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없는 교육, 모두가 판매왕

‘야쿠르트 아줌마’는 이제 단순히 판매원이나 배달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느 사이에 일하는 주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우리들에게 친숙하고, 유통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야쿠르트 아줌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한국야쿠르트를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전국을 누비는 아줌마군단 없이 한국야쿠르트를 생각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야쿠르트 아줌마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71년 5월이다. 47명으로 첫발을 내디뎠으나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78년 3,000명을 돌파했다. 이어 83년 5,000명을 넘었고, 98년에는 마침내 1만명으로 급증했다. 지금은 1만2,000명의 아줌마들이 아침마다 가가호호 방문하며 야쿠르트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들이 하루에 판매하는 발효유만 600만개를 넘을 정도다.야쿠르트 아줌마가 막강 파워 군단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전국 방방곡곡 이들이 가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 읍단위 이상의 지역을 1만2,000 등분해 중복이나 빠짐없이 관리하고 있다. 구석구석을 누비며 고객을 밀착관리하는 까닭에 ‘걸어다니는 홍보맨’ 또는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야쿠르트의 신제품들은 아줌마들의 막강 파워에 의해 출시되면 바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그렇다면 한국야쿠르트가 최강의 아줌마군단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먼저 판매원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점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1년에 한 번 여는 야쿠르트대회다. 판매에 힘써 온 아줌마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진행해 온 행사다.특히 이 자리에서는 3, 5, 7, 10, 13, 15, 20, 25년 근속자들에게 미국여행 등 각종 상을 줘 근무의욕을 북돋운다. 이러다 보니 3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웬만해서는 그만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10년 이상 근속자가 전체의 25%인 3,000명이나 될 정도다.상조회 운영과 복지연금보험제도도 매력적이다. 1974년부터 상조회를 운영, 각종 재해시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를 해준다. 보험 역시 회사에서 일정 부분을 지원해 줘 아줌마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판매원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메리트로 평가받는다.일정액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고 것도 큰 이점이다. 판매원으로 처음 입사하면 지역별로 조직된 각 지구에서 월 1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배달할 곳을 할당해 준다.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셈이다.이러다 보니 야쿠르트에는 판매왕이 없다. 판매원들의 수입은 거의 일정하여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판매원들이 평균적인 수입을 가져갈 수 있게 회사 차원에서 개인별로 조정하기 때문이다.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점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경영진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회사에서는 이런 정책을 30여년간 지속하고 있다.2003년 기준으로 야쿠르트 아줌마의 60%가 110만원에서 15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전체 판매원의 월평균 수입은 140만원이다. 이보다 많이 받는 사람도 있지만 그 수는 극히 미미하다. 고액을 버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생계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적게 가져가는 사람도 없는 것이다.한국야쿠르트만의 독특한 교육방식도 주부판매제도를 유지, 발전시켜 온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일을 시작하게 되면 이론교육 1주일, 실습교육 1주일을 받고 현장에 배치된다. 이후에도 매달 2차례씩 제품과 판매기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1년에 두 차례는 본사에 들어와 친절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방문판매의 특성상 고객과의 대면을 통해 제품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줌마들의 모습이 곧 회사의 이미지”라며 “아줌마들의 환한 미소와 친절은 이러한 교육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한국야쿠르트가 판매원들을 관리하는 방법은 매우 치밀하다. 30년 노하우가 고스란히 배어 있고, 주부들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특히 방문판매의 특성을 감안해 한두 명의 스타보다는 ‘평균적인 판매원’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태평양브랜드파워로 ‘신화’ 창조태평양의 화장품 방문판매 역사는 40년에 달한다. 1964년 9월에 처음 시작했으니 한국 화장품산업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해 온 셈이다. 현재 태평양 방문판매 고객수는 300만명 규모. 2003년에만 8,647억원(소비자가 기준)의 매출을 올려 태평양 총매출의 45%를 차지하는 주요 성장동인으로 자리잡았다. 전체 화장품시장으로 따지면 태평양의 방판 점유율은 80%를 웃돌 정도로 절대적이다.태평양의 방문판매제도는 고 서성환 창업자의 의지로 시작됐다. 64년 당시 지정판매소제도에 한계를 느낀 서회장은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는 방판사업을 출범시켰다. 