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고민, 내 사업으로 해결 ‘끝’

자판기형 부업, 가족창업, 판매업 등 인기

‘사오정’, ‘오륙도’에 이어 ‘육이오’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기업에 62세까지 남아 있으면 대한제국 때 을사보호조약에 찬성하여 나라를 팔아먹은 5명의 역적 중 한 사람이라는 뜻이다.경기침체와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기업의 정년이 낮아지면서 노년층의 실업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평균수명의 증가와 함께 한국사회의 고령화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년층의 일자리 창출이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50~60대가 재취업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균수명 연장으로 일을 멈추기도 어려운 나이. 이 때문에 최근 창업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청년 및 여성창업자와 함께 고령창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건강즙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홍구씨(이슬로 평촌점ㆍ52)는 평소 붕어즙을 자주 달여 먹다가 창업을 하게 된 경우다. 50세를 넘긴 만큼 몸이 편하고 시간이 남는 일을 찾다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건강 관련 창업에 눈을 돌린 것. 동물, 어류 등 여러가지 건강즙을 먹어 봐 터득한 체험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 신뢰를 얻고 있다. 주 고객이 장년층 및 노년층에 많고 이씨의 지식이 100% 발휘돼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이씨처럼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고령창업이 쉬운 건 아니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연령대이므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한 고려 대상 중 하나다. 고령자들의 특성상 실버창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투잡스형과 가족공동창업형, 개인창업형 등이다.우선 점포임대의 부담감이 없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지 않는 자판기형 부업은 용돈벌이용이라 할 수 있다. 적절한 입지를 찾아 기계를 설치한 뒤 일정한 기간에 수익금만 회수하면 돼 운영이 간편하다.전통적 자판기로는 길거리 전자오락기, 커피 및 음료자판기, 팝콘자판기 등을 들 수 있다. 초중고생을 상대로 하는 길거리 전자오락기는 사양세에 접어들었으나 최근 업그레이드 형태로 인기를 회복하고 있다. 닌텐도 게임큐브의 경우 CD만 갈아 끼우면 새로운 게임으로 교체할 수 있어 자판기 수명이 길고, 플레이스테이션 방식의 조이스틱으로 착용감을 높였다.커피자판기도 로또복권과 결합, 새로운 복합기의 형태를 선뵈고 있다. 로또 열풍을 타고 등장한 아이디어형 사업이다. 300원짜리 커피를 마시면 고유번호가 찍힌 로또가 발행되며, 로또카페 사이트에 들어가 회원가입 후 넘버를 입력하면 200원이 사이버머니로 적립된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자판기 위쪽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이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고객은 동영상 광고를 보게 된다.노래방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노래방 전용 자판기도 있다. 물방울 연출기와 전자드럼이 그 주인공. 물방울 연출기는 500원 동전을 넣으면 노래 한 곡을 부르는 동안 물방울을 발생시켜 분위기를 띄워 준다. 인체에 무해하며 끈적거리지 않아 아이들에게도 걱정 없다. 전자드럼 역시 500원을 넣으면 5분 동안 신나게 드럼을 연주하며 즐길 수 있다.이밖에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의 빠른 보급에 따라 즉석에서 디지털사진을 인화해 주는 디카폰카 즉석인화기와 바쁜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DVD대여자판기도 트렌드에 맞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다.실버창업의 두 번째 형태는 가족창업이다. 보통 오픈 시간이 길고, 손이 많이 필요한 외식업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창업한다. 노인층이 자본을 대고 자식들이 운영을 전담하는 식이다. 황혼기의 상실감과 창업 초기의 불안감을 가족들이 메워주고 고된 일을 함께할 수 있어 힘이 된다. 무엇보다 효율적 업무분담과 공동관리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콩나물국밥전문점 완산골명가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수(60), 박양순(56) 부부는 가족창업의 성공적인 사례다. 남편인 김정수씨가 본사와의 관계를 일임하고 카운터를 본다. 부인인 박양순씨는 재료 구매와 밑반찬을 담당하고 있으며 직원의 세세한 부분을 챙겨주고 있다.창업자들이 꼽는 가장 큰 애로점은 직원관리. 하지만 박씨는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기보다 자신이 먼저 일을 찾아서 해 직원들에게 신임을 얻고 있다. 남편이 신경 쓰기 힘든 개인적인 고민이나 불만도 들어주고 직원들을 따뜻하게 감싸줘 2~3년씩 장기근무하는 직원이 나올 정도다. 박씨는 나이가 많아서 직원들이 더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가족처럼 지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가령 개인 사정으로 직원이 결근하게 되면 카운터를 맡은 남편이 대신 서빙을 해줘 바쁜 일손을 돕는다. 이처럼 가족이 함께 창업하면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 안정적이다.이밖에 닭불구이전문점이나 주꾸미와 삼겹살을 함께 구워파는 구이전문점, 삼겹살전문점 등 주로 육류나 해산물을 다루는 비교적 큰 규모의 외식업을 창업할 경우 가족 단위로 창업하는 것이 힘이 된다.단독으로 창업할 경우는 고령자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판매업도 고려해볼 만하다. 연령층이 비슷해 상담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며, 공통적 대화 주제가 많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건강 관련 사업은 특히 노년층에게 인기가 많은 분야다. 건강원이나 건강보조식품판매업, 맞춤쌀전문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어두운 분위기의 건강원을 탈피, 한의원 느낌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건강즙전문점도 등장했다. 소주내림방식을 사용, 24시간 안에 물처럼 맑고 투명한 액을 얻을 수 있어 여성들에게도 인기다.건강보조식품은 고객이 필요성을 느끼는 만큼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크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다양한 종류가 있으나 웰빙과 내추럴 열풍에 따라 호르몬제나 강화제보다는 자연식품을 선호한다.김미배씨(지구스피루리나 송파점ㆍ55)는 본인이 건강식품으로 복용하면서 효능을 느낀 후 창업전선에까지 뛰어든 경우.송씨가 판매하는 제품은 해조류에 해당하는 스피루리나를 가공한 것인데 식물 중 광합성이 가장 뛰어난 스피루리나는 셀레늄과 베타카로틴을 비롯해 희귀 미네랄과 5대 필수영양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어 특히 환자들이 효능을 쉽게 느낀다. 김씨의 영업무대는 주로 병원이나 환자 가족들. 약국과 스포츠센터 등에 판매대를 설치해서 관리하기도 한다.나이가 들어 창업한 것이므로 고객에게 제품에 대해 젊은 사람들만큼 유창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직접 복용해 효능을 확인했기 때문에 제품의 장점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한다. 특히 건강에 관심이 많은 노인층에게 안성맞춤. 2년 전부터 방문판매를 하던 김씨는 최근 대리점 오픈을 앞두고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실버창업의 경우 안정적 업종을 선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요가 안정돼 있고 실패해도 투자비 회수가 유리한 분야를 택하는 게 좋다. 또 창업 전에 위험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건강을 고려해 본인에게 너무 무리한 업종을 선택하는 것은 피해야 하며 투자비 회수방법, 인력확보, 고객확보전략 등을 검토한 후 창업전선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령자 창업 성공포인트1. 검증되지 않은 신사업은 피한다.2. 유행 사업은 투자비 회수가 어렵다.3. 전문성이 필요한 업종은 체인가맹점이 유리하다.4. 성장이나 확장보다는 안정적 수익에 중점을 둔다.5. 건강을 고려해서 업종을 선택한다.6. 눈높이를 고객에게 맞춰서 서비스해야 한다.7. 권위의식을 버리고 경영자 마인드를 기른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