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중 명가’ 이미지 굳히기 나서

최근 서울 강북상권을 중심으로 ‘명품전쟁’이 유통업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강남상권을 위주로 명품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현대백화점의 경우 강북상권 활성화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 분위기다. 명품시장은 이미 상권분리와 정착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다는 게 현대백화점의 입장이다. 신세계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본점ㆍ무역점, 그리고 갤러리아백화점까지 서울 강남지역에는 일종의 ‘명품벨트’가 형성돼 있어 강남을 떠나 굳이 강북에서 명품을 구매할 고객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새로울 것이 없는 명품매장을 찾아 주생활권인 강남을 이탈할 이유가 없다는 것.특히 지난해 명품매출만 2,700억원에 달하는 현대백화점은 제품 자체에 승부를 걸기보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안함으로써 후발주자에 속하는 경쟁업체들을 일찌감치 따돌린다는 계획이다.따라서 현대백화점은 명품시장 고객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라이프스타일리스트’(LifeStylist)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현대백화점은 ‘라이프스타일리스트’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이는 “백화점이 더 이상 상품을 파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이 돼야 한다”는 하원만 사장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이는 백화점측의 가치혁신 전략으로, 경쟁업체들이 ‘고급화’ ‘명품 강화’에 치중하는 사이 ‘라이프스타일리스트’라는 전혀 새로운 가치로 차별화하겠다는 의미다.목동점에서 시작돼 지난해 연말부터 전 지점으로 확대ㆍ운영 중인 ‘쿠킹 스튜디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1년 365일 무료로 시즌 메뉴를 소개하고 실연하는 무료 요리강좌로 식문화를 제안하는 서비스다. 각 점마다 운영 중인 600석 규모의 ‘이벤트홀’은 연중 연극ㆍ영화ㆍ뮤지컬ㆍ오페라 등을 소개하는 문화제안 서비스다. 또 지난 2월부터 전 지점의 가정용품 매장에 홈스타일리스트가 상주하고 있다. 단순히 가구 한 품목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토털 인테리어 컨설팅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천호점에서는 메뉴선정과 테이블웨어, 음악까지 토털 식문화를 제안하는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식품매장에 상주 중이다.특히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2월부터 명품잡지 를 창간하기도 했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느낌을 주도록 매장 각 층별 배치와 유사한 9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는 게 특징이며 개인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는 듯한 맞춤정보를 제공한다는 게 백화점측의 설명이다. 패션, 뷰티, 리빙, 푸드, 여행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트렌드 정보가 담겨 있다. 매월 4만5,000부가 VIP고객 등에 무료로 배포된다. 백화점측은 에 대한 고객 호응도가 높아 최근에는 웹진 형식으로 인터넷을 통해서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수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탑클래스 포인트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구매금액에 따라 0.5%에서 최고 9%까지 서비스로 환급해 주기 때문에 고가의 제품인 명품 구매고객에게 메리트가 있는 마일리지 시스템이다. 발레파킹, 컨시어지 서비스 등도 역시 VIP고객을 위한 특화 서비스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5명의 전담요원이 점내 상주하면서 고객의 쇼핑안내, 레스토랑과 공연 예약, 카드조회, 여행정보 제공 등 개인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본점 5층에는 최우수 고객이 이용하는 별도의 ‘자스민룸’을 두고 있다. 각종 음료 제공과 음악감상, 교양강좌 등을 위한 전용 휴게공간이다. 그밖에 1층 샤넬 매장 안에는 별도의 VIP룸이 있기도 하다.또한 VIP고객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돕는 컨셉의 ‘그린마켓’도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압구정 본점에서 시작된 그린마켓은 친환경, 재활용 제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사회공헌 자선바자 프로그램이다. 유럽의 주말장터에서 착안한 이 행사는 현재 전점으로 확대, 진행 중이다. 고객이 기증한 중고품도 판매되다 보니 매월 두 차례 열리는 압구정 본점의 그린마켓은 벌써부터 ‘중고명품 싸게 살 수 있는 알뜰장터’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안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사실상 이를 위해 ‘생활위원회’, ‘매직클럽’ 등 다양한 태스크포스 아이디어팀을 구성한 상태다.현대백화점은 이미 명품이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특정상권의 명품점포 증가 대신 국내 명품시장 확대와 대중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겠다는 각오다. 무역센터점의 영(Young) 타깃 수입의류 보강, 신흥상권인 목동점의 명품 보강, 기타 외곽점포들의 명품ㆍ수입의류 강화 추진 등이 이 같은 전략을 설명해 주는 사례다. 또한 기존 브랜드들도 특화상품 위주로 전개할 예정이다.아울러 현대백화점은 지금의 ‘명품백화점’ 이미지와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가기 위해 독자적인 브랜드사업도 전개 중이다. 지난해 국내 1호점을 낸 이탈리아 제품 ‘토즈’가 대표적인 예로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 수입업체 100여개사의 경쟁을 뚫고 2003년 말 단독판권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3월 본점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한 뒤 무역센터점과 부산점에 각각 2, 3호점을 열었다. 이 같은 국내 미전개 브랜드를 도입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현대백화점의 차별성을 강화해 주는 명품전략이다. 임진현 상품본부 명품팀 부장은 “토즈의 포지셔닝은 샤넬, 에르메스 수준의 하이엔드로 기존 명품에 식상한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국내 판권 보유 이탈리아 브랜드인 레코팽의 점포를 확대하고 토즈그룹 내 남녀 구두ㆍ피혁 잡화브랜드인 호건과 남녀 토털 캐주얼웨어 페이 등 우수 브랜드를 추가 유치할 계획이다.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을 시작으로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고급백화점’을 지향, 고급화와 명품마케팅에 주력해 왔다. 이전에도 버버리 등 수입 고급브랜드를 판매했지만 96년 13개의 명품브랜드를 전격 들여와 명품코너가 따로 생기면서 명품마케팅이 본격화됐다.본점의 경우 1층을 잡화 토털 브랜드로 차별화해 젊은층에서부터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명품마케팅을 가능케 했다. 1층에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토즈, 쇼메, 까르띠에, 구찌, 불가리, 티파니, 셀린느 등 16개의 잡화 토털 브랜드가 있다. 99년부터 수입 명품브랜드 입점을 늘린 지하 2층의 경우는 의류 중심의 MD가 구성돼 있다. 지하 2층 수입의류군에는 테스토니, 아이그너, 버버리, 발리, 로에베 등 42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2003년 8월부터는 지하 2층 행사장 150평을 패션명품 매장으로 바꿔 기존 발리, 베르사체, 버버리 외에 영 타깃 브랜드 8개를 신규 입점했다. 이를 통해 기존 1층 명품매장과 지하 2층이 더해져 ‘대형명품관’ 컨셉을 형성하게 됐다. 본점은 가정용품까지 포함할 경우 명품브랜드가 85개에 달해 점포 전체가 ‘명품관화’돼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현대백화점은 본점, 무역센터점 등 핵심점포의 마케팅 강화는 물론 목동점 등 신규점포의 지원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2년 8월 개점한 목동점의 경우 강서상권 최대 규모의 매장환경과 풍부한 상권 구매력을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점 초 입점한 훌라, 구찌, 듀퐁 등에 이어 2003년 페라가모, 2004년 에트로, 미쏘니가 추가 입점해 명품브랜드는 23개에 달한다. 강서지역에서 가장 많은 숫자로 앞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성장성이 기대되는 점포라는 게 현대백화점측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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