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벤치마킹하면 세계 일류”

직원 의견 반영하는 시스템 갖춰… SFA · 오픈도어제도 대표적

국제 특송전문업체 페덱스(FedExㆍFederal Express)의 성공비결을 말할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몇가지 있다. 자사 비행기를 이용한 글로벌 항공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그렇고 대형화물 운송으로 특화돼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이 ‘PSP’라고 표현하는 인간경영 시스템이다.PSP는 페덱스의 경영철학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람(People), 서비스(Service), 수익(Profit)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경영에 있어 사람을 최우선으로 놓고 서비스와 수익은 그다음이라는 뜻이다.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페덱스를 ‘건강한 일터’의 교과서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 등 경영노하우를 다룬 책에서 모범적인 사례 기업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업이기도 하다.페덱스의 한국법인인 페덱스코리아 역시 이와 같은 미국 본사의 경영방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특히 페덱스는 건강한 일터를 이루기 위한 근무조건이 제도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사람중심의 경영철학올해 초 페덱스코리아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페덱스의 항공편이 주당 13회에서 20회로 늘어난 것이다. 신설노선에 대형 항공기가 배치돼 편당 수송능력도 늘었다. 전체적인 수송능력은 50% 이상 증가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서 데이비드 카든(David Carden) 페덱스코리아 사장은 ‘코리아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2월 한 달 내내 580명 전 직원과 면담자리를 가졌다. 회사의 비전을 상세히 설명해 주고 직원들의 질문에도 일일이 응했다. 직원들은 “사장과 식사를 같이하면서 취미도 알게 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코리아 비전 행사는 페덱스의 SFA제도를 근간으로 마련된 페덱스코리아의 독특한 이벤트다. SFA는 조사(Survey), 반응(Feedback), 실행(Ac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1년에 한번 전 직원 대상의 설문조사를 통해 회사의 서비스와 근무환경을 평가하는 제도다.SFA는 직원이 회사를 평가하는 동시에 상급자에 대한 의견도 밝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여 문항으로 된 설문조사 결과(Survey)에서 취약점으로 드러난 안건은 임원진에 보고된다(Feedback). 이렇게 직원들이 평가한 상황은 회사 차원에서 개선작업을 하게 되는데 각 분기별로 진척 상황을 꾸준히 체크한다(Action). 이 제도를 통해 직원들은 아주 사소한 의견까지 회사측에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무환경과 관련된 문항에서는 유니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된다. 근무할 때 신는 근무화를 바꾼 것도 SFA를 통해 개선된 안건이다.특히 부서별로 의견을 수렴하는데 상사에 대한 평가문항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인사과에서 분기별이 아닌 월별로 해당부서를 ‘특별관리’한다. 이 회사에서 관리자는 지시자라기보다 직원들의 업무를 돕는 봉사요원이 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지난 2001년 10월부터 2년간 시행된 하이파이브 프로그램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 시기에 페덱스코리아의 임직원은 근무 시작 전후해 직위에 상관없이 손뼉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페덱스코리아는 직원과 임원의 커뮤니케이션, 직원과 직원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쿠리어 라이드(Courier Ride)는 경영진이 직원의 입장에서 회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중간관리자나 경영진이 직접 일일 쿠리어(화물배달사원)의 역할을 하는 것을 뜻한다. 또 직원들간에는 교환 프로그램(Employee Exchange Program)이 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타 부서를 이해하고 협력하게 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SFA와 함께 대표적인 기업문화로 꼽는 것이 오픈도어(Open-Door) 정책이다. 사장실을 항상 열어둬 직원 누구나 업무 관련 제안을 하거나 상담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GFT(Guaranteed Fair Treatment)라는 제도도 운영한다. 직원이 근무 중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할 경우 조사를 요청해 재심의를 받을 수 있다.이밖에도 직원의 자기계발을 위해 전 직원이 매년 2,500달러에 상당하는 교육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제도화돼 있다. 따라서 상당수 직원이 외국어, 컴퓨터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이것을 응용해 몇몇 직원들이 강사를 회사로 초청해 강의를 듣는 스터디그룹을 만든 사례도 있다.페덱스코리아는 지난해 과 인사컨설팅업체 휴잇어소시에이츠가 선정한 ‘최고의 직장’ 조사에서 한국기업 중 9위에 올랐다. 2001년에는 같은 조사에서 아시아 전체 6위, 한국 내 7위를 기록했다. 본사인 페덱스는 각종 경제지가 선정하는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매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데이비드 카든 한국지사장은 올해 초 가졌던 직원 면담 행사를 매년 가질 계획이다. 카든 사장은 “페덱스는 중국과 더불어 한국을 성장성이 다분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면서 “한국 시장 1위를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목표달성은 반드시 직원들과 한마음이 될 때 가능한 일인 만큼 직원들과 함께 좋은 회사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돋보기 / 직원가족 우대정책“재호기 언제 한국에 들어오나요?”페덱스의 전세계 643대 항공기 중에는 페덱스코리아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항공기가 한 대 있다. ‘재호’라는 고유명을 갖고 있는 항공기가 바로 그것.페덱스는 자긍심 독려 차원에서 직원 가족들을 위한 제도를 다수 마련해 놓고 있다. 각각의 항공기에 직원의 자녀이름을 붙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도입된 시스템이다.항공기를 늘려갈 때마다 전세계 지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신청을 받아 추첨하는 방식으로 이름을 짓고 있다. 창립자 프레드 스미스씨가 택배 항공기에 자신의 자녀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했다.한국에서는 지난 2000년에 채은미 지상운영팀 이사가 당첨된 것이 유일한 케이스다. 따라서 채이사의 자녀이름을 딴 재호기가 2000년부터 운항 중이다.회사 관계자는 “미국 본사 임원들이 재호기가 인천공항에 들어가는 일정을 확인할 때마다 한국으로 전화를 해서 알려주곤 한다”고 전했다.이 관계자는 “해당 직원에게는 감동을 주고 동시에 직원 자녀에게는 자부심을 안겨주는 페덱스만의 독특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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