장업계에서 ‘유통 혁명’으로 불릴 만큼 대단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피폐한 경제상황 속에서 여성의 사회활동 기회를 확대시킨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66년 6월에는 국내 최초로 CM송을 사용한 라디오 광고를 시작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으로 방판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 이후 특약점 체계화, 교육지 창간, 아침교육 실시, 메이크업 캠페인, 사외보 발간 등을 거치면서 방판은 전성기를 맞았다.그러나 화장품전문점의 급성장이 두드러졌던 80~90년대에 방판영업은 하향세로 돌아섰다. 전체 시장에서의 비율이 10~2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침체기를 겪었다. 저점을 찍은 것은 95년. 경영에서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기 시작했듯이, 95년 이후 사람 중심의 조직관리가 중요시되면서 방판시장이 다시 떠올랐다. CRM(고객관계관리)이 화두로 떠오른 것과 무관치 않은 셈이다.특히 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방판은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고객관계 중심 판매로 신뢰를 얻은데다 프레스티지 브랜드인 ‘헤라’(95년)와 한방 브랜드 ‘설화수’(97년) 등 차별화된 상품이 브랜드파워 높이기에 성공한 덕분이다. 신규고객 창출과 고정고객 유지에 두루 성공, 다시금 방판신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태평양 방판의 주역은 전국 400여 특약점ㆍ영업소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2만7,000여명의 ‘아모레 카운슬러’. 이들은 지난 3월19일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방판 4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웰빙시대를 주도해 나갈 미와 건강의 전령사’로 새롭게 임무를 부여받았다.태평양은 이들에 대한 교육시스템을 중요한 성공비결로 꼽고 있다. 시장환경, 고객성향, 사회변화 트렌드에 잘 맞춰 교육내용과 제도를 운영하는 게 강점이라는 것. 다섯 단계로 나눠진 직급제도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맞춤형 카운슬링, 에스테틱, 홈스파, 메이크업 등 수준 높은 교육을 통해 고객의 기대에 부응토록 지원하고 있다. 또 빔 프로젝터 등 첨단설비를 이용한 교육과 PDA를 이용한 실시간 쌍방형 영업활동도 무기다. 과거 ‘화장품 아줌마’ 이미지는 이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진달호 방판영업기획팀장은 “방판은 ‘고객의 미와 건강을 위해 토털케어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태평양의 비전을 실현하는 경로”라고 밝히고 “앞으로도 방판 부문은 전체 매출의 50% 안팎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풀무원건강생활‘바른 식생활 전파’ 성공비결“조회시간에 판매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전통적으로 금기시돼 왔습니다.”방문판매업계 강자로서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동환 풀무원건강생활 마케팅팀장이 꺼낸 첫마디다. 판매조직이면서도 판매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다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이유는 이렇다. ‘바른 식생활’이라는 컨셉을 얼마나 잘 전파하느냐가 이 조직의 최대 이슈라는 것이다. ‘판매중심조직’이 아닌 ‘이념중심조직’으로 꾸려 온 것이 풀무원건강생활의 성공비결이라는 설명이다.풀무원건강생활은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방문판매하는 회사다. 지난 1984년에 약 30명으로 출발한 방문판매사원, ‘풀무원레이디’는 현재 1만8,000여명에 이른다. 당시 서울 종로영업소 단 한 곳으로 출발한 영업지점도 현재는 전국에 300개 가량 퍼져 있다. 지난 2001년과 2002년에 2년 연속 20% 매출 신장을 기록한 이 회사는 지난해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올해는 ‘웰빙(well-being)바람’을 타고 지난해보다 16% 가량 성장한 1,05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바른 식생활’ 전파를 위해 방문판매 초기부터 교육을 강조한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로 ‘판매교육’이 아닌 ‘식생활 교육’ 위주로 해 왔다는 게 회사측의 말이다. 10여년 전부터 1인당 연간 300시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현미생식이나 효소처럼 건강과 관련된 정보ㆍ용어가 일반에 익숙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따라서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 운영할 당시에는 바른 식생활 강의를 해줄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89년에 사내에 식생활연구실을 만들고 94년에는 다이어트센터를 마련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외부 전문인력을 수용해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다.‘고객형 풀무원레이디’가 많은 점도 풀무원건강생활이 방문판매 강자로 자리잡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몇해 전만 해도 건강 관련 상식은 스스로 체험하고 스스로 공부한 것이라야 설득력을 갖는 게 보통이었다. 따라서 바른 식생활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풀무원레이디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체험을 전하고자 나선 것이 성공비결이라는 얘기다.최근 이 회사는 방문판매와 인터넷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가 늘면서 고객의 수준이 높아지는 시대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다.개인휴대단말기(PDA)를 이용해 고객을 관리하는 ‘풀무원eL’(이엘ㆍeLady)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은 지난 2월까지 시범운영을 마친 상태다. 