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 오르면 소비자물가 0.17%P 상승

산업계 제조원가는 0.43% 인상요인… 기존상품 고부가가치화 주력해야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반등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표 유종인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배럴당 3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 가격은 3월 들어 배럴당 평균 3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강세 기조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이유로는 무엇보다도 수급 요인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의 원유수요가 크게 늘어나 유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다음으로 공급 측면에서는 지난 2월10일 알제리에서 개최된 OPEC 총회에서 현행 하루 2,450만배럴인 생산량을 4월1일부터 하루 2,350만배럴로 하루 100만배럴 감축하는 안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 원유 재고 감소,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차질과 중동 정세불안 등이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원유시장의 수급불균형은 계절적 요인으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이나, 국제정세 불안 및 OPEC의 고유가 정책 등으로 급격한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게다가 각종 테러 등으로 인한 중동 정세불안, 세계 8위와 13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의 정국불안과 총파업 등 공급 측면에서의 교란 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저금리와 미 달러화 약세에 따라 투기자금이 원유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유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수급 요인 등을 종합해 볼 때 올해 국제유가는 두바이 가격 기준으로 연간 배럴당 평균 27~28달러 내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비용 상승 부담은 업종별로 차별화국제유가 상승은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생산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게 된다. 국제유가 상승을 통한 산업별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각 산업이 생산과정에서 원유를 얼마나 사용하느냐와 원유 비중이 높은 제품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산과정에서 다른 원자재에 비해 원유나 석유제품을 더욱 많이 사용하는 석유화학산업이나 철강산업의 경우에는 유가상승이 생산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산업에 비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이처럼 유가 상승이 산업별 제조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산업에서 원유나 석유제품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2000년 산업연관표’를 통해 국제유가 상승이 각 산업의 제조원가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이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전체 산업으로는 제조원가가 0.4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90년(0.31%)과 95년(0.23%)에 비해서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최근 들어 유가 변동의 영향이 높아진 것은 2000년 들어 OPEC의 유가밴드제 채택 등으로 유가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데다 여전히 우리 경제의 에너지 이용의 비효율화가 상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산업별로는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는 경우 제조원가는 제조업에 있어서 0.70% 상승하는 반면, 서비스업은 비용 상승효과가 0.19%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제조업 중에는 석유 및 석탄 산업의 제조원가가 5.70% 상승해 비용상승 효과가 가장 컸으며, 다음으로 비금속광물제품(0.60%), 화학제품(0.51%)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ㆍ전자(0.10%) 및 정밀기기(0.14%) 등은 제조원가 상승 부담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에는 운수 및 보관업(0.75%)과 전력ㆍ가스 및 수도업(0.21%) 등을 제외하곤 유가 상승의 영향에 따른 비용부담이 매우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국제유가 상승이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공산품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을 들 수 있다. 즉 물가 상승에 따라 실질구매력이 저하되고, 이는 가계의 연료비, 생활비 등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유가 10% 상승시 기업들이 제조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 인상으로 모두 전가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0.17%포인트 상승 압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향후 유가 강세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원유 투입 비중이 높은 내수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원가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와 수입 부담 증가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이 연평균 배럴당 26.8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배럴당 30달러대의 강세 기조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에는 국내 경기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유가 상승은 관련산업의 생산비 부담을 늘리게 되고, 이는 이들 산업의 생산활동 및 부가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계부문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민간소비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유가상승 기조 장기화 대책 필요2/4분기 이후에도 현 유가 강세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계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자제하는 한편 대중교통을 보다 많이 이용할 필요가 있다. 산업별로는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비용 인상 요인을 흡수하고, 에너지 절약형 사업구조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유투입 비중이 높은 산업의 경우 생산활동에 차질이 없도록 원유물량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외유전 개발사업 등을 통해 원유 공급원을 확보하면서 시추장비 등 관련 사업으로의 진출 확대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관련 업계에서는 기존 주력 상품의 고부가가치화, 브랜드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원가 상승 압력을 판매가격 인상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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