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승부’ 펼치는 인터넷 파수꾼

벤처기업 가운데 안철수연구소가 유일하게 10위권에 입성했다. 매출이나 수익률, 시가총액 등 외형적 면에서 대기업은 물론 스타 벤처기업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명성’만은 어느 기업에 뒤지지 않았다. 특히 기업의 정체성부문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 부문을 구성하는 CEO 리더십과 사회공헌도에서 만점에 가까운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안철수연구소는 흔히 기업이미지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는 기업으로 불린다. 기업의 투명성, 윤리성이 워낙 빼어난데다 CEO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혼이 있는 기업’이라는 이 회사의 슬로건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영혼과 기업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어휘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기업이 안철수연구소라는 평가가 중론이다.안사장의 리더십은 ‘신뢰’라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리더십은 크게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문제이기 때문에 신뢰만 형성되면 리더십의 절반은 채워진다. 구성원간의 신뢰가 탄탄한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력이 위대하고 영속하는 기업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 안사장의 믿음이다.성균관대학교의 신완선 교수는 안사장의 리더십을 연구하기 위해 23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때 나온 결과가 인상적이다. 신뢰, 겸손, 도덕성 자질에서 거의 만점을 기록한 것이다. 문제의식, 지속적인 개선, 성실한 자세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명령보다 직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평적 리더(사이드리더)의 전형이라는 것이 신교수의 결론이다.안사장에 대한 높은 인지도는 기업의 브랜드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CEO가 유명세를 타면서 기업도 덩달아 유명해졌다”며 “CEO의 인지도에 못지않게 기업의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전했다.사회공헌 항목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외국기업에 맞서 국내 기술로 백신을 개발, 악성코드를 차단해 온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항목에서도 안사장의 역할이 지대하다. 안사장은 95년 창사하기 7년 전인 88년부터 백신프로그램을 개발, 무상 공급해 왔다. 현재 대부분 제품이 유상 판매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에는 무료 지원하고 있다. 또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악성코드에 한해서 전용 백신을 무료 공급하고 대국민 경보를 제공해 보안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바이러스와 관련한 컨설팅 기능도 중요한 사회적 공헌으로 평가된다.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전화, 팩스, 인터넷을 통한 질문에 성실하게 응답하고 있다. 이 회사의 황미경 과장은 “외국계 회사의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점은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라며 “안철수연구소는 국내 대표 보안업체로서 어떤 회사의 고객이든 상담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친근한 기업이미지 구축에도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페이지를 통한 고객서비스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 회사 홈페이지의 회원은 390만명, 일일 방문자는 8만8,000명에 이른다. 바이러스에 대한 최신 자료가 업데이트되고 있는데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까지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98년 단순한 회사 홈페이지로 시작했지만 최근 콘텐츠를 대폭 보강해 ‘보안포털’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어떤 보안 문제라도 안철수연구소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해결될 수 있도록 더욱 육성할 계획이다.기업경영전략의 점수는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경영성과, 인적자산, 마케팅 등 3개 항목 모두 점수가 낮았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보안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실 안철수연구소의 매출과 순이익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98년 2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76억원으로 12.5배나 불어났고 올해는 3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최근에는 기존의 백신제품 외에 통합보안솔루션, 통합보안관리솔루션, 웹 기반의 보안서비스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중국과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매출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안철수연구소는 매출액의 2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전산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구현, 2010년까지 세계 10대 보안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돋보기 안철수 사장의 경영철학기업의 존재의미는 사회적 기여안철수 사장의 경영철학은 매우 도덕적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는 말과 전혀 공통점이 없다. 기업에도 영혼이 있어야 하고 경쟁에도 영혼이 깃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사장의 5대 경영철학을 소개한다.1. 기업이란 혼자서 할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을 여러 사람과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존재 의미는 사회에 기여하는 일 자체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구성원이 모여 공동작업하는 것이다.2. 이윤은 목적이 아닌 결과이다. 기업의 목적은 기업의 존재 의미에 충실하는 것이지 이윤추구가 아니다. 이윤추구가 목적이 되면 그릇된 판단을 하기 쉽다.3. 기본이 중요하다. 투명경영과 위기 및 변화관리에 충실해야 한다.4.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낙심할 필요가 없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하는 상황을 경계한다.5. 장기적인 시각에서 판단한다. 단기적인 이익이나 승부에 집착하면 큰 성공의 기회를 놓칠 위험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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