현재 200여명의 풀무원레이디들이 활용하고 있는 이 시스템을 2005년 말까지 완전히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회사측은 풀무원레이디들의 활동이 인터넷 환경으로 전환될 경우 풀무원레이디들은 PDA 통해 인터넷 환경에서 대부분의 업무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그에 맞는 제품도 새롭게 출시해 종합건강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양승구 영업교육부장은 “IMF 이후 최근까지는 회사의 크기를 키우기보다는 브랜드의 체력을 키우는 전략을 진행해 왔다”며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여성인력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그 동안 주요 전략으로 유지해 왔던 ‘바른 식생활’의 컨셉 역시 시대에 맞게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서 ‘생명을 하늘처럼’이라는 컨셉으로 개념이 확장될 전망이다. 최근 회사측이 잇따라 자연친화적인 유기농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돋보기 방문판매에 실패한 기업들조직관리 부실하면 100% 도태국내 방문판매업체는 줄잡아 2만여곳.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실패한 기업도 부지기수다. 어원경 한국직접판매협회 사무국장은 “하루에도 수십개의 업체가 생기고 망한다”며 “매년 전체의 40% 정도가 물갈이되고 있다”고 전했다.실패한 이유는 퇴출된 기업의 수만큼이나 다양하지만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조직관리가 충실하지 못하면 100% 도태된다. 방문판매는 기본적으로 조직력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시판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닦은 A사는 2001년 방문판매에 도전했지만 현재는 사업부를 거의 철수시킨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금실적이 좋지 않아 판매수당이 제때 지급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판매원들의 이탈과 대리점의 폐점이 속출했던 것.동시에 여러가지 유통채널을 운용하는 것도 주요한 실패요인이다. 유가공제품을 생산하는 B사는 시판 외에 방문판매를 도입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할인점에 방문판매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해 방문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제품을 다른 가격에 유통시킨 안일한 유통전략이 부른 결과였다.제품경쟁력이 없어도 생존할 수 없다. 특히 건강과 직결된 생식업계의 경우 제품경쟁력이 없으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롬라이프의 유소현 과장은 “지난해만 해도 수백개에 이르던 생식업체들이 100여개로 줄었고 이런 현상은 건강기능성식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결국 자금력과 제품개발력을 겸비한 소수의 대기업과 전문업체만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돋보기 작지만 강한 방문판매기업들독특한 제품경쟁력이 성공의 밑거름방문판매시장에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기존 업체들은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탄탄한 조직력과 독특한 제품으로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구축한 전문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시장점유율 35%를 자랑하는 생식업계의 강자 ‘이롬라이프’와 한방화장품 백옥생으로 유명한 ‘정산생명공학’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1999년 창사한 이롬라이프는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단기간에 생식업계를 평정한 이 회사의 비결은 차별화된 제품경쟁력이다. 주력제품인 ‘황성주 생식’은 예방의학자이며 창업자인 황성주 박사의 작품이다. 전문의학자가 개발한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다. 2001년에는 전문생식업체 최초로 부설연구소를 설립,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든 재료를 유기농산물로 사용하고 있는 점도 차별 요소라고 회사측은 밝혔다.판매원들의 역량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롬라이프의 판매원들은 매월 의무적으로 의학, 영양학, 생리학 등 전문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단순판매원이 아닌 ‘헬스디자이너’로 거듭나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또 2002년부터 숙명여대와 제휴, 3개월 과정인 ‘이롬-숙명 사이버 영양학과정’을 개설해 교육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롬라이프의 유소현 과장은 “전문상담원을 통한 판매활동은 영향력이 큰 유통채널”이라며 “현재 4,500명인 헬스디자이너를 2006년까지 2만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정산생명공학은 한방화장품 백옥생으로 대기업과 수입화장품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기업. 단순히 한약재 몇가지를 섞는 대신 30여종의 한약재들에서 추출한 전단물질을 주원료로 사용해 효과가 좋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재구매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 이 회사는 매출액의 10%를 부설연구소에 투자하는 등 한방의 과학화와 제품개발의 끈을 조이고 있다.정산생명공학은 최근 방문판매 위주에서 탈피, 시판 및 통신판매 등 유통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다. 특히 PPL 광고, 패션잡지 광고 등을 통해 신세대 고객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년층에 집중돼 있는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에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지난 1월에는 중국에 여성청결제를 수출하는 등 해외진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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