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적성 ‘나도 몰라’… 길라잡이 절실

입시위주 단기지도 우세…선생님 조언은 4% 그쳐

교육열 뜨겁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 자녀의 교육을 위해 빚을 내서라도 강남으로 이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만큼 강남의 교육환경은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실제로 명문대 입학생들의 상당수가 강남지역 학생들이란 통계도 나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교육에 관한 한 전문가 수준이라는 강남지역 학부모들의 진로지도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는 진로지도 전문업체 와이즈멘토와 공동으로 ‘강남권 학부모들의 진로지도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10개의 질문에 100명의 학부모가 참여했다.학부모 80%, 진로결정 위해 자녀와 대화먼저 ‘평소 자녀의 진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를 물었다. 단기적 성적 향상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자녀를 어떤 길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100명 가운데 86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고 ‘쉽다’고 대답한 사람은 불과 4명에 불과했다. 자녀교육에 관한 한 대한민국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강남지역 학부모들조차 진로지도에 관해서는 다른 지역 학부모들보다 사정이 낫지 않음을 알 수 있다.새로운 교육법의 경연장이라 불리는 강남지역 학부모들이 유독 진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뭘까. 가장 많이 지적된 이유는 ‘자녀의 적성을 잘 몰라서’였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조사결과 전체 40%에 해당하는 47명의 학부모들이 이 항목에 표를 던졌다. ‘사회변화에 대한 정보의 부족’(38명, 32%), ‘당장의 성적이 더 걱정돼서’(14명, 12%)가 그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조사를 진행한 와이즈멘토의 조진표 대표는 “진로지도의 핵심은 자녀의 적성파악과 사회변화에 발맞춘 비전 제시”라며 “이 모두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그만큼 진로지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그렇다면 강남지역 학부모들은 어떻게 자녀들의 진로를 지도하고 있을까. 예상과 달리 절반 가까운 학부모들이 진로지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45%에 해당하는 50명의 학부모들이 자녀 본인이 진로를 결정하도록 한다고 응답한 것.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결정권을 본인에게 주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 자신도 사회변화에 따른 진로지도에 애를 먹으면서 이를 어린 자녀들의 몫으로 돌리는 것은 목표부재로 인한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그렇지만 학부모들이 자녀의 진로지도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과반수의 학부모들이 아버지(28명, 25%)와 어머니(29명, 26%)의 의견이 자녀의 진로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진로결정을 위해 자녀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학부모는 79%에 달했다. 이는 진로지도에 어려움이 있고 그 원인이 자녀의 적성과 사회변화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조사결과를 감안할 때 진로지도에 대한 학부모들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풀이된다. 학부모들의 진로지도가 “장래의 직업이나 인생의 목표를 주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성적이나 대학, 학과 등의 선택 등 단기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와이즈멘토측의 분석이다.진로결정 최적기는 중학교 시절대학입시 등 단기적 목표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점은 무엇일까. 1위는 자녀의 적성과 소질(44%), 2위는 졸업 후의 진로(40%)가 차지했고 소속 대학의 인지도(14%)는 3위에 올랐다.이에 대해 와이즈멘트측은 “자녀의 적성을 몰라서 진로지도가 어렵다고 답한 학부모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가장 많이 고려되는 사항은 졸업 후의 진로”라며 “이는 최근 심각한 취업난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졸업 후 직업을 선택할 때는 경제적 이득(55%)과 명예(23%)를 먼저 고려하겠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개인적 여유시간(20%)도 예상보다 높아 최근의 ‘웰빙’ 열풍을 느낄 수 있다.구체적인 진로결정 시기로는 예상을 깨고 중학교(49%) 재학 시절이 가장 높았다. 고등학교는 39%로 2위에 그쳤다. 이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외국어고, 과학고, 민족사관고 등 특목고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중학생 자녀를 둔 김모씨는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명문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높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자녀와 대화를 자주 하지만 진로지도에 애를 먹고 있는 학부모들이 대안으로 선택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진로지도에 관한 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얻으십니까’라는 질문에 36%에 해당하는 48명의 학부모들이 신문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이어 주변의 지인(23명, 17%), 인터넷(17명, 13%), 입시설명회(16명, 12%)의 순이었다.TV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학부모는 4명에 불과했다. 충격적인 것은 학교 선생님이라고 답한 학부모가 5명뿐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공교육이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진로지도에서도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인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 이들의 개인적 경험을 자녀들에게 강요할 소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지만 여전히 정보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83%의 학부모들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필요 없다’고 답한 학부모는 3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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