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ㆍ웰빙ㆍ하이브리드 컨셉 ‘굿’

최근 몇 년간 잔뜩 움츠러들었던 창업시장이 올 초에는 다소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소규모 창업에 관심이 집중,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자금 대출신청자도 대거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고, 예년보다 신규 창업도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4월께부터 유가상승, 환율하락 등 요인으로 경제가 침체하면서 창업시장도 다시 침체기로 들어섰다는 평가다.따라서 현재는 활발하게 창업이 일어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각 업종별 프랜차이즈업체에서는 신규 창업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내수부진이 워낙 심한 탓에 창업자들의 반응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신규 창업자들은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찾아 각종 창업 강좌나 박람회 등을 찾아다니지만 대부분 창업 준비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고, 실제 창업에 착수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주목받는 아이템을 꼽는다면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한 퓨전주점을 들 수 있다. 음주문화가 폭음을 자제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변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에 색다른 인테리어를 갖춘 퓨전주점이 각광받은 것이다. 퓨전요리전문점과 주점을 합친 형태의 퓨전주점은 한국풍, 일본풍, 중국풍, 서구풍 등을 주축으로 혼합돼 서로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유럽에서 건너온 젤라토전문점도 상반기에 인기를 끈 창업아이템에 속한다. 젤라토는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으로 천연원료를 사용해 매장에서 직접 제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접 제조하는 만큼 맛이 신선하고 유지방함유율도 낮다. 올 상반기에만 5~6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등장,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신규 브랜드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젤라토전문점이 큰 폭으로 성장 3~4년 내 프리미엄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지난해 하반기 대단한 위력을 떨쳤던 ‘미샤’, ‘더페이스샵’ 등 중저가형 브랜드 화장품전문점들이 과도한 광고 및 마케팅 비용 부담, 소비자들의 관심도 하락 등으로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이 약진함에 따라 가격, 제품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소규모 소매점들이 문을 닫는 일이 속출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동네 어귀의 작은 서점, 문구점, 의류점 등이 대표적인 업종들이다.하반기에는 위험부담이 낮은 소자본 무점포 창업이 꾸준히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기 전에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투잡스, 주말창업 등의 수요 역시 높을 것으로 보인다.더불어 경기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는 교육사업, 키즈사업 등도 각광받는 창업아이템에 속한다. 또 7월1일부터 100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5일 근무제가 확대·실시되면서 오피스가 상권의 하락과 주택가 상권의 부상 역시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키워드를 통해 하반기 창업시장의 흐름을 전망해 본다.▷레트로 = 경기 불황기의 창업은 누가 뭐래도 안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제일이다. 이를 입증하듯 불황 속에서도 전통 한식을 취급하는 음식점들은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전통 한식전문점 창업 붐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겹살, 설렁탕, 감자탕, 보쌈전문점 등이 대표적인 업종. 이들 업종은 폭넓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어 불경기에도 큰 기복 없이 매출을 올리는 것이 장점이다.현대적인 감각의 인테리어와 영업방식을 갖춘 퓨전떡집도 하반기 주목할 만한 레트로 아이템. 최근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되면서 본사 공장에서 제조한 떡을 배송받아 판매만 하면 돼 창업하기도 한결 쉬워졌다. 식혜, 녹차 등 각종 전통차나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형으로 운영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소비 양극화 =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쪽에서는 ‘가격파괴’를 내세운 저가형 상품들이 득세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 상품을 대폭 고급화한 ‘뉴 럭셔리’ 상품 역시 나름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 화장품 전문점은 뉴 럭셔리 시장을 노리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최근의 초저가 화장품에 비하면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일반 화학성 화장품과 달리 식물성 천연원료만을 사용한 화장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저가시장에서는 1인분에 5,000원대인 중저가형 소고기전문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르면 7월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가격 대비 품질향상이 가능해져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상반기에 3~4개 가량의 중저가형 소고기전문점 브랜드가 신규 등장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웰빙 = 건강이나 쾌적한 생활환경과 관련한 업종들은 여전히 전망이 밝다. 피부관리·몸매관리전문점, 유기농식품전문점, 광촉매코팅전문점 등이 이에 해당된다.대다수 음식점들이 웰빙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 음식점들이 유기농 식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고기의 ‘생산이력제’를 시행하는 등 웰빙 컨셉을 도입해 변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저지방·저칼로리 건강식인 해산물전문점들의 인기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산물전문 주점인 ‘취하는 건 바다’는 상반기에만 100개가 넘는 가맹계약을 이끌어냈고 ‘토다이’, ‘씨푸드오션’ 등 뷔페식 해산물전문점도 시장을 확대 중이다. 이외에도 굴, 전복, 새우 등 단일품목 해산물전문점도 개성 있는 메뉴와 합리적인 가격만 갖춘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업종들이다.▷하이브리드 = 기존의 대중화된 사업아이템에 연관성이 있는 아이템을 복합시키는 하이브리드 창업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불황기에 한 가지 아이템만을 판매해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수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구점과 팬시점, 미용실과 피부관리숍, PC방과 카페를 결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웰빙 트렌드와 엮어 기존 도소매점이 웰빙과 관련한 상품을 혼합 판매한다든지, 1인 미디어의 활성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비디오방·DVD방 등이 미디어 상품 판매 등을 복합해 토털 멀티미디어 체험방으로 전환하는 등 변화도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아이스크림전문점과 카페를 결합한 아이스크림 카페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 중 하나. 아이스크림, 커피,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다양하게 판매해 고객층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겨울철 비수기에도 매출확보가 가능하다.▷스피드 =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패턴에 맞춰 소비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방문, 배달, 테이크아웃 등 ‘스피드’ 중시 아이템들은 여전히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 특히 이들은 투자비가 많이 드는 점포사업과 달리 무점포로도 가능해 창업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외식시장에서도 기존 치킨, 피자, 자장면 등에 국한되던 배달, 테이크아웃 메뉴가 바비큐립, 토핑두부, 비빔밥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서비스업도 요즘은 속도와 가격을 모두 만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 방문 토너·잉크충전업은 휴대용 토너 및 잉크 충전장비를 가정이나 사무실로 갖고 다니며 즉석에서 잉크를 충전해줘 인기를 얻고 있다. 방문 PC수리업 역시 9,800원에 3분 내외 수리가 가능한 ‘가격파괴, 시간파괴’ 브랜드가 등장했다.강병오·FC창업코리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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