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부사장 8명‘사장도 머지않아’

올 초 이용훈 현대차 실장, 윤석만 포스코 실장 부사장 클럽에 합류

잘나가는 현직 홍보맨지난 3월 윤석만 포스코 전무(56)와 이용훈 현대자동차 전무(54)가 각각 부사장 홍보실장 대열에 끼면서 홍보실 위상을 한껏 높였다. 이에 따라 현직 부사장 홍보실장들은 모두 8명. 2001년 홍보실장의 부사장 시대가 개막된 이후 3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사실 역대 홍보실장들 중 가장 먼저 부사장 시대를 연 홍보맨은 이영일 KCC 홍보고문(60)이다. 이고문은 98년 현대그룹 문화실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가 2000년 문화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홍보실을 떠났다. 문화일보 사장, 디지털타임스 사장 등을 역임한 이고문은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와 KCC간의 지분경쟁이 벌어지면서 고문으로 영입됐다.현직 홍보실장 8인 중 부사장 시대의 첫 테이프는 2001년 이순동 삼성구조조정본부 부사장(57)이 끊었다. 같은해 김영수 LG전자 홍보실장(54)이 이부사장의 뒤를 이었고 이듬해 최한영 당시 현대자동차 홍보실장(현 현대ㆍ기아차 전략조정실 사장ㆍ52)과 김순복 신세계 홍보실장(58)이 각각 부사장 사령장을 받으면서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에는 정상국 LG구조본 홍보실장(51), 김익환 기아자동차 홍보담당(54), 김진 두산 홍보실장(51)이 모두 부사장으로 한 계단 올라섰다. 올해 승진한 이용훈 부사장은 최한영 사장으로부터 홍보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 이부사장은 84년 현대차에 입사해 구매부장, 기획실ㆍ홍보실 이사를 거쳐 2002년 홍보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치는 등 초고속 승진을 해왔다.홍보 경력으로만 보면 ‘부사장 8인방’ 중 간판 격인 이순동 부사장이 23년으로 단연 앞선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이부사장은 81년 삼성전자 홍보실 과장으로 입사해 줄곧 홍보실에서만 근무한 베테랑이다. 때문에 이부사장은 최근 최준집 대한항공 전무, 신영철 SK텔레콤 상무 등과 함께 국정홍보처로부터 강의요청을 받았다. 이부사장은 홍보맨들의 모임인 한국 PR협회 및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홍보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경력이 22~23년에 이르는 김영수 LG전자 부사장은 차석에 해당된다. 두산의 김진 부사장도 홍보실 재직기간이 20년에 이르는 홍보전문가다.재계에서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이미지 제고 등 무형의 가치 증대에 힘쓰기 시작하면서 홍보실의 위상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부사장은 아니지만 지난 4월 SK그룹 기업문화실장으로 영입된 권오용 전무는 차세대 홍보주자로 꼽힌다. 권전무는 경영 전면에 나선 최태원 SK 회장을 보좌하기 위해 지난 4월 KTB네트워크에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활동할 때 전경련 기획홍보본부장으로 일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특히 그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지식이 탁월하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올해는 홍보실 임원들의 진급이 특히 두드러졌다. 김상영 포스코 홍보실장이 상무대우로 승진했고 삼성SDI 배홍규 상무, 삼성전기 이상표 상무보가 지난 1월 각각 한 단계씩 진급했다. 삼성화재 조진일 홍보부장이 상무보로 올랐고, LG전자 이방수 상무를 비롯해 현대상선 오동수 상무보와 현대백화점 오중희 이사대우도 홍보맨으로서 올해 임원으로 승진했다. 현대차 김조근 이사와 기아차 김봉경 상무(홍보실장)도 지난 1월 각각 승진해 홍보맨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지난해 말에는 대한항공의 최준집 전무(홍보실장)와 김광희 상무보(홍보팀장)가 나란히 승진했고, 현대중공업 김문현 이사대우도 임원으로 격상됐다.한편 대기업 홍보실에 포진한 중앙대 출신의 홍보맨들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중홍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두 달에 한 번 모여 친목을 나눈다. 