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진로지도 멘토링 열기 ‘화끈’

입시컨설팅 위주 탈피… 과학적 적성분석 앞세워 인기몰이

서울의 유명 과학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 김모군.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가며 남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김군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자신의 인생이 어딘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는 것. 급기야 한 진로지도 전문업체를 방문해 상담을 받기에 이르렀다.“과학고 시절 ‘전설’ 취급을 받던 선배들을 대학에서 만났습니다. 반가운 것도 잠시뿐이고 실망과 혼란이 찾아오더군요. ‘내 인생 왜 이러지’, ‘막 사는 거지, 뭐’ 하는 식의 푸념을 하더라고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거예요. ‘대단하던 선배들도 이런데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도 오지 않아요.”적성 파악, 어릴수록 효과적서울 강남지역의 학부모들 사이에서 진로지도 멘토링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김군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학생들이 늘면서 적성에 맞는 전공과 직업을 갖도록 자녀를 지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진로지도 설명회에 참석한 최모씨는 “명문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해 해당 분야의 최고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부모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진로지도 멘토링 전문업체가 강남지역에서 먼저 선을 보인 것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이 지역의 교육열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대치동에서 성공한 교육사업 모델은 전국에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치동은 ‘교육사업의 경연장’으로 통한다. 이스라엘식 유치원, 독일식 유치원, 초등학생 대상의 특목고 입시반과 서울대 입시반, 수천만원짜리 과외 등 기상천외한 사교육마저 등장한 실정이다.부모들의 관심이 온통 대학입시에 몰려 있는 만큼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멘토링 전문업체들은 대부분 입시컨설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점수대에 맞춰 진학할 수 있는 학교와 학과를 추천하는 것이 주요업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로지도 전문 점집’, ‘DNA 검사를 통한 진로분석’ ‘사상의학으로 본 진로결정’ 등을 내건 상담소마저 앞다퉈 생겨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학적인 방법에 근거한 ‘총체적인 진로지도 멘토링 서비스’를 표방한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 와이즈멘토를 들 수 있다. 초중고생의 진로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의 조진표 대표는 “성인의 경우 진로지도를 해도 많은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반면 어려서 적성을 발견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면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기 진로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단계별 목표달성 방법 제시와이즈멘토는 과학적이고 총체적인 진로지도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경영컨설팅의 기법을 진로지도에 적용해 객관성을 높였다는 것. 학생 본인의 역량과 심리분석은 물론 가족의 경제력, 환경, 사회 트렌드 분석과 전문직에 종사하는 자문단의 조언을 거쳐 해당 학생의 ‘직업목표’(Career Goal)를 도출한다. 와이즈멘토의 멘토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목표를 정한 후에 ‘직업경로디자인’(Career Path Design)을 마련, 목표달성을 위한 단계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상담 연령층은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다양하지만 진학을 앞둔 중고생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많이 찾는다. 조기유학, 특목고 진학 등 강남지역 중산층의 트렌드를 반영한 고민들이 주요 상담내용이다. 최근에는 이른바 ‘돼지엄마’들의 출입도 잦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돼지엄마들이지만 정작 자신들의 자식교육에 실패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조대표의 설명이다.“대부분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명문대학 진학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적성이나 소질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지요. 적성을 무시한 진학은 ‘성공했지만 불행한 사회인’을 양산할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진정한 진로지도를 할 수 있습니다.”아직까지 전문적인 진로지도 멘토링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지만 1~2년 내에 관련업체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조대표는 내다봤다. 취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적성에 맞는 진로지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유행을 타고 자격 없는 업체도 생길 가능성이 있어 업체 선정에 주의를 요해야 한다고 당부한다.“무엇보다 컨설턴트들의 경력을 살펴봐야 합니다. 사회경험이 풍부한 컨설턴트들을 많이 보유한 업체를 선정하면 실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진로지도의 최종 목표는 성공적인 사회인을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돋보기 자녀 진로지도 포인트10년 후 내다보는 진로지도 절실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에는 2,000만명의 교육전문가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자녀의 진로를 지도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대부분 대학입시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10년 후, 20년 후까지 고려해야 하는 진로지도에서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사항들을 짚어봤다.1. 새로운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하라.정부의 교육정책은 진로지도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자주 바뀌는 통에 혼란스럽기는 해도 포기하지 말고 정책의 목적과 세부사항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노력한다.2. 자녀의 적성과 흥미에 우선순위를 두라.대부분 학부모들은 적성보다 성적에 무게를 둔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 방황하는 학생들이 주위에 적지 않다. 적성 위주의 진로지도를 해야 한다.3. 부모의 개인적 경험을 자녀에게 강요하지 마라.부모와 아이는 서로 다른 인격체다. 탐탁지 않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4. 가정의 경제력을 고려하라.생활수준에 맞는 교육방법을 택해야 한다. 투자를 많이 한다고 반드시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5. 가족간의 합의를 이뤄라.자녀의 목표달성을 위해 가족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대화를 통해 진로에 대한 합의를 봐야 한다.6. 장기적인 직업목표를 먼저 정하라.목표를 세우면 그에 이르는 길이 보이게 마련. 장기적인 목표를 먼저 세워라.7. 자녀의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우선순위에 올려라.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성공적인 사회진입이다. 경제적 자립을 우선시해 자녀와 부모 모두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8. 5~10년 후의 사회 트렌드를 반영하라.현재 유행하는 것보다 10년 후 자녀가 사회에 진출할 때 유망한 일을 파악하라.9.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계획을 짜라.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시켜라.10.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주목하라.자녀들은 언젠가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자녀의 진로지도에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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