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스피드 동종업계 ‘으뜸’

점포신설, ‘찍어낸다’는 찬사 들을 정도…PB상품 투입도 대성공

이마트의 전략은 한마디로 ‘오픈 첫해 흑자 달성’이다. 하지만 사실 이는 그리 특별할 것도 차별화된 전략도 아니다. 최소의 투자비로 최대의 효과를 최단시간에 올린다는 것은 이마트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업체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실현하는가에 달렸다. 바로 이 점에서 이마트의 실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부분 매장이 오픈한 해에 흑자를 올리고 있다”는 이마트의 성공전략을 들여다보자.신속한 의사결정이 입지선점의 비결할인점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좋은 ‘목’을 잡는 데 있다. 우수한 입지를 확보하면 이미 80%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될성부른 ‘목’을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할인점업계에 뛰어들면서 입지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이마트가 할인점업계의 선두자리를 독주하는 데는 일찌감치 요충지를 선점한 덕이 컸다. IMF 외환위기 당시 미국의 프라이스클럽과 합작, 운영하던 5개의 할인점을 매각한 1,400억원으로 20여개의 주요 부지를 사들이며 효율경쟁의 발판을 마련했다. 외환위기로 땅값이 곤두박질친 상태여서 부지의 가치에 비해 투자비도 적게 들었다. 이때 확보한 곳은 지금도 70여개 이마트 매장 가운데서 실적이 상위권에 속한다.시장 초기에 주요부지를 다량 확보한 것도 중요하지만 부지선정에 관한 한 이마트의 진면목은 누가 봐도 할인점에 어울리지 않는 부지를 선택해 성공시키는 데 있다. 2001년 개장한 평택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마트가 평택점 부지를 발표했을 때 업계 관계자들조차 고개를 갸웃했다. 국도에서 1km 정도 떨어진 논 한가운데에 할인점을 오픈하겠다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마트 평택점은 이 지역 쇼핑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매장 규모에 비해 주차장을 넉넉하게 마련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 주효한 것이다.이마트가 단기간에 경쟁사에 비해 많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신속한 의사결정 덕분이었다. 부지를 발견한 후 일주일 만에 매입을 완료한 사례도 있을 정도다. 이와 관련, 김대식 홍보과장은 “외환위기 당시 경쟁사들은 부지매입에 보통 한달 이상을 소비했다”며 “대부분 외국계 회사였기 때문에 토종기업인 이마트에 비해 의사결정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신세계백화점 본사의 부지선정 전담부서의 공로도 크다.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가 이마트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 현재 이 부서는 신규부지 매입을 책임지는 1팀과 각종 인허가업무를 맡은 2팀으로 운영되고 있다.부지 선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매장공사다. 공사기간이나 인테리어에 따라 투자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단기간에 공사를 끝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집기구입, 인테리어 등 매장 오픈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매뉴얼화해 공사기간과 투자비를 줄이고 있는 것. 공사라기보다 ‘찍어낸다’는 표현이 적당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모든 매장이 같은 집기와 자재를 사용하는데다 타사에 비해 매장이 많아 대량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물품 구입비용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지요. 이에 따라 예전과 같은 비용으로 매장을 더 고급스럽게 꾸밀 수 있게 됐습니다.”이마트는 광역시와 지방 대도시 중심의 출점전략에서 벗어나 인구 20만~30만명의 중소도시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07년까지 매장수를 100개 이상으로 늘려 전국을 하나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회사측의 관계자는 “이마트의 최대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에 있다”며 “매장 확보에 박차를 가해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투자의 최소화와 효과의 최대화라는 이마트의 전략은 마케팅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마트 마케팅의 핵심은 ‘머천다이저(MD)마케팅’이다. 업태의 특성상 할인점의 마케팅은 고수익의 상품, 말하자면 싸고 좋은 제품을 얼마나 다양하게 갖추느냐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이마트 MD마케팅의 첨병은 ‘자체브랜드(PB)상품’이다. 97년 ‘이플러스 우유’를 시작으로 화장지, 기저귀, 캐주얼의류 등 3,500여개의 PB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단순히 PB상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PB상품을 독립된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2001년 이후 내놓은 ‘자연주의’, ‘마이클로’, ‘e베이직’ 등 PB상품 전문매장을 숍인숍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이마트의 PB상품은 인기가 높다. 단적인 예가 캐주얼의류 브랜드인 ‘e베이직’이다. 이 브랜드 하나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전국 곳곳에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 의류업체라도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임을 감안하면 ‘e베이직’의 성공은 매우 이례적이다.물론 PB상품을 만드는 유통업체는 이마트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비결은 이마트가 자랑하는 ‘규모의 경제’에 있다. 경쟁사에 비해 매장이 월등히 많아 바잉 파워(Buying Power)가 막강하다는 것. 최소한 매장이 50개 정도는 돼야 PB상품의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이마트는 PB상품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단순히 품목을 늘리는 것보다는 품질중심의 상품개발에 힘을 쏟고 이마트 전용상품(NPB) 개발을 서둘러 타사와 차별화된 PB상품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관계사와 제휴 마케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OK캐시백과 제휴가 대표적이다. 이마트는 상품구매시 OK캐시백을 적립해 주는 단순 가맹점에서 벗어나 정기적으로 캐시백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프로모션을 실시,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해 집객력과 매출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415만명이 OK캐시백을 이용해 3조원의 매출을 창출하는 등 OK캐시백 회원들은 이마트의 핵심고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최근에는 온라인 마케팅에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신세계닷컴과 이마트 인터넷쇼핑몰을 중심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도 열심이다. ‘대한민국 1등 할인점’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할인점은 이마트’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겠다는 것. 하지만 광고는 하지 않는다. 이미 이마트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특별히 기업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홍보를 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보다는 윤리경영, 사회공헌, 지역친화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류기업’의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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