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론, 주택금융 50년 앞당길 것”

대담 = 양승득 편집장“아직은 장기대출로 집을 먼저 산 다음 소득의 일부로 상환하는 방식이 낯설 겁니다. 하지만 모기지론이 정착되면 주택을 보는 시각, 투자에 대한 사고방식이 크게 바뀌리라 봅니다.”근래 정홍식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59)만큼 세간의 관심을 끄는 공기업 CEO가 또 있을까. 지난 3월25일부터 공급하기 시작한 모기지론(Mortgage loanㆍ장기주택대출)에 언론과 주택 수요자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새 제도 중심에 있는 정사장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시행 이전부터 실효성과 대출조건 등에 논란이 있어 온 터라 더욱 그렇다.정사장은 지난 3월1일 공사 설립과 함께 초대사장으로 취임해 집무 한 달을 갓 넘긴 새내기 CEO. 그러나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한국주택은행에 입행, 30년간 주택금융 한우물만 판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일별 대출규모 등이 예상대로 나타나고 있어 일단 출발은 좋다”고 말하는 정사장은 “모기지론의 틀이 잡히면 우리나라 주택금융시장은 50년 정도 선진화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모기지론 시행 이후 주택시장 향방에 대해서는 “투기가 만연한 주택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안정된 주거생활을 앞당겨 준다는 것이 모기지론의 가장 큰 시행 목적”이라고 밝혔다.모기지론이 출시된 후 소비자 반응과 판매실적은 어떻습니까.상품을 취급 중인 9개 금융기관 창구마다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층, 신혼부부나 맞벌이 부부의 문의가 많다고 합니다. 집부터 사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수요들이지요. 올해 대출 목표가 4조5,000억원인데, 하루 200억원 정도가 대출되고 있으니 당초 계획과 거의 맞아떨어지는 셈입니다.그러나 아직까지는 모기지론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최근 주상복합 시티파크 청약 열풍에서 보듯 우리나라 주택 수요자의 사고방식은 상당히 투기적이어서, 장기대출로 집을 사 안주하면서 소득의 일부로 상환하는 모기지론 방식에 익숙지 않아요. 기존 주택대출도 3~5년 단기 위주로 130조원 이상이 묶여 있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시장 자체에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규모이지요.이 같은 위험부담을 줄이고 주거안정을 앞당긴다는 모기지론 시행의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 단기주택대출을 모기지론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판매대행기관이 9곳에 그치고 있습니다. 추가 확보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소비자 이용편의와 정착을 위해선 취급기관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모기지론을 취급하려면 상담인력의 교육훈련 등 현실적인 부담이 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금융기관들이 모기지론 취급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택금융기관의 유동성 리스크와 디폴트 리스크, 금리 리스크 등을 공사가 떠안는 형태인데다 금융기관 스스로 중요한 이익 재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모기지론 시장에서 소외된다는 점도 금융기관으로서는 큰 부담일 겁니다.그렇다고 희망 기관들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습니다. 선발 기관들의 기득권도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의지와 자격을 갖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취급기관을 늘려갈 계획입니다.모기지론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주택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지난해 3월 정부가 주택금융공사 설립을 발표한 후 1년 동안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됐던 점이 자금조달을 쉽게 해 오히려 투기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그러나 모기지론은 법과 금융기술이 조화된데다 채권시장과도 긴밀하게 연계된 기술집약적인 상품입니다. 입법과정에서 6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해 접근 자체를 막아두었고요. 또 상식적으로 원리금을 매달 갚으면서 투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투기에 활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는 겁니다.우리나라 맞벌이 부부의 예를 봅시다. 통상 결혼을 하고 집을 바로 사지 않으면 이사에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을 들이게 됩니다. 모기지론으로 주택 마련을 앞당기면 그만큼 이익이지요. 안락한 주거를 앞당긴다는 게 모기지론의 가장 큰 공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시장 안정화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우리나라 주택가격은 하향안정될 것이란 생각입니다. 더불어 주택정책을 소득수준에 따라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봅니다.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프리마켓으로 두고, 전용면적 25.7평 안팎은 금융기관이, 국민주택 규모 이하는 국가의 원조 차원에서 임대주택 중심으로 재편돼야 합니다.일각에서는 모기지론의 상환방식이나 금리 등이 경쟁력이 약하다고 지적합니다.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인데요.국내에는 장기대출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번 모기지론 시행으로 만기 1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첫선을 보인 것인데, 출범 초기인 만큼 기본적인 상품만 내놓은 상태입니다.모기지론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에는 모기지론의 금리와 상환방법이 다양합니다.금리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득공제를 감안하면 연 5.7% 수준인데, 이것은 ‘안정된 주거를 앞당기는 비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중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경쟁력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시중 금융기관이 최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품들은 한시 고정금리 상품일 뿐, 기본적으로 변동금리 상품이어서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금융기관들이 모기지론을 겨냥하는 것은 그만큼 파괴력이 높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사는 적자만 면하는 수준에서 모기지론을 공급합니다. 소비자에게는 어떠한 주택담보대출 상품보다 유리하다는 것입니다.결국 모기지론이 정착되면 국내 주택금융시장의 체질과 수준이 크게 바뀔 것입니다. 적어도 50년 정도의 발전을 앞당기는 기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인터뷰 후기모기지론에 강한 자부심악수를 위해 내민 손이 크고 묵직했다. 말은 조심스럽고 신중했지만 화제가 주택금융 이야기로 옮겨지자 자신의 생각과 신념이 진하게 묻어났다. 주택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큰 도움을 줬던 장기대출상품이 재원 부족의 고민에 시달렸던 것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는 게 그의 고백. 때문에 장기주택대출(모기지론) 전문기관으로 출범한 주택금융공사는 질 좋은 주거환경 보급에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집값 전망을 묻는 질문에 “앞일을 알 수 있겠냐”며 명확한 답을 피했지만 한국의 주택가격이 턱없이 높이 뛴 것만은 분명하다고 힘줘 말했다. 마이홈에 들어간 대출이자를 비용 개념으로 보지 않고 저축으로 간주하는 기대심리가 집값 상승에도 한 원인이 된 것 같다는 견해를 제시.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과 달리 꼼꼼하고 치밀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다. 다양한 기사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경제주간지를 특히 애독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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