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ㆍ라이프 트렌드ㆍ구전 ‘대세’

‘똑똑한’ 소비자 증가…획일적 e메일·배너광고로는 공략 어려워

네티즌에게 다가가기 위한 마케팅 담당자들의 노력은 실제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과거 e메일과 배너광고 위주였던 온라인 마케팅은 다양한 색깔로 옷을 바꿔 입었다.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을 하나의 미디어로 인정하고 네티즌을 중요한 소비자 계층으로 파악하는 추세다.홈페이지를 기본으로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색다른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브랜드의 의인화! ‘블로그 마케팅’‘Let’s be a Paparazzi.’(파파라치가 되자)청바지브랜드 게스는 최근 블로그 사이트 싸이월드에 청바지를 주인공으로 한 미니홈피를 개설했다. 그리고 이 홈페이지상에서 ‘파파라치’라는 키워드로 이벤트를 열었다. ‘자신이 파파라치가 돼 주변의 청바지를 입은 섹시한 여성 사진을 찍어 올릴 것’이 이 이벤트의 주문 내용이다. 열흘간 진행된 이 이벤트에 2만여명의 네티즌이 응모했다.‘1인 미디어’로 불리는 블로그(Blog)는 보통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올리고 다른 네티즌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도구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블로그의 대표적인 형태다. 일반적인 홈페이지에 비해 접속 네티즌 간에 친밀감이 증폭되는 것이 특징이다.이와 같은 블로그가 네티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블로그 마케팅’이 새로운 네티즌 공략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홈페이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네티즌의 접속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강구하게 됐다. 그리고 여기서 생겨난 비즈니스 모델이 상품을 의인화한 ‘브랜드 블로그’, ‘제품 블로그’다.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를 만들 듯 상품이나 브랜드를 주인공으로 한 블로그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심이 있는 네티즌이 모여들게 된다. 블로그 이용자들은 단순히 홈페이지만 들락거리는 인터넷 이용자들에 비해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 적극적으로 상품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다. 싸이월드의 경우 브랜드나 제품의 미니홈피 유지비가 3개월 기준으로 2,000만원 정도가 든다. 이처럼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화장품, 디지털카메라, 대학교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제품 블로그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싸이월드측의 주장이다.블로그 마케팅은 이처럼 회사가 아닌 하나의 브랜드나 상품을 대표하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브랜드 지방시는 지난해 가을 ‘베리 이레지스터블 지방시’라는 향수의 블로그 사이트를 열었다. “인쇄매체 같은 다른 매체와 비교했을 때 제품명을 한 번 노출시키는 데 10분의 1밖에 안되는 비용으로 가능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인터넷 마케팅에는 예산이 전혀 책정돼 있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블로그 마케팅이 효과가 있어 올해는 총마케팅 예산의 6~7% 정도가 웹에 할애됐다”고 말했다.라이프 트렌드 마케팅‘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시나리오 작가가 돼야 한다.’소비자로서의 네티즌을 공략하고 싶다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야 한다. 즉 네티즌의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다양한 서비스를 홈페이지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e러닝이 주목받고 있는 요즘, 이를 잘 활용한 ING생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ING생명은 지난해 자사 홈페이지에 고객문화센터를 열었다. ING생명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서비스는 홈페이지에서 74개의 사이버강좌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컴퓨터, 외국어, 골프 등 12개 분야의 강좌를 갖췄다. 유료 사이버강좌 사이트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또 이 회사는 최근 이 사이트를 전면 개편해 강좌를 90개로 늘렸다. 노구미 홍보마케팅팀 차장은 “고객들이 게시판을 통해 적극적으로 후기를 남길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고객을 생각할 줄 아는 생보사’라는 후기가 올라온 걸 보면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과일 전문업체 돌코리아는 웰빙 트렌드를 홈페이지에 적극 활용했다. 이 회사는 최근 휴대용 과일제품인 후룻볼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열대과일 위주로 구성돼 있다. 회사측은 일반적으로 열대과일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소하다는 데 착안해 네티즌 공략에 나섰다. 매주 새로운 열대과일 요리법을 홈페이지에 선보이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유명 푸드스타일리스트 2명을 채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과일 썰기를 3차원적으로 보여주는 등 신문 등 일반적인 인쇄매체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역시 입소문! ‘구전 마케팅’+‘체험 마케팅’‘친구를 데려오세요. 선물을 드릴게요.’구전 마케팅은 온ㆍ오프라인을 통틀어 널리 확산된 마케팅 이슈다.독특한 아이템을 판매한다고 해서 명소로 떠오른 경기도 부천의 ‘풍림문구’, 그리고 닭 모양 인형을 뒤집어쓰고 배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해 매스컴에까지 등장한 ‘치킨맨’ 등은 온라인 구전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본 대표적인 사례다. 이 두 경우에서처럼 소규모 상점과 상점 운영자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른 것은 네티즌의 말이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가능해진 것이다.특히 친구추천이벤트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올해 초 초고속인터넷기업 두루넷은 신규가입자 확대를 위해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과 마케팅 제휴를 하고 각종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중 하나가 친구추천이벤트. 기존 가입자 중 신규고객을 추천한 사람에게 놀이공원 이용권을 제공했다. 또 KTF의 경우 지난해 말 번호이동성제도를 맞아 타사 가입자를 추천하는 이벤트를 갖기도 했다. 이와 같은 구전 마케팅 방식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회원가입률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구전 마케팅의 연장선상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게 체험형 마케팅이다.샘플을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벌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화장품 판매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최근 100호점 돌파를 기록하며 저가 화장품 ‘미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이블C&C의 경우 온라인에서부터 출발한 회사다. 이 회사가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중요한 단서가 샘플증정이었다. “저가 제품이지만 써 보니 좋더라”는 네티즌의 체험담이 이 회사를 키워낸 힘이다.첨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일수록 이런 방식을 선호한다. 가전업체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제품 노트북의 무선인터넷체험단을 모집해 효과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트북의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한 박보현 마우스닷컴대표는 “고관여(高關與)제품이거나 새로운 컨셉의 제품일수록 체험형 마케팅이 효과적”이라며 “제품 사용 기회를 제공해 구전 효과를 노리고 신제품 출시 프로모션의 역할도 동시에 해낸다는 점에서 선호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네티즌과 기업의 ‘스마트전쟁’이처럼 사회주도세력으로 떠오른 네티즌을 잡으려는 기업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똑똑해진 네티즌’을 잡으려다 보니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온라인광고대행사를 택하는 기업들의 기준도 달라졌다. 온라인광고판매대행사인 메조미디어의 이상규 과장은 “광고주들이 대형 광고대행사 중심이던 데서 벗어나 자사의 전문영역을 키워줄 수 있는 대행사라면 소규모일지라도 과감히 선택한다”고 이와 같은 분위기를 전했다.그는 또 “요즘 네티즌은 광고의 느낌이 나는 마케팅 방식의 경우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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