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노후 보내려면 6억 이상 필요

요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80세에 근접해 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조기퇴직제도 시행에 따라 샐러리맨들은 대체로 50세 전후해 직장에서 물러나고 있다. 우리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50세에 퇴직을 하면 앞으로 30년이라는 세월이 남아 있게 된다는 뜻이다. 30년이라는 세월은 ‘여생’(餘生)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다. 따라서 이는 여생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다.제2의 인생을 여유롭게 보내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퇴직 직전에 부랴부랴 준비하려면 이미 때가 늦기 때문이다.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보내겠다는 확실한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돈과 건강, 마지막으로 본인의 열정이 더해질 때 노후생활은 풍성하고 보람찬 시간으로 메워질 수 있다. 정년 시점까지 이런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대책을 마련해 두지 않은 사람들의 노후는 즐거운 30년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30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풍요로운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 첫 번째로 준비를 해야 할 것은 넉넉한 노후생활자금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만 60세인 부부가 평균 기대수명(남 77.5세, 여 82.2세)까지 살 경우 필수생계비와 최소한의 용돈만 쓴다 해도 약 2억6,000만원이 필요하며, 월 100만~200만원 정도의 여윳돈을 쓰고 살려면 약 5억~7억원의 노후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확실한 목표 세워야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의 이 같은 추정치에는 자녀들의 결혼비용, 은퇴 이후 들어가는 노부부의 병원진료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또 평균수명 증가 추세에 따라 만약 부부가 80~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노후자금 규모는 더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내려면 국민연금공단의 추정치보다 1억~3억원 정도는 더 준비해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노후생활을 의탁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연금’이고, 둘째는 기업이 제공하는 ‘퇴직금’, 셋째는 개인 각자가 가입하는 ‘개인연금’이다. 흔히 이 세 가지를 합쳐 ‘3대 사회보장 장치’라고 부른다.그러나 문제는 국민연금에 노후생활을 전적으로 기탁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기본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연금만 지급할 뿐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가입기간 및 납입액에 따라 연금액이 증가하는 구조로 돼 있다. 가입기간이 길수록 받는 연금액이 많아지고,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가 많으면 나중에 받아가는 연금액도 많아진다는 뜻이다.국민들의 소득수준에 맞춰 정해진 보험료를 40년(20년) 동안 성실히 내면 사회에서 은퇴했을 때 월평균 소득액의 60%(30%)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월평균 소득의 60%는 평균적으로 얘기할 때 그렇다는 것일 뿐 모든 가입자가 60%를 보장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또 정부는 올해부터 보험료는 올리고 연금액은 단계적으로 낮추는 국민연금개혁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앞으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연금 지급액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물론 국민연금은 대부분의 가입자들에게 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주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는 것보다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으로는 필요한 노후생활비의 30~50% 가량만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젊을 때 별도의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 이 같은 개인적인 노후 대비 상품으로 적당한 것이 바로 개인연금저축이다. 개인연금저축은 은행권에서는 개인연금신탁, 보험권에서는 개인연금보험, 투신권에서는 개인연금투자신탁이라는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만약 이 상품에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그러나 돈이 많고 부부가 함께 오래 산다고 하여 노후생활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그냥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장수국으로 꼽히지만 병원에서 지내는 장수인구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2,000만명을 넘어선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5%인 약 100만명이 치매와 여러 노인질환으로 누워서 지내는 실정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이 같은 상황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가장 좋은 운동은 ‘등산’그러면 어떤 운동이 좋을까. 노인전문가들은 단연 ‘등산’을 꼽는다. 최근 박상철 서울대 의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장은 전국을 누비며 100세 이상의 노인들을 인터뷰한 뒤 우리나라의 장수지도를 그렸다. 그 결과 장수마을이 해안지역에서 산간지역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박교수는 장수마을이 해발 300∼500m에 위치한 산간 마을로 이동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운동량을 꼽았다. 평지를 걷는 것보다 매일 산을 오르내리는 것이 엄청난 운동이 되고, 이것이 장수노인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것이다.또 노인들은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은퇴자들은 직장에서 퇴직한 후 마음껏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다. 가장 행복한 은퇴자들은 늙어서도 일을 계속하거나 자원봉사처럼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노후를 비정부단체(NGO) 활동과 봉사활동으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노후에 대비한 재교육에 투자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사회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가져다주는 의미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후의 일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자기계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노후설계에 속한다.자기계발 방법으로는 첫째,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이다. 대학원 교육은 대체로 소정의 시험에 합격해야만 받을 수 있으나 대학은 상당한 융통성이 있다. 둘째, 방송통신대와 사이버대학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들 대학은 학비가 싸고 교육내용이 실속 있다는 게 장점이다.또 노후에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매우 많다. 혼자서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는 데는 예술만한 게 없다. 따라서 노후생활을 풍요롭게 보내려면 젊었을 때에 예술을 즐기는 법을 배워 두는 것이 좋다. 미술이나 음악, 연극, 사진, 문화재 등 은퇴자들이 즐길 만한 예술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꽃과 나무를 가꾸거나 분재를 하는 것도 좋은 소일거리이다. 평소 눈과 귀를 훈련시켜 예술을 즐기는 습관을 길러두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실 일에 쫓겨 이렇다 할 취미도, 노후에 대한 설계와 준비도 없이 퇴직을 맞은 사람에게는 은퇴 후의 인생은 괴롭기만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실패한 할아버지들을 ‘젖은 낙엽족’이라고 부른다. ‘젖은 낙엽족’은 자립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한다.마지막으로 최근 일본 에히메대학 연구팀은 부부간의 수명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의 한 농촌에 거주하는 60세에서 84세까지의 노인들을 4년 반 동안 조사한 결과 남성은 ‘아내가 없는 경우’의 사망률이 ‘아내가 있는 경우’의 사망률보다 80%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남편이 있는 경우’의 사망률이 ‘남편이 없는 경우’의 사망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남자들에게 결혼은 장수의 요인이 되고, 배우자와의 사별은 단명의 요인이 되는 경향이 있다. 여자들은 배우자가 죽고 나서 혼자 사는 기간이 15년 가량 되지만 남자들은 1.5년밖에 되지 낳는다는 통계도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해 준다. 따라서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부부의 금실을 좋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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