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채권 하나, 열 주식 안 부럽다

투자성향·자금규모·투자기간 맞는 상품 골라야…과도한 투자는 절대금물

‘저도 채권을 살 수 있나요?’채권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이런 궁금증부터 털어놓는다.IMF 외환위기 이후 채권을 직접 사서 재테크에 활용하는 개인이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채권을 ‘다가갈 수 없는 그대’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최용섭 LG투자증권 채권트레이딩팀 차장은 “LG투자증권을 통한 개인 채권투자액은 지난해의 경우 2002년 대비 3~4배 증가했다”며 “주식에서 실망한 후 대체 금융자산으로 채권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 최차장은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들은 아직까지는 소액투자자보다 10억원 이상의 거액투자자가 주를 이루며 이들 중 전문가 못지않은 채권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많다”며 “소액 개인투자자의 경우 채권은 어렵다는 생각 때문인지 아직까지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주식투자에서 실패한 개미가 채권으로 부활하려면 무엇보다 ‘채권도 직접투자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다.이후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예금을 하는 것처럼 채권도 증권회사에 찾아가 계좌를 만든다. 그런 다음 본인의 성향과 자금규모, 투자기간에 맞는 상품을 골라 투자하면 된다. 채권은 발행자에 따라 크게 국채와 지방채, 특수채, 금융채, 회사채로 구분된다. 최소 투자금액도 증권사마다 약간씩 차이는 나지만 보통 1만원 이상이면 가능하다. 1억원 이상이 최소 거래금액인 기업어음(CP)과는 다르다.싸게 사서 비싼 가격에 되팔아라채권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가장 쌀 때 사서 가장 비싸다고 생각될 때 되판다는 원리가 적용된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돈 버는 기초 중의 기초인 셈이다. 문제는 채권의 경우 ‘금리’를 통해 투자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금리와 채권가격은 반비례 관계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는 떨어지고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가는 올라간다. 경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얘기지만 초보개미는 채권가와 금리의 관계를 얼핏 듣다 보면 미궁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 수 있다. 주식투자를 할 때는 오르고 있는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채권투자의 경우는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사면 안된다는 얘기다.세금관계를 잘 살펴라채권매매를 할 때는 이자에는 세금이 붙지만 매매차익에는 붙지 않는다.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올려도 세금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금융소득 종합과세 때문에 세금이 걱정된다면 분리과세형 국채를 사면 유리하다.만기까지 보유하면 고정 금리로 환급받는다채권투자에서는 ‘주주가치’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회사만 존속하면 주주가치가 높든 낮든 관계없다. 심지어 제로(0)이어도 무관하다. 이자와 원금만 돌려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만기 전에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도, 즉 채권가가 내리거나 올라도 만기 때 돌려받는 돈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당초 정해졌던 금리에 따라 만기 때 돈을 찾으면 되기 때문에 해당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원금을 날릴 걱정은 없다.‘추락한 천사’를 사라‘추락한 천사’(Fallen Angel)란 가격이 폭락한 채권을 뜻한다. 물론 가격이 갑자기 떨어졌다고 해서 모든 채권이 ‘추락한 천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사건을 맞아 추락했지만 그전에는 ‘천사’였던 것으로 제한된다. 즉 기초요건이 튼실하고 규모가 큰 회사의 채권이어야 한다.‘추락한 천사’는 통상적으로 1년에 1~2개 정도 나온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은행채들이 여기에 해당됐고, 지난 2000년에는 현대건설 전환사채(CB)가 이 경우였다. 2000년 현대가의 ‘왕자의 난’으로 급락한 현대건설의 CB를 구입한 개인들은 10배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지난해부터 현재까지는 ‘카드사태’로 카드채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카드와 외환카드, 우리카드 등 은행계열 카드채의 경우 은행과 합병되면서 은행채로 전환되면서 한순간에 우량 ‘은행채’로 바뀌기도 했다.이 같은 ‘추락한 천사’를 최적의 시기에 잡으려면 언제나 ‘덫’을 놓고 기다려야 한다. 등장하면 바로 잡겠다는 생각으로 차분히 때를 노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안 와도 그만’이라는 편안한 마음 또한 필수적이다. ‘추락한 천사’ 여부를 논리적으로 식별하고 투자리스크를 꼼꼼히 따져보기 위해서다.국민경제와 밀접한 기업의 채권을 살펴봐라앞서 말한 ‘추락한 천사’를 구입하는 이유는 채권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보다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야 매매차익이 커지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오를 것인지 여부를 개인이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김일구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은 “국민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업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국가경제와 긴밀한 관계를 지닌 기업은 정부가 부도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연구위원은 이어 “해당 기업의 종업원 수와 금융권 여신 규모 등 금융시스템과의 연계 정도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2000년 어려움을 겪은 후 회생한 현대건설의 경우 건설산업의 60%를 차지하고 있었고 국내 고용인구 중 건설산업 종사자는 15~20%에 이르렀다는 것.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라본인의 투자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자본금은 조금 적더라도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지닌 사람은 최근 ‘추락한 천사’로 평가받는 카드채나 BBB 등급의 회사채를 사도 무방하다. ‘고수익 고위험’이라는 투자 기본원리를 숙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신동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안정추구 성향의 투자자는 회사채나 금융채보다 수익률이 낮더라도 국공채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국채는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한 것으로 국민주택채권 1ㆍ2종, 국고채권, 외국환평형채권 등이 있다.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으로 서울도시철도채권과 경기지역개발채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수채로 분리되는 공채는 공사와 공단에서 발행한 채권으로 예금보험공사채권, 도로공사채권 등이 있다.만기 또한 중시해야 한다. 1년부터 10년 이상까지 다양한 만기의 채권 중 본인의 상황에 꼭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김병철 동양종합금융증권 금융상품운용팀장은 “투자자는 언제 자금이 필요할지 염두에 두고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밤잠 못 이룰 정도로 투자하지 마라모든 재테크가 그렇듯이 밤잠 못 이룰 정도의 금액을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기본원리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재테크에 쓰이는 여러 바구니 중 하나가 채권이라고 생각하고, 마음고생을 할 정도의 많은 돈을 투자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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