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 ‘여의도는 기지개!’

‘모찌전쟁에 불이 붙었다.’주가 1000시대를 맞은 증권사 지점의 얘기다. ‘모찌’란 증권업계 은어로 별도로 개설한 증권회사 영업직원의 계좌를 말한다. 고객의 돈으로 대신 주식투자하는 일종의 편법. 증권사 직원의 이름으로 만든 계좌에 고객의 돈을 넣어 주식투자를 하는 방식이다.H증권 한 지점의 영업직원 P씨는 “증권사 지점 브로커들은 서로 ‘모찌’를 확보하려고 치열한 경쟁 중”이라며 “‘모찌전쟁’은 주식으로 눈을 돌린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증권사 영업직원도 이제는 활기를 띠게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직접투자를 하겠다는 개인투자자도 늘었지만, 최근에는 펀드 등 간접투자로 눈 돌린 고객들도 많다.펀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M증권의 영업직원 C씨는 “올해 초부터 주가가 오르면서 적립식펀드의 수익률이 확연히 좋아졌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며 “주식형 적립식펀드에 가입하겠다는 고객이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많이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C씨는 이어 “요즘 지점을 찾아오는 고객들은 언론 등을 통해 적립식펀드의 정보를 자주 접해 상품을 설명하는 데 수월하다”며 “예전에 비해 고객들이 주식투자 공부에 적극적”이라고 덧붙였다.주가가 날아오르면서 펀드설계를 자신이 직접 하는 고객도 자주 눈에 띈다. S증권의 영업직원 K씨는 “펀드상품 중에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식과 채권 비율을 조절하는 맞춤형 펀드가 있다”며 “최근 주식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펀드를 구성해 달라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이처럼 슬슬 오르기 시작한 주가는 증권사 지점 영업직원들의 패배주의적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중반기만 해도 “증권사 영업맨은 결혼시장의 인기배우자 순위 중 거의 꼴찌”라는 등의 자조 섞인 말을 하는 영업직원이 적지 않았다.최근에는 이런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주변상권을 대상으로 고객을 확보하러 다니는 영업직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그렇다면 증권사 본사 분위기는 어떨까.정해영 한화증권 홍보팀 과장은 “여의도 주변 식당가는 확실히 활기차 보인다”며 “하지만 증권사들은 지금의 상황이 최악의 상태에서 조금 나아진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과거 3차례 있었던 주가 1000 돌파 시대처럼 흥청망청 ‘파티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는 것. 물론 예전과 같은 화끈한 보너스를 기대하는 것도 시기상조다.양종인 동원증권 리서치본부 애널리스트 또한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었다고 수지가 액면 그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며 “주식투자자의 인터넷 매매 비중이 커서 증권사 수익구조가 확연히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양애널리스트는 이어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바람을 맞고 있다”며 “주가 1000 시대가 됐지만 흑백 양면의 명암이 있다”고 덧붙였다.1세대 애널리스트로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조병문 LG투자증권 부장도 여의도의 양면을 지적했다. 조부장은 “1000 포인트가 넘어서자 시장 모습은 밝아졌지만 여의도에는 오히려 인력조정 등의 찬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최근 삼성증권과 LG투자증권은 명예퇴직자 신청을 받으며 인력조정에 들어갔다. LG투자증권의 경우 200명 정도의 명퇴자를 예상했지만 실제로 명예퇴직 신청서류를 낸 사람은 300명이었다는 후문이다. 명퇴 신청자 연령대도 30대 초반부터 40대의 지점장까지 고른 분포를 보였다고 한다.증권사의 ‘두뇌’로 불리는 리서치센터의 ‘윗분’들도 올 들어 대거 교체됐다. 리서치센터의 책임자인 리서치센터장들이 증권사 합병과 계열사 사장 등 각종 이유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 먼저 LG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장 박윤수 상무도 4월1일 우리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회사를 떠났다.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가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의 합병시 새 리서치센터를 구성하면서 외부인사 영입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 박윤수 상무는 3월 중순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 4월부터 대우증권 홀세일영업본부장으로 활동하게 된다.LG투자증권의 변화에 앞서 우리증권의 리서치센터장 신성호 상무도 지난 2월 재계약을 하지 않고 물러났다. 지난 3월11일에는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임송학 이사가 리서치센터장 보직사의를 회사측에 밝혔다. 임이사는 오는 11월 계약 만료시까지 투자전략팀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게 됐다.칼바람을 맞은 인력과는 달리 ‘승진’으로 리서치센터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박만순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월 그룹인사에서 계열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의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이에 따라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이 후임자로 승진, 미래에셋 리서치센터를 이끌게 됐다. 리서치센터장의 교체이유가 무엇이든 리서치헤드가 이끄는 애널리스트들은 큰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게 됐다. 최근 리서치센터장이 물러난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리서치헤드가 바뀌면 리서치센터 분위기도 당연히 변할 수밖에 없다”며 “리서치센터장이 바뀌고 인수합병이 가시화되면서 이에 따른 애널리스트의 직장 이동 또한 점쳐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리서치센터는 그야말로 ‘좌불안석’ 애널리스트들로 가득하다는 얘기다.훈풍 부는 증권사 지점과 삭풍 이는 증권사 본사. 주식시장이 문을 연 이래 4번째로 맞은 주가 1000 시대의 신풍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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