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단절이 ‘성인병’ 불러

정보와 지식 공유해야… 건강한 조직 불평·불만 누적되면 합병증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이 바로 사람이라는 뜻이며 인재야말로 기업의 최고 자산이라는 의미이다. 기업은 국경을 초월해서 보다 많은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최고경영자의 중요한 역할로 정착되고 있다.우수한 인재가 중요하다는 의미의 한편으로 기업의 흥망성쇠 과정이 인간이라는 유기체의 생노병사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는 의미에서도 ‘기업은 곧 사람’이라는 얘기가 통용될 수 있다. 뭔가를 생각하고 결정하는 뇌의 기능은 기업의 경영회의나 이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폐, 위, 간과 같은 내부 장기는 기획, 생산, 유통과 같이 나름의 역할을 부여받은 업무부서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손발처럼 직접적 활동을 해내는 기능은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구성원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다만 다른 것은 그 수명이다. 인간의 수명은 ‘산해명약’을 다 동원해도 유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의 수명은 어떻게 조직의 건강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영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우량 기업처럼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이 수적으로는 훨씬 많다. 대개 기업의 평균수명은 인간보다는 짧다. 30년을 버티면 오래가는 것이다. 실제로 60~70년대의 내로라했던 우수기업 중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기업은 몇 곳 되지 않는다. 당연히 기업의 꾸준한 성장을 원한다면 어떻게 조직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성인병 혹은 현대 생활병이라고 하는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성인병 중에 가장 흔한 병은 혈액순환기 계통이다. 심장병,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같은 병들이다. 영양분을 공급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야 하는 혈액순환기 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기업이란 조직에서 이 같은 혈액순환기 계통의 병은 바로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병폐들이다.기업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여든 집단이다. 상호 작용하고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집합체다.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을 계층별로 구분해 책임과 역할을 나눈다. 그들을 소그룹으로 묶어 여러 기능과 역할들을 소화해 내는 다양한 부서로 꾸민다.조직 비대해지면 변화에 둔감그런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잘 조합돼야 전체 기업의 성과가 나타난다. 커뮤니케이션은 기능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사람이 원활한 혈액순환에 의해 산소나 영양분을 공급받고 성장하는 것처럼 조직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여러 정보와 지식들이 공유하고 목적을 달성해 나간다. 이 커뮤티케이션이 잘 이루어지는 조직이 바로 건강한 조직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사람에게 혈액순환기 계통의 질병이 가장 위험한 것처럼 기업에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대표적인 성인병 중의 하나가 바로 암이다. 위, 간, 폐 등 각각의 고유한 기능이 있는 기관들이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해, 혹은 뚜렷한 요인을 모른 채 내부적 요인들에 의해 발병돼 암이라는 무서운 병으로 나타난다. 특정부위에 생긴 암세포는 각 기관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계속 증가하면서 다른 건강한 세포, 기관들을 못 쓰게 한다.조직에도 이런 부분이 있다. 비전의 상실, 리더의 잘못된 의사결정, 조직 내부의 불공정성, 업무에 대한 실망 등 여러가지 이유로 구성원의 불평과 불만이 누적된다면 이런 부분이 바로 조직을 해치고 무너뜨리는 암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암처럼 빠르게 조직 내부에 전파된다. 그래서 생산성의 감소, 이직률의 증가, 고객 클레임의 증가 등 조직의 요소요소에서의 치명적인 증상을 누적시킨다. 그런 증상들은 다른 부분에도 영향을 주어 합병증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된다.오늘날 그 심각성이 충분히 인식되고 있는 비만의 경우 현대인이 겪는 수많은 질병을 유발시키는 무서운 병이다. 비만은 우선 다른 병들을 유발한다. 사람의 습관을 나태하게 하며 움직임을 매우 둔하게 만든다.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몸을 망가뜨리며 여러가지의 병의 원인이 된다. 대부분 섭취하는 칼로리에 비해 운동량이 적거나 규칙적인 운동을 게을리 하면 그런 생활습관이 비만으로 연결된다.기업도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비효율적이 되며 변화에도 둔감해진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들어가는 칼로리에 비해 운동에너지가 적은 것, 즉 투입ㆍ산출(Input-Output)에서 산출물이 적은 것을 의미한다. 의사결정에도 시간이 걸리며 부서간의 이기주의도 높아진다. 구성원은 책임과 권한이 줄어들면서 업무 생산성이 감소하게 된다. 움직임이 둔해져서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거대한 공룡이 빙하기의 추운 외부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된 것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결과만이 남게 된다. 구조조정, 슬림화, 단순함의 추구 등이 바로 비만에 걸리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이라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운동을 통해 비만을 해결해야지 외과적 수술에 의존해서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이 활발한 운동을 통해 비만을 피한다는 것은 구성원들간에 창의적인 아이디어, 자발적인 몰입이 넘쳐나는 것을 의미한다.마지막으로 성인들은 많은 질병, 위험요인들에 노출돼 있다. 환경오염, 스트레스, 소음, 안전사고 등이 건강을 위협한다. 이런 것들로부터 주의와 예방이 필요하다. 기업도 경쟁사, 환경변화, 비리 유혹 등 많은 위험요인에 노출돼 있다. 이런 요인들로부터 구성원을 예방하고 강하게 묶을 수 있는 것이 문화적 코드와 행동의 양식이 필요하다.일단 병에 걸리면 사람이나 회사나 고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게 된다. 그래서 가장 쉬우면서도 간단한 것이 예방활동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르게 함으로써 이런 질병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다.이런 생활습관이 기업에서는 바로 기업문화로 나타난다. 건강한 기업문화를 갖는 것이 기업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한다. 진단결과 운동요법, 식이요법을 시행하거나 심하면 투약이나 수술을 처방받기도 한다. 처방에 따라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술, 담배를 줄이게 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특히 성인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예방을 위해 이런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기업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진단한 후 처방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나 새로운 제도, 혁신활동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건강한 기업문화를 가꾸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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