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 조직혁신·성장에 큰 기여

기업, 여성인력 개발을 경쟁력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지난해 9월 한국에 처음 부임한 후 지금까지 느낀 것은 기업 내에 생각보다 여성임원 수가 적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여성들의 경제 및 사회활동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와 비교할 때 이는 한국사회가 여성인력을 개발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21세기에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려면 모든 국민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은 없어져야 하며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남성 우월주의는 더 이상 묵인돼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회 전 분야에 고학력의 우수한 여성인력이 증가하고 여성만의 장점이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성에 대한 차별화된 시각과 인식은 많은 나라에서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에서 함께 일하며 직접 경험한 한국여성들의 능력은 남성과 비교해 전혀 부족함이 없으며 어떤 면에서는 탁월하다. 실제로 우리 회사에 재직 중인 한국여성들은 특유의 장점을 발휘해 각 사업부서에서 조직의 혁신과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우리 회사의 핵심인 마케팅 부서의 ‘던힐’ 브랜드 총괄이사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흡연자도 아닌 총괄이사는 담배업계는 남성들이 주도할 것이라는 편견에 당당히 맞서며 전문가 정신, 세련된 감각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우리 회사 임원진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인재로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 BAT그룹 내에서 제품품질지수 및 생산품질지수에서 1위를 달성한 사천공장의 품질관리부장 또한 여성이다.BAT코리아에서 일하고 있는 여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한 공헌은 손으로 꼽기 힘들다. 우리 회사는 고용평등 정책을 기본으로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채용, 승진 및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어떠한 차별대우도 용납하지 않는다.이렇듯 여성이 사회에서 더욱 능동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가정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한국에 만연해 있던 남성위주의 가치관, 즉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기존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되는 일이다.여성들이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가정에서는 남편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돼야 한다. 가사는 물론 육아에 대해 서로 공유하며 아내의 능력계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남편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준비와 설거지를 하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또 직장에서는 차별적인 시각 없이 동료이자 선의의 경쟁자로서 여성을 대하는 남성들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자신보다 어린 여성이 상사의 위치에 서서 남성직원들을 리드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무한경쟁시대에는 나이나 성별을 떠나 남녀 모두 똑같은 틀 안에서 공정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기업들은 여성인력 개발을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남녀가 평등한 채용정책을 비롯해 성과에 기반한 인사제도, 가사와 육아 지원과 같은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여성들의 능력발휘에 적합한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여성의 능력이 사장되고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여성들도 스스로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이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자기계발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도태된 생각을 버리고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도록 힘써야 한다.글로벌시대를 맞아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증진시키고 우수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여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 전반에서 여성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할 때만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누가 뭐라 해도 남성의 삶에 있어 여성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든든한 후원이 없다면 그 삶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는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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