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HP·세계은행 등 도입, 효과 입증

인재육성, 이직방지 뚜렷…멘토링 성과에 대한 보상, 연봉에 반영하기도

멘토(Mentor)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말이 아니듯 멘토링 자체도 국내에 뜻이 알려지기 전부터 해외에서 활발히 진행돼 왔다.먼저 멘토링 제도가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70년대 말 페덱스(Fedex)가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AT&T 등 대기업은 물론 벤처기업들도 멘토링을 받아들였다.미국 역시 한국기업과 같이 ‘현장훈련을 통한 인재육성’이라는 취지를 갖고 이 제도를 운영한다. 회사와 업무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 즉 멘토가 일대일로 가르침을 받는 멘티(Mentee)를 지도하며 조언해 주는 것. 멘티의 실력과 잠재력을 개발하고 성장시킨다.미국 CLC(Corporate Leadership Council)가 1999년 500대 기업 중 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멘토링을 받지 않은 사람의 이직 의도는 35%인 반면, 받은 사람은 16%로 두 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인재육성뿐만 아니라 길러낸 인재보유 및 관리에도 멘토링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또 국제멘토링협회(IMA)에서 실리콘밸리 등의 첨단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멘토링을 실시 중인 기업의 신입사원은 실시하지 않는 기업의 사원보다 2~5개월 정도 빨리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구체적 실례를 살펴보면 먼저 미국의 항공사인 델타에어라인(Delta Air Lines)이나 유니온퍼시픽(Union Pacific)은 훗날 임원이 될 후계자를 육성하기 위해 18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입사원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인력이나 리더의 육성에도 멘토링이 기여하는 셈이다. 유니온퍼시픽의 경우 멘토링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는 평가를 받아 우수인력 유치에도 유리한 입지를 다졌다. 신입사원을 모집하러 나간 각 대학에서의 리크루팅 과정에서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한다.휴렛패커드(Hewlett Packard)도 중간관리자 육성을 위해 멘토링을 적극 활용한다. 먼저 입사 5~7년차의 회사 구성원 중 상사의 추천에 의해 멘티를 선발한다. 이렇게 선발된 멘티들은 7일간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그 결과 개선이 필요한 2~3개의 역량을 멘토가 집중적으로 훈련시킨다.멘토링의 이점을 톡톡히 누려온 휴렛패커드는 사전에 멘토링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한다. 멘티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려주며 멘토링을 위한 교육도 시킨다. 휴렛패커드의 로즈빌(Roseville) 공장에는 100여쌍의 멘토링 커플이 있다. 이들은 멘토링에 앞서 하루 과정의 워크숍에 참석, 비디오 시청과 시뮬레이션을 하며 멘토링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역으로 멘토링을 통해 사수인 멘토의 능력이 향상되기도 한다. 멘토가 신입사원을 지도하며 조직 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나 관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화학업체인 듀폰(Dupont)은 리더들의 인재육성 능력을 향상시키는 주요 수단으로 멘토링을 활용하고 있다. 듀폰의 리더들은 멘티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지식도 얻으며 사고도 넓히는 동시에 인재 육성능력 또한 기르고 있다.실제로 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쌍방향 멘토링(Two-way Mentoring)이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상사도 부하직원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조언했다.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 등 직장 내 모든 관계자들이 인사고과 점수를 매기는 ‘다면평가제도’가 정착되면서 부하직원들의 의견이 더욱 값어치를 내고 있다는 것.성공적 멘토링 제도를 위해서는 적절한 멘토 선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아무리 훌륭한 멘토라고 해도 멘티와 궁합이 안 맞으면 이 제도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세계은행(World Bank)의 경우 멘토를 선정할 때 직속 상사는 피하도록 하고 있다. 또 멘토와 멘티의 스타일이나 지적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칭시킨다.화장지, 기저귀 등으로 유명한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도 멘티의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멘토가 가져야 할 자질로 멘토링 경험과 해당업무 분야에 대한 전문성, 노하우, 인재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들고 있다.멘토링이 실질적 효과를 지니는지 그 여부에도 미국기업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멘토링 제도의 사후관리까지 중시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일정기간을 주기로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4번의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실효성을 평가한다. 설문내용은 만나는 횟수, 멘토의 역할 수행 정도, 역량 개발 정도, 멘토 제도에 대한 만족도나 향후 개선돼야 할 보완점 등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멘토링이 종료되면 외부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보다 심층적인 평가를 실시한다. 향후 운영할 멘토링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다.화물운송용 철도건설업체인 노퍽서든(Norfolk Southern)도 멘토링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면 멘토와 멘티가 제대로 매칭됐는지 설문을 통해 중간평가를 한다. 6개월과 10~1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2회에 걸쳐 멘토링 진행상황에 대해 평가하고 피드백을 제공해 멘토링이 보다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꾀한다.멘토링이 성과를 거뒀다면 적절한 보상도 줘야 멘토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마련이다. 이 점을 감안해 킴벌리클라크(Kimberly-Clark)는 멘토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멘토에게 인재ㆍ후배양성 기여도를 인정해 연봉에 반영하고 있다.최병권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멘토링을 현장에서 구성원간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 즉 일을 통한 실전학습의 핵심수단으로서 활용해야 한다”며 “성공적 멘토링 사례에 대해서는 구성원에게 널리 전파해 축하와 인정을 받게 하거나 승진이나 금전적 측면에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교육계에서도 전문가 학생 일대일 교육멘토링은 미국의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교육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토머스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TJHSST)는 외부전문가를 영입해 한 학기 동안 학생의 멘토로 삼는다. 일주일에 12~15시간 방문하는 멘토는 학생과 공동연구를 한다. 12학년(우리나라 고교 3학년)의 20%는 멘토링으로 연구수업을 대체하기까지 한다. 멘토십 코디네이터를 따로 두고 이 제도를 조율하고 있다. 코디네이터는 학생의 연구 주제에 따라 멘토를 물색하고, 학기 중 4번 멘토를 방문해 관리하고 감독한다. 해군연구소와 국립보건원 같은 국립연구기관과 정보통신업체인 UUNeT, 위성제작사인 TRW, 언론사인 USA투데이 등 64곳의 전문가가 멘토로 참여한다.여학생을 위한 맞춤 프로그램도 있다. ‘보이스’라는 이 멘토링 프로그램은 수학과 과학, 기술과목에 흥미를 느끼는 초등학교 6학년생들을 뽑아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수학과 과학,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과 학생들이 일대일로 짝을 지어 학생들의 지식을 쌓게 해준다. 여학생을 위한 과학 멘토링은 영국에도 있다. ‘와이즈(WISE)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이 제도는 1984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여성 과학자가 초ㆍ중등학교를 방문해 여학생들에게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준다.미국 텍사스에서는 교도소도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재소자와 민간인이 일대일로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며 재소자의 인권에도 귀 기울인다.미국의 한인사회에서도 멘토링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재미동포들이 그들과 같은 분야로 진출을 원하는 동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후진 양성에 나섰다. 지난해 7월 한인 커뮤니티재단과 입양아단체 등 뉴욕지역 한인청년단체 대표들은 뉴욕 총영사관에서 모임을 갖고 ‘멘토링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참여한 멘토들은 대기업 경영인, 법조인, 언론인, 교수 등 성공한 30~40대 재미동포들. 동포 청소년에게 지속적으로 진학과 진로지도를 해주고 고민을 함께 나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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