으로 토지를 매입했다가 몇 년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도 있다. 3년 전 경기도 가평에 전원주택 부지를 분양받은 김정웅씨(53ㆍ자영업)는 “막상 건축을 하려니 정보가 달리고 전문업체에 맡기려니 지나치게 고비용이어서 망설이고만 있다”고 털어놓는다. 모두 전원생활의 환상이 실망으로 돌아온 사례들이다.실제로 전원주택 단지가 생활터전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동호인 건축 방식으로 지어져 이웃간 커뮤니티(공동체) 형성이 탁월하거나 생활편의시설 이용이 편리한 입지, 교통망, 적정 투자비 등이 충족된 경우로 국한되는 실정이다.벽·지붕 공유 외형만 공동주택하지만 최근 주목받고 있는 타운하우스(Town House)는 쾌적성과 여유로움을 살리는 대신 전원주택의 단점을 크게 줄인 주택 형태여서 남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의 벽을 붙이는 합벽식(合壁式) 구조로 2가구 이상이 지붕을 공유하며 1개동을 이루기 때문에 외형상 공동주택과 비슷하다. 하지만 독립성이 보장된 출입문과 지하층에서 지상층을 통째 사용하는 내부구조는 단독주택과 다를 바 없다. 공동 관리가 가능하면서도 단독주택의 독립생활이 가능한 셈이다. 똑같은 모양의 단독주택을 연이어 붙여 놓았다고 해서 듀얼하우스(Dual House)라고 부르기도 한다.타운하우스의 필수 요건 중 하나는 커먼 스페이스(Common Space)라고 부르는 공동 정원(마당)이다. 이곳에서 입주민간 커뮤니티가 형성돼 마치 한 가족이 사는 듯한 마을을 만들 수 있다. 가구 사이를 구분하는 울타리도 없다. 공동 야외식탁이나 레저시설을 설치해 여느 공동주택과 달리 아담하고도 오붓한 분위기를 낸다.북미ㆍ유럽에서 발달한 타운하우스는 지난 84년 서울 구로구 항동에 그린빌라가 지어지면서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이후 분당신도시 이매동에 크리스천 동호인들이 지은 조이빌리지와 조이테라스빌, 분당동 빌라단지 내에 하나빌라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에서는 양평군 단월면의 분지울마을이 손꼽힌다.이들 단지는 대부분 50평 안팎의 중대형으로 구성된 데다 내외부 인테리어, 단지 시설 등을 최상급으로 설계해 ‘고급형’ 주택에 속한다. 외국의 타운하우스가 서민형부터 최고급형까지 종류와 형태가 다양한 데 비해 국내에서는 고급주택의 한 형태로 도입된 것이다.국내 타운하우스의 효시로 불리는 서울 항동 그린빌라의 경우 주민 공동소유의 골프연습장과 농장이 있고 단지 내부에는 수영장, 테니스장 등이 들어서 총 2만평 규모에 달한다. 부천시와의 경계에 위치해 시계경관지구로 묶여 있지만 이 덕분에 자연환경은 최상급이라는 평. 최근 인근 야산에 수목원이 들어서기로 결정돼 자연친화적 가치가 더욱 상승한 상태다.33, 50, 65평형 35개동 137가구 규모가 들어선 이곳은 외부에서는 2층 주택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4층 복층형으로 설계됐다. 특히 대지면적이 넓어 대지지분이 100~198평으로 큰 것이 특징이다. 시세는 대지지분을 반영해 33평형이 6억~6억5,000만원, 50평형이 8억~8억7,000만원, 65평형이 10억~12억선이다.분당시가지에 인접한 이매동 조이빌리지는 70평형 15가구 배후에 산을 두고 단지 옆으로는 밭이 펼쳐진 전원 속의 타운하우스다. 그린빌라가 도시형 타운하우스라면 조이빌리지는 전원주택형인 셈. 원목으로 마감한 실내와 시스템 주방, 욕실 등의 인테리어가 여느 고급 아파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잔디와 화분으로 장식한 단지 내부에 들어서면 ‘예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잘 꾸며져 있다. 시세는 7억원선에 형성돼 있다.KBS드라마 촬영지인 분당 분당동 하나빌라는 그린빌라나 조이빌리지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잔디 정원이 없는 대신 지하주차장에서 조명이 올라오는 공동 휴식공간이 공동마당에 마련돼 있다. 관리인이 사시사철 화단과 단지를 가꿔 분당 빌라촌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66~76평형 11가구 가운데 5가구가 타운하우스 형태로 지어졌다. 시세는 8억~10억원을 호가한다.이밖에도 분당신도시 분당동과 구미동에는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설계한 타운하우스형 빌라가 적잖다.건설업계 신상품 속속 개발이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주택 형태로 드문드문 보급돼 온 타운하우스가 최근 심상찮은 바람몰이를 할 조짐이다. 