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빠른 속도로 진행… 65세 이상 8.7%

노인진료비도 급증 추세… 이미 전체의 20% 훌쩍 넘어

인구구조의 고령화는 단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65세 인구가 7%를 돌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노인복지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령화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그렇다면 그 실태는 어떨까. 먼저 인구의 고령화를 살펴보자. 최근 우리나라 인구구조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반면, 0~14세의 유년층은 줄어들고 있다. 예컨대 지난 1980년 65세 이상 인구는 145만명에 달했다.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에 지나지 않았다.하지만 10년 후인 90년에 219만명(5.1%)으로 마침내 200만명을 돌파했고, 2000년에는 339만명(7.2%)을 넘었다. 해마다 10만명 이상씩 늘어난 셈이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는 417만명(8.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이에 비해 유년층은 80년 1,295만명이었던 것이 90년에는 1,097만명으로 10년 사이 200만명 가까이 줄었다. 젊은 부부들의 출산율 감소와 독신층의 증가가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최근에도 감소폭은 줄어들지 않았고, 올해의 경우 9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2030년엔 600만명을 겨우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한다. 최근 정부가 나서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움직임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10년이 되면 65세 이상자가 530만명(10.7%)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노인이 10명 가운데 1명꼴인 셈이다. 이후에도 노인층은 더욱 늘어 2020년 766만명(15.1%), 2030년 1,160만명(23.1%)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령 사회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통상 65세 이상 인구가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부양비 등 경제적 영향이 만만치 않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후유증이 뒤따른다. 더욱이 노년층의 경제활동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15~64세 인구에 대한 노인인구비율을 나타내는 노년부양비 역시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의 통계로 볼 때 증가속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1980년 6.1%였던 것이 90년 7.4%, 95년 8.3%로 늘었다. 그러다가 2000년 마침내 10.1%를 돌파했고, 올해는 12.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년층의 증가속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사회가 늙었음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노령화 지수(0~14세의 유년인구의 비율에 대한 노인인구비율)는 더욱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습이다. 80년 11.2%였던 것이 90년 20.0%, 95년 25.2%, 2000년 34.3%로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는 43.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치 면에서 불과 20여년 만에 4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유년인구는 줄고 있는 반면, 노인층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까닭이다.노인의 증가는 복지의 확충을 요구한다. 특히 건강보험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노인진료비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원이 최근 발표한 ‘2003 건강보험 심사통계지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354만여명이 병원, 약국, 요양원 등에서 사용한 치료비는 4조3,72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에 비해 18.8%나 늘어난 수치로 증가세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노인진료비가 국민 전체 진료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21.3%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99년 16.7%(1조9568억원), 2000년 17.4%(2조2,893억원), 2001년 17.8%(3조1,681억원), 2002년 19.3%(3조6,811억원)와 비교할 때 증가세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특히 건강보험 가입자 가운데 노인인구는 전체의 7.5%에 불과한 반면, 급부액은 20%를 넘어 인구구성비에 비해 2.8배나 되는 돈을 사용하고 있다. 노인 1인당 진료비도 연간 123만원으로 다른 연령대 평균진료비의 2.8배나 됐다. 심사평가원 황의동 경영통계부장은 “우리 사회에서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진료비 역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2010년쯤에는 노인이 전체 진료비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소득불균형 역시 노인의 증가와 맞물려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으로 시급히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지니계수(소득불균형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1에 가까울수록 불균형도가 심하고 0에 가까울수록 불균형도가 약함)를 보면 이는 단적으로 드러난다.한국조세연구원 조사결과를 보면 연령대별 지니계수는 65세에서 0.315를 나타내는 등 60대에서는 0.3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비해 30~50대는 0.25 안팎이다. 55세만 해도 0.29 수준이다.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득분배 격차가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런 흐름은 노령화 시대에 대비한 노인복지정책 방향과 관련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고령화 사회가 겪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노인들의 일자리 역시 좌시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이상 실업률은 0.6%다. 일단 겉으로는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이는 상당수 노인들이 취업을 포기해 실업률에 잡히지 않은 결과다. 또 농촌에 사는 노인들 역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어렵사리 취업을 하는 노인들도 대부분 단순노무직이나 농어업직에 종사한다. 2002년 노동부 고용안정정보망에 집계된 구인, 구직 및 취업동향을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의 경우 전체 취업자 4만9,963명 가운데 농어업 및 단순노무직이 94.4%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기술기능직(3.3%)이 뒤를 이었고, 서비스직과 금융분야가 각각 1%를 기록했다. 한국직업개발원측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체의 채용을 촉진할 수 있는 고령자 우선 직종을 선정하고, 고령자 고용촉진법을 강화하는 등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통계상으로 보면 국내의 실버 실태는 상당히 심각하다. 노인들은 느는데 사회적으로 이들을 수용할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시간을 탓할 필요도 없다. 엄동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인인구 급증은 세계적 추세이고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며 “사회적으로 노인층을 지원하고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나와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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