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지 않으면 노후는 ‘지옥’

지금 당장 생각해 보자. 나와 내 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재무문제는 무엇인가.만일 내집마련, 자녀 교육비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20~30년 후 ‘지옥 같은’ 노후생활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단언컨대 지금 30~40대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노후생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앞으로 은퇴 이후의 노후기간은 과거보다 30년 정도 늘어나게 한다. 준비된 자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 되겠지만, 준비되지 못한 자에게는 병든 육체와 경제적 빈곤만 남아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특히 재테크를 은행 저축으로 일관하는 사람이라면,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저축이 별 힘이 되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될지 모른다.30대에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시급한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내집마련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필수인 것은 물론 훗날 노후생활을 위해 ‘보루’를 확보한다는 의미에서도 내집마련은 노후준비의 첫걸음이다.내집마련 목적을 달성한 40대는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자녀교육비와 노후준비, 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 맞닥뜨리는 것이다. 한정된 수입을 쪼개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를 포기하기 십상이다.‘10억 만들기’는 노후생활의 기본참고로 선진국 국민들의 선택은 단연 자신의 노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자녀의 양육은 물론 교육, 결혼, 심지어 결혼 이후 자녀들의 경제생활까지 돌보는 부모들이 적잖다. 왜곡된 자녀사랑의 끝은 뻔하다. 지출만 발생하는 자신들의 노후에는 경제력이 소진돼 극빈층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최근 ‘10억원’ 열풍이 재테크계를 강타했다. 그러나 왜 ‘10억원’인지 그 본질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막연히 ‘그 정도 돈이면 평생 풍요롭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이는 현재 30대 초반인 사람이 은퇴하는 시점인 60세까지 10억원을 마련해야 최소한의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예를 들어 현재 32세인 직장인이 60세에 은퇴하고 84세까지 은퇴기간을 보낸다고 가정하자. 이 기간에 물가상승률은 연 4%이고, 자금을 연 7%의 세후수익률(복리)로 운용할 수 있다고 치자. 이 직장인이 현재 가치로 월 200만원의 생활비를 노후에 사용하려면 60세까지 10억7,9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더구나 이는 60세부터 국민연금이 현재 가치로 월 30만원씩 나온다는 가정하에서다.가장 손쉬운 방법은 3억5,900만원의 자금을 지금 당장 노후를 위해 별도로 마련하고 연 7%의 세후수익률로 은퇴시점까지 운용하면 된다. 이 돈이 없다면 올해 말까지 775만9,000원을 적립하고, 매년 적립금을 4%씩 늘리면서 은퇴시점까지 별도로 적립해야 한다. 적립기간이 짧은 40대라면 이 금액으로도 부족하다.물론 세후수익률 연 7%를 은퇴시점까지 장기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예금은 물론 보험상품 중에도 연 7%의 세후수익률을 확정적으로 제시하는 상품은 없다. 여기서 저금리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그렇다면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장기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두말할 나위 없이 합리적인 투자다. 방법론으로 따지자면 적립식 투자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추어들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무모하게 뛰어드는 투자시장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미국 등 서구 선진국은 물론 일본, 홍콩에서는 노후준비와 같은 장기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립식 투자가 가장 용이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점차 예금에서 투자 중심의 자산관리 시스템으로 전이해 가는 한편 일시적 목돈만들기보다 노후대비와 같은 장기적 플랜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다.궁극적으로는 미국처럼 전체 금융자산에서 저축성 자산(예금+보험ㆍ연금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46.1%, 주식, 채권 등과 같은 투자 자산 비중이 34.7%로 균형을 이루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30~40대라면 당장이라도 노후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해야 한다.‘물가상승률 상회ㆍ안정적 수익률’ 키워드우선 노후를 위한 상품에 가입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노후대비용 상품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수익률’이다. 물가상승률을 상회하지 못하는 수익률의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면 해약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잘못하면 돈만 낭비하고 만다.이러한 예가 최근 교육보험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장은 확정금리여서 안정적 수익률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볼 때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두 번째 점검할 것은 적정한 금액으로 준비하고 있는가이다. 금액이 적다면 지출을 줄여서라도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 생활에 작은 불편을 겪는 것이 노후에 빈곤한 것보다는 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월 10만~20만원 정도의 적은 금액으로, 노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품에 가입하면서 ‘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30~40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아예 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혜택은 노후 준비상품에 불입토록 권유한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가장 확실하고도 현명한 방법은 지금 당장 금융ㆍ재무전문가를 찾아 자신의 자산 상태를 점검받는 것이다. 그리고 노후준비 상품의 원칙인 ‘물가상승률 상회, 안정적 수익률’을 실현할 실행안을 찾아내야 한다.30~40대에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결코 빠른 선택이 아니다. 늦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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