윤석만 포스코 부사장(행정 67학번)을 비롯해 김상욱 현대카드 전무(경제 72), 이해선 태평양 전무(경제 74), 신영철 SK텔레콤 상무(신방 75), 최형 롯데그룹 이사(사진 72) 등이 이 모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재계 홍보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지난 57년 국내 최초로 생긴 신문방송학과 출신 졸업생들이 홍보분야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잘나가는 전직 홍보맨지난 3월 승진과 함께 홍보실장을 떠난 최한영 현대ㆍ기아차그룹 전략조정실 사장은 82년에 입사, 99년 이사대우를 시작으로 매년 한 단계씩 올라 재계의 부러움을 샀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최사장은 이번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업무를 조정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이노종 SK아카데미 원장(55)은 지난 3월 4대그룹 홍보실장들 중 늦게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홍보실을 떠났다.(인터뷰 참조)지난 2002년 ‘최규선 게이트’ 파문으로 포스코를 떠났던 유병창 전 전무도 2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 계열사인 포스데이타 부사장으로 취임해 눈길을 끌었다.그동안 그룹 홍보실장을 거쳐 CEO까지 오른 홍보맨들은 상당수에 이른다. 삼성의 경우 고정웅 하쿠호도제일 사장(59), 배종렬 삼성물산 상담역(61), 이재환 삼성BP화학 상담역(56), 배동만 제일기획 사장(60), 지승림 알티캐스트 사장(55) 등이 있다.현대의 경우 이영일 KCC 고문을 비롯해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51), 김판곤 현대역사 사장(57) 등이 간판 홍보맨들로 활약했다.LG는 이인호 LG애드 부회장(62), LG백화점 사장을 지낸 유수남 LG클럽 고문(60), 심재혁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57) 등이 그룹 홍보실장을 역임했다. 이들 중 이부회장은 33년간 홍보인생에서 국내 1호 홍보과장, 1호 홍보부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이경재 한화이글스 사장(57)은 88~98년까지 10년 동안 그룹 홍보실장을 지내다 한컴 사장을 거쳤다. 정이만 한컴 사장(52)은 98~2003년까지 한화그룹 홍보팀장을 맡았다.INTERVIEW 이노종 SK아카데미 원장“홍보맨 소모품 안되려면 브레인이 돼야”지난 3월30년의 홍보맨 생활을 접은 이노종 SK 아카데미원장(55)은 홍보맨들에게 ‘회사 내 브레인이 돼라’고 역설한다. 회사의 수족 노릇만 하다간 자칫 소모품처럼 사라지기 십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그동안 홍보맨들은 기업 이미지 관리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사 차원에서의 마인드 및 행동 일치를 이끌어내야 하고, 회사의 명성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홍보맨들이 회사내 브레인으로 성장해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 반열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그는 이번에 아카데미원장을 맡아 일단 전사 차원의 통일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공표한 ‘뉴 SK프로젝트’가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그는 1974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 홍보실로 입사해 줄곧 홍보실에서만 근무한 홍보계 산증인이다. 그는 90년대 초반 홍보실장을 맡아 고 최종현 회장을 보좌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한다.“내 인생의 모든 지식은 고 최종현 회장에게서 얻은 것입니다. 나는 그분을 회장 이전에 석학이자 스승으로 모셨습니다.”그는 손길승 전 회장의 ‘열렬한’ 추종자다. 그래서 그는 손회장이 퇴진하자 자신도 홍보실장 자리를 후임자에게 물려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그는 요즘 무엇보다도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가져 행복해 하고 있다. 그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온 가족들에게 무척 고마움을 느낀다”며 “이제는 내가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해줘야 할 때”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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