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만족이 먼저…사내 장벽 ‘Oh! No’

하트볻, 북메시지 릴레이 캠페인, 멘토링 등 통해 조직 활성화 꾀해

이동통신업체인 KTF(대표 남중수)에 다니는 유남걸 대리(홍보실ㆍ32). 그는 요즘 출퇴근길이 예전보다 즐겁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료가 애정을 담아 권한 소중한 책이다. 하루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상에 한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부서장(홍보실장)이 직접 선물한 것이다. 표지를 펼치니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함께 손잡고 다시 뛰어봅시다’는 부서장의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기운이 솟는 느낌이 들었다.KTF는 3월부터 ‘굿타임 북 메시지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차원에서 동료간에 격려 메시지가 담긴 책을 교환해 읽는 운동이다. 책은 직접 전달하거나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하면 된다. 안면이 없는 직원들 사이에도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뤄지다 보니 사내 반응이 뜨겁다.유대리도 최근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라는 책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려 신청자에게 전달한 경험이 있다. “솔직히 바쁜 일상에 책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마디 격려의 메시지를 담아 선물한 책은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읽게 되더군요. 무엇보다 ‘한가족’이라는 진한 동료애를 느꼈습니다.”훌륭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KTF의 노력은 남다르다. ‘북 메시지 릴레이 캠페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도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객만족 이전에 직원만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남중수 사장의 경영방침이다. 남사장은 직원만족은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훌륭한 일터의 최대 적은 ‘의사소통의 단절’이라는 말을 철석처럼 믿고 있다.게다가 조직 활성화는 KTF의 최대 과제였다. 2001년 5월 한솔엠닷컴을, 2003년 3월 KT아이컴을 인수합병하면서 이질적인 기업문화가 섞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기업문화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 급선무였다. 서로 다른 점을 드러내고,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직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미래를 향해 달려야 한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하트보드(Heart Boardㆍ청년이사회제도)는 회사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장의 젊은 목소리를 경영층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한다는 취지로 99년부터 시작한 제도이다. 대리, 과장급 사원 중에서 12명을 선발해 1년간 운영된다. 매주 1회 정기미팅을, 2개월에 한 번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갖는다. 임기 중 보름간 해외 벤치마킹을 다녀온다.이들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이 바라는 기대와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역시 인트라넷과 사내방송 등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상황과 결과물을 알린다. 현재 5기까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4기와 5기는 ‘일하기 훌륭한 직장’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집중 전개했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바로 ‘키즈데이’(Kids Day)와 ‘KTF적 사고’이다.‘키즈데이’는 매주 수요일에 1시간씩 일찍 출근하고 퇴근하며, 팀별로 자율적인 미팅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굿타임 미팅’ 제도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사내에 ‘벽 없는 조직’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KTF적 사고’는 열정적인(Kids) 생각과 행동으로 신뢰(Trust)를 갖고 신바람(Fun)나게 일하자는 것. 사내방송을 통해 경영진의 생각을 듣는 ‘리더에게 듣는다’, 직원들이 직접 체험하는 ‘우리의 잼터’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KTF적 사고’ 혁신운동의 일환으로 펼쳐졌다.CEO 솔선수범 돋보여2003년 7월 도입한 멘토링(Mentoringㆍ후견인) 제도도 조직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입사 5개월인 사원 박주연씨(26)는 하루 일과를 선배사원과의 티타임으로 시작한다. 여사원으로는 드물게 현장 영업팀으로 발령받은 그녀는 모든 게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영업팀 선배들도 처음 접해 보는 여성 영업사원에게 어떻게 업무를 가르쳐줄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멘토링은 양쪽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소했다. 후견인을 맡은 선배사원은 본사에서 실시하는 멘토링 교육에 참가한다. 여기서 업무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을 받는다. 이후 선배사원은 날마다 박씨가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의 업무와 인적 네트워크를 전수한다. 이를 관찰일지에 꼼꼼히 기록한다. 그녀는 단번에 든든한 후원자를 갖게 됐을 뿐만 아니라 수월하게 적응하고 있다. 이밖에 소년소녀가장과의 자매결연 같은 봉사활동, 거북이 마라톤, 가족사진 공모, 부모효도관광 등 가족행사를 통해 사기진작을 꾀하고 있다.서울시 강남 KTF 빌딩을 들어서면 ‘Have a Good Time’이라는 플랜카드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여기에는 고객서비스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남사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기업이 구성원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믿음은 CEO의 행동 여하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CEO가 아무리 ‘열린경영’을 부르짖어도 직원들과의 잦은 만남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염불이다. 남사장이 자신의 집무실을 떠나 현장에서 직원들을 만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지난해 1월 취임한 남사장의 총이동거리가 8,300km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6,000여명을 만났는데, 거의 전 직원과 대면한 것으로 보면 된다. 남사장은 직원들을 만나면 꼭 부탁하는 말이 있다. ‘나를 화나게, 뚜껑 열리게 해서 나가게 해주세요.’ 개선사항이 있으면 무슨 이야기든 꺼리지 말고 해 달라는 주문이다.KTF는 2002~2003년 연속으로 한국능률협회 고객만족경영대상을 수상했고, 브랜드스톡이 발표한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외부기관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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