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어르신도 ‘윈윈’기쁨 두배

증권사 '실버 퀴서비스'… 중소기업 '안경알 배송'도

은퇴한 60~70대 노인들을 근로현장에 모시는 회사가 늘고 있다.금융권에서는 삼성증권이 지난해 12월 은퇴한 3명의 노인을 채용했다. 71세와 68세인 남성 2명과 59세인 여성 1명을 채용한 것.이에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해 7월 사회공헌사무국을 신설하고 ‘은퇴자 사회 참여사업’을 대표적 공헌사업으로 선정했다.그후 사내 부서장회의를 통해 은퇴자가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던 중 서류배달과 자료실 문서 업무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취업을 의뢰한 노인 중 9명을 선발해 면접을 거쳐 3명을 합격시켰다.채용된 남성 노인 2명은 문서수발실에 소속돼 ‘실버 퀵서비스’를 하고 있다. 종로 삼성증권 본사에서 증권사 및 기관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까지 지하철로 서너 차례 왕복하며 서류를 배송한다.이 업무를 담당하는 68세의 허경진씨는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제주의료원 등에 몸담았던 공직자 출신이다. 71세인 노원씨도 은퇴 전 정보통신부 사무관으로 일했다.59세 여성인 이선이씨는 교사생활 후 보습학원 원장으로 근무했었다. 문서를 다루는 데 능하다는 이점을 살려 현재 리서치센터 자료실에서 일한다. 정기간행물과 증권시황 분석자료를 분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이들 노인은 퇴직 직후 몇 년간은 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을 지키는 것도 어렵고 삶의 보람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일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껴 지원한 이들 노인은 현재 매우 만족하고 있다.이선이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허경진씨와 노원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5일 근무를 한다. 월급은 80~84만원 수준이다.장영택 삼성증권 사회공헌사무국장은 “노인들이 겨울에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전보다 더 건강하신 것 같다.”며 “은퇴 후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하던 분들이 채용 후에는 할일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의욕이 넘쳐난다”고 설명했다.장국장은 또 “채용된 본인들도 즐겁게 일하고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며 “업계에서도 은퇴자 채용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중소기업 중에서도 활발하게 노인들을 채용을 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로 남대문의 안경알 도매업체들을 꼽을 수 있다.남대문시장에 위치한 26개의 안경알 도매업체들은 공동으로 노인들에게 안경알 배달업무를 맡기고 있다. 업체당 평균 3명의 노인을 고용하고 있다. 남대문시장과 기타 다른 지역에 위치한 안경점에 렌즈를 전달하는 일이 노인에게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안경알은 무게가 가벼워 몇 알을 한데 묶어도 1kg이 넘지 않는다. 대부분 남대문시장의 안경점으로 실시간 배달하고 가끔 수원 등 원거리로도 배달을 간다. 노인들은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배달업무를 하면서 별도의 교통비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남대문시장 소재 안경알 도매업체 중 하나인 태성광학의 최원기 대표는 “젊은 사람들은 배달업무를 기피하고 오래 다니지도 않아 이직률도 매우 높다”며 “업계에서는 2~3년 전부터 안경알 배달업무를 노인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최대표는 “2년 전에 60~80세의 남자 노인 4명을 채용했는데 지금까지 단 한명도 그만두지 않았다”며 “이중 3명은 신문사의 공무국에서 일하다가 은퇴했고 1명은 전직 군인이었는데 책임감이 강하고 직무수행능력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노인 직원들은 오히려 채용해 줘서 고맙다며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 그의 자랑.월 60만~70만원을 받는 노인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7시에 퇴근한다.최대표는 “시야를 넓혀 보면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도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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