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음식 세계화 가능성 노린다

‘그가 돌아왔다.’ 하루 종일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컵을 들고 다녔던 그가 이번에는 ‘자전거 타는 여인’이 그려진 뚜레쥬르 잔을 들고 업계에 복귀한 것이다. 지난해 초 스타벅스코리아에서 물러났던 정진구씨(60)가 CJ그룹의 외식사업 총괄대표(부사장)로 취임한 것은 2004년 CJ그룹 인사에서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 그룹 최고경영진이 그를 영입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외식유통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는 정대표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외식유통업계 최고전문가로 대접받고 있기 때문이다.그가 그동안 런칭한 브랜드만 보더라도 아이스크림전문점 배스킨라빈스, 패스트푸드점 파파이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 등 화려하다. 특히 그의 재직시절에 스타벅스코리아는 스타벅스가 진출한 전세계 28개국 중 최단기간에 흑자를 달성한 것은 물론 전세계 점포당 평균 매출액에서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공했다.정대표는 “(CJ에 몸을 담은 지)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며 표현은 조심스럽게 했지만 자신의 구상을 분명한 어조로 밝혔다. 그가 맡은 브랜드는 빕스, 스카이락, 한쿡, 뚜레쥬르, 델쿠치나, 더시젠 등 6개다. 취임 뒤 두 달간 전국 200여개 점포를 돌아다니며 직접 현장을 둘러본 그는 “그룹의 인프라가 워낙 좋아 자신감을 가졌다”며 “제2의 도약기에 점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CJ의 외식유통사업이 창업기를 지나 시장에 안착한 상황으로, 제2의 도약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2의 도약을 이끌 것이냐는 물음에 “과감하게 늘릴 것은 늘리고 정비할 것은 정비 하겠다”는 한마디로 답했다. 가령 빕스와 한쿡은 시장에 안착한 것은 물론 컨셉이 웰빙 등 사회 트렌드에 맞기 때문에 강력한 확장 전략을 쓰겠다고 한다. 반면 스카이락과 뚜레쥬르는 “많이 변해야 한다”며 ‘정비’에 주안점을 뒀다.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변신이 필요하며, 확장은 그 이후”라는 설명이다.무엇보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해외진출이다. 이미 국내 외식사업의 해외진출 전략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전략도 마련한 상태다. 예를 들어 “불고기나 마늘 같은 경우 6개월이면 빌딩에 냄새가 배기 때문에 레스토랑 내부뿐만 아니라 주방에까지 환기시설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할 정도다. 해외진출에 앞장설 브랜드는 한쿡과 뚜레쥬르다. 그는 “한국 전통음식과 한국적인 특성을 가진 사업이 세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규 브랜드 진출에 대해서는 “급한 것이 아니다”면서도 “마땅한 브랜드가 있다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그는 지난해 초 스타벅스코리아 고문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1년간 세계일주를 다녔다. 대략 2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음식점과 슈퍼마켓은 꼭 둘러봤다. 물론 동포를 상대로 한 한국음식점에도 잊지 않고 들렸다. 85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 보내는 휴가인데도, 그는 관광지가 아닌 음식점을 찾아다닌 셈이다. 그런 그가 스타벅스코리아의 신화를 CJ그룹에서 다시 한 번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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