올해부터 부동산시장에 본격적으로 데뷔, 새로운 주택상품으로 호평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지난 6월초 맵스자산운용이 첫 부동산펀드를 내놓으면서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에 짓는 타운하우스에 투자하겠다고 한 것이 세인의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여기에 수도권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영조주택이 용인 죽전지구 내 택지에 타운하우스 개념을 도입, 저층 공동주택을 짓기로 해 일반 수요자 사이에서도 타운하우스에 대한 호기심이 일고 있는 상태다. 또 분당신도시 등 일부 수도권 지역에선 중소 건설업체들이 타운하우스 형태의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일산의 동호인 전원주택 단지 MBC빌리지를 개발했던 JBS가 시행하는 타운하우스 ‘헤르만쉐르빌’은 파주출판정보산업단지 내 8,500여평에 137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단지 앞으로 갈대 샛강이 흐르고 뒤쪽에는 심학산 산림욕장이 이어지는 자연 속 입지.주상복합 건설 경험이 많은 삼성중공업이 올 8월 초 착공해 내년 10월 준공할 예정인 이 단지는 450억원의 사업비를 부동산펀드에서 투자했을 만큼 인기몰이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다. 주택으로선 특이하게 자발적으로 준공시기에 맞춰 후분양을 선택한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다.전가구가 33평형으로 두 가지 타입으로 설계됐으며, 모두 지하 1층, 지상 2층의 복층형 구조. 특히 1층과 2층 사이 천장을 개방해 6m의 실내 층고를 확보하고 통유리로 창을 내 유럽식 주택에서 볼 수 있는 개방감과 채광효과를 얻게 했다.또 주택 뒤편 개별 정원으로 연결되는 지하층에 17평의 다용도실을 두어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실내 연면적과 2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8평의 개별 정원 면적까지 합하면 전용면적이 50평대에 달한다는 게 JBS측 설명이다.또 단지 내에 주민공동건물을 지어 미팅룸, 비즈니스룸 등을 설치하고 수영장, 헬스클럽 등도 만들 예정이다. 이는 타운하우스 특유의 주민간 커뮤니티 형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분양 방식은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며 파주시 거주자에 우선 분양된다. 분양가는 4억~5억원선이 될 전망이다.영조주택이 7월 말부터 용인 죽전지구에서 공급할 예정인 ‘웰리드’는 6,600평 대지에 용적률 93%로 79평형 75가구가 지어진다.지상 3층 규모인 이 단지는 단독주택이 벽을 맞대는 타운하우스 형태가 아닌 서구형 저층 연립주택 ‘로우하우스(Low House)’의 일종. 하지만 입주자들이 공동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스튜디오나 멀티 커뮤니케이션센터 등이 단지 내에 설치되고 법률자문, 자산관리 등 개인서비스에서 골프 예약 등 스포츠ㆍ레저 활동, 동호회 활동까지 지원하는 등 타운하우스의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했다.전계봉 마케팅과장은 “도심지 고층아파트를 선호하는 고소득층의 주거 성향이 빠른 속도로 전원 속의 고급 주택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살 수 있도록 타운하우스 개념의 최고급 빌라를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는 15~17억원선.한편 분당신도시 인근 부지에 소규모 타운하우스 개발을 계획하는 중소건설사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이철실 분당 믿음공인 사장은 “이매동 이매전철역 주변 등 개발이 안된 개인 소유지에 타운하우스 형태의 공동주택을 지주공동사업으로 계획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타운하우스형 고급주택의 수요가 탄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이고 “대지가 크지 않아도 개발이 가능해 빌라 사업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한편 몇몇 건설업체는 최근 타운하우스를 ‘차세대 상품’으로 선택하고 구체적인 시장 조사에 돌입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주택사업에 난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 주거상품 개발이 절실하기 때문.