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탈피, 서비스기업으로 전환해야

콘텐츠 · 인프라 제공 거대 기업 등장 가능성 커, 지식경영에도 일대 혁명일듯

끊임없이 변화 반복하는 트렌드는 때로 경제전쟁의 승패를 갈라놓곤 한다. 다가올 트렌드를 미리 짚어내고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승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지만, 지나간 트렌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십중팔구 패자가 되기 십상이다.유비쿼터스 시대 역시 마찬가지. 유비쿼터스 혁명으로 인한 경영환경의 변화상을 잘 짚어내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은 승자가 될 자격을 일단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HP, IBM의 경우 일찌감치 제조기반에서 콘텐츠 및 서비스 인프라 기업으로 신속히 이전을 시도해 거대기업 반열에 올랐고, 뒤이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소비자 속으로 확실히 파고들고 있다. 강두영 세일즈렙 사장은 “새로운 유행과 패션을 창조해 시장을 일구는 HP나,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는 전세계 네트워크를 만들어 소비자가 사용토록 하는 IBM의 그리드 전략에서 유비쿼터스 시대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밝히고 “기업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할 시대”라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환경을 정확히 읽고 앞서서 시장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단순 하청기업으로의 전락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로 인한 경영 환경 변화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4년을 지배할 비즈니스 트렌드 중 하나로 ‘연결’을 꼽으면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립의 패러다임을 전제로 짜여졌던 비즈니스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내다봤다. 모든 사람과 만물이 네트워킹되는 ‘연결의 세상’은 일상생활까지도 가상과 실제가 연결되는 ‘4차원 고등방정식’ 속으로 이동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유비쿼터스 시대 기업 환경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 계층의 등장으로 설명된다. 첫 번째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거대 기업의 등장. 이들은 전세계 배급망을 가진 초국가 기업(Meta-national Company)으로, 지금의 디즈니나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의 기업이 진화한 형태다. 또 방송사 등 인프라 기업들은 각 국가의 문화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두 번째는 인프라 제공기업의 성장. 인프라 제공기업 중에서도 상위 레벨은 유무선 통신기업, 방송사 같은 미디어 그룹이 꼽힌다. 이들은 자신이 가진 통신 방송 인프라로 콘텐츠 제공 기업과 고객들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각종 제조기업군은 하위 레벨을 차지하게 돼, 콘텐츠 제공기업과 인프라 제공기업의 보완재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제조기업군은 상위 인프라 제공기업에 예속되는 셈이다.세 번째는 귀족고객의 등장. 상위 20%의 소비자만이 ‘진정한 고객’으로 대접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유비쿼터스 시대의 경영 환경 변화 요소로 꼽히는 가소유의 경제, 화려한 싱글족 등과 맞물려 새로운 문화귀족주의가 등장할 전망이다. 과거 ‘유산자와 무산자’ 개념이 ‘가소유자와 비가소유자’로 확장되면서 기업들은 고급 문화예술 상품을 높은 가격에 제공하는 한편, 싸구려 문화예술은 나머지 80% 고객에게 뿌리는 정책을 구사하게 된다.유비쿼터스 혁명의 여파가 제3공간의 경제 시스템을 태동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환 중앙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보고서에서 “제3공간은 사회 하부구조인 경제 시스템에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필연적으로 경제 매커니즘에 관한 변화를 동반한다”고 밝힌다.김교수가 밝히는 제3공간의 경제 시스템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째는 경제 활동의 내용물인 재화의 성격이 변화된다는 점. 제1공간 경제시대에는 물리공간상에 존재하는 농산물, 석유, 공산품 등 물질재화가 중요한 거래의 대상이었다. 제2공간 경제시대에는 전자공간상에 존재하는 정보재화(information goods)가 중요한 재화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뉴스, 방송, 서적, 네트워크 게임 등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는 것을 말한다.제3공간 경제시대는 바로 물질재화와 정보재화에 더해 공간재화(space goods)가 등장하는 시기다. 유비쿼터스 공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유비쿼터스 공간에서 사용자는 어느 하나의 사물로부터 서비스를 받기 보다는 공간 그 자체로부터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센서가 부착된 공간지각 안경을 낀 맹인은 유비쿼터스 공간을 시각화해 느낄 수 있고, 이때 맹인에게는 공간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원리다.더불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등장은 시대를 풍미한 지식경영바람에도 일대 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사람의 머리 속에 존재하는 지식인 암묵지(tacit knowledge)와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표현된 지식인 형식지(explicit knowledge)에 더해 새로운 형태의 지식인 형태지(visible knowledge)의 등장이 예견되고 있다. 일목요연한 형식지로 나타내기 힘든 감성이나 숙련된 기술 및 노하우를 동영상 방식으로 전달하는 형태지가 지식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부른다는 것이다.경영환경 변화 ‘대처도 기민하게’또 지식은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던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 칩과 컴퓨터, 네트워크가 사물 속으로 이식되면서 사람이 모르는 지식을 사물들이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사물들간의 지식 공유를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3공간의 지식경영에서 중요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처럼 유비쿼터스 시대의 경제 기반 변화는 경제구도 변화를 불러와 경영 방식의 변화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경영상의 문제도 함께 야기시키고 있다.유비쿼터스 전문가들은 “생활 환경, 양식, 방법 등이 변화하면서 고객 니즈가 변하고 시장의 기회가 변화해 전혀 새로운 생태계가 출현하는 것과 같다”고 입을 모은다.IT산업의 경우 노트북 PC와 같은 단말기의 무상 공급이 예상되고 있고 소재 산업은 서비스 제공사에 예속화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또 가치기준의 변화가 요구되는 한편, 기존 산업 간의 기본 질서가 급격하게 와해되는 현상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보화 시대 도래와 함께 거대기업으로 탄생한 MS처럼 새로운 공룡기업의 탄생도 예견된다. 사회적으로는 사생활 침해나 사이버 범죄의 급증, 보안 사고의 증가 등 어두운 면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결국 유비쿼터스 시대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경험을 축적, 축적된 경험을 서비스재로 제공하는 마케팅을 구사하는 한편, 제품ㆍ서비스의 완전제품화, 경험의 가치화, 파트너의 협력, 고객에 대한 ‘어카운트’ 개념 도입, 영업인력의 컨설턴트화, 경영 프로세스 정비 등이 총체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생태계의 등장인 만큼 극복 전략 또한 기민해야 한다는 것이다.강두영 세일즈렙 사장은 “서두르지 않으면 선진국 소수 콘텐츠 제공 기업과 상위 인프라 제공기업에 우리 산업이 예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하고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독보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서비스 제공기업으로 변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제조기반 산업구조를 가진 국내 기업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유비쿼터스시대의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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