특히 건강과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에 부합하는 전원형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고루 갖춰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에 어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제는 저층 주택이다’라는 내부 캐치프레이즈까지 내걸었다는 후문이다.A건설업체 관계자는 “파주 교하 타운하우스 개발이 알려진 후 주택사업부와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수요 및 사업성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짧은 기간동안 고부가가치 주택을 지을 수 있어 수요만 충족한다면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병수 JBS 이사도 “최근 수년 동안 주택시장을 풍미한 초고층 주상복합을 대체하는 고급 주택상품으로 가치가 충분하다”며 “탁월한 주거 편의성에 환금성까지 갖춰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돋보기 외국의 타운하우스서민용에서 최고급까지 종류 다양우리 영화에 아파트가 자주 나오듯, 외국영화에서는 타운하우스가 극중 배경으로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보통 마을’을 표현할 땐 정겨운 마당과 아기자기한 공간이 있는 타운하우스가 제격이기 때문이다.영화 시리즈에서 해리가 페투니아 이모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이 바로 영국의 타운하우스다. 영국의 중산층이 사는 곳으로 그려졌다. 영화 ‘아름다운 비행’에서 주인공 에이미와 거위들이 창공을 날 때 지상에 펼쳐지는 마을은 캐나다의 타운하우스. 푸른 잔디 위에 펼쳐진 저층 주택단지의 모습은 최고로 아름다운 비행의 배경이 될 만큼 멋지게 그려졌다. 또 에서는 위험에 빠진 여자를 안전한 집, 즉 타운하우스로 데려다 주는 장면이 나온다.타운하우스는 원래 영국 귀족들이 사는 교외주택(Country House)과 별도로 마련된 ‘도시 내 주택’을 뜻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북미를 중심으로 주택지ㆍ설계방법의 기술개발과 목조ㆍ패널ㆍ벽 공법의 개량 기술이 합쳐져 새로운 형식의 주택으로 정착됐다.대신 ‘도시 내’라는 의미는 ‘대도시와 멀지 않은’으로 바뀌고 주택 수준도 작고 허름한 서민용 타운하우스부터 도심 속 잘 꾸며진 공원 같은 최고급 타운하우스까지 규모와 종류가 다양해졌다. 미국 대도시에서는 고소득 전문직 가족들이 사는 고급 타운하우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INTERVIEW 정병수 JBS 이사“웰빙시대에 딱 맞는 컨셉, 고급시장 주도할 것”“이미 입주하고 싶다는 수요자 규모가 전체 가구 수를 훨씬 넘어섰습니다. 그만큼 많은 수요자가 타운하우스와 같은 주택 형태를 기다려왔다는 거죠.”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출판정보산업단지 내에 타운하우스 ‘헤르만 쉐르빌’을 개발하고 있는 정병수 JBS 이사는 “고층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가 저층 단독형 주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웰빙 트렌드와 같은 건강ㆍ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각광받으면서 주거 형태도 이에 맞게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거편의시설은 뛰어나지만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초고층 주상복합 수요자들이 타운하우스의 매력에 눈을 뜰 것이라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정이사는 MBC 재직 시절 동호인주택 개발을 주도하면서 부동산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본격적인 저층주택 전문 디벨로퍼를 자처하며 타운하우스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그는 첫 번째 단독사업인 헤르만쉐르빌 개발을 위해 꼬박 2년을 투자했다. 원래 253가구를 지을 수 있도록 계획됐지만 100가구 이상을 과감하게 줄이고 대신 ‘비움’과 ‘여유’를 접목했다고. 특히 “SKM, 다우리, 희훈, AXIS 등 5개 전문업체가 건강, 안전, 자산가치를 주제로 1년 동안 설계에 매달렸다”며 품질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산과 강의 조망권을 모두 확보하고 개별 정원에 넉넉한 주차장, 지하 다용도실에 단지 내 편의시설까지 두루 갖춘 공동주택 보셨습니까? 앞으로는 타운하우스가 고급주택시장을 이끌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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