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노하우 ‘우린 넘보지 마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서울 압구정점)은 국내 최초의 명품 전문 백화점이다. 패션전문점 파르코를 명품관으로 재개점한 것이 1990년 9월이다. 개점 초기에는 ‘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낮은 편이었다. 소비자뿐 아니라 명품 바이어로 발령난 직원들조차도 샤넬이 명품브랜드인지 몰랐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갤러리아 명품관을 바라보는 시선도 부정적이었다. 여론으로부터 ‘갤러리아가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며 몰매를 맞은 것이다.갤러리아 명품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다. 할인점이 유통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면서 백화점의 지위를 위협하는 시기였다. 더군다나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중산층을 상대로 하는 백화점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졌다. 어쩔 수 없이 백화점들은 ‘고급화’에서 생존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사정이 달라지자 갤러리아뿐 아니라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신세계 등도 명품브랜드 유치에 사활을 걸며 고급백화점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이렇게 되자 출발이 앞선 갤러리아는 명품백화점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된다. 최근 롯데가 에비뉴엘을 개장하는 등 경쟁 백화점들이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 느긋한 입장이다. 적어도 명품관을 15년간 운영한 노하우를 경쟁사가 하루아침에 따라올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그렇다고 남의 집 불구경하듯 가만히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명품관 이스트(EAST) 인근의 패션관을 리뉴얼을 통해 제2의 명품관 웨스트(WEST)로 재개관한 것도 맞불 성격이 강하다. 규모와 서비스 품질에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확고한 위상을 갖겠다는 속셈인 것이다.실제로 갤러리아 명품관의 영업면적은 이스트 5,118평, 웨스트 2,650평 등 총 7,768평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입점한 명품브랜드도 이스트 111개, 웨스트 28개 등 139개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페라가모, 구찌, 까르띠에, 불가리 등 세계적 명품브랜드가 총망라돼 있다. 더군다나 이들 브랜드 대다수가 한국에 진출하는 관문으로 갤러리아를 선택했다. 오일균 영업총괄팀장은 “갤러리아 명품관에 입점한 브랜드의 80%가 갤러리아를 통해 국내에 진출한 브랜드인데다 전체의 90%가 국내 점포 중에서 이익을 가장 많이 내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갤러리아 명품관의 경영전략은 한마디로 ‘최고를 지향하는 것’이다. 경쟁이 지금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가 고급화된 백화점만이 살아남는다는 공통된 인식을 하고 있는데다 명품소비층도 기존의 40~50대에서 20~30대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명품매장을 대형화하고 독립명품관이 늘어나는 등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명품관의 비주얼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물 자체를 차별화된 마케팅의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웨스트의 건물디자인은 점포이미지를 달리 가져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보게 한다. 건물 외관에 부착된 4,330개의 유리디스크 사이 홀로그래픽을 통해 낮에는 색채의 미묘한 변화를, 야간에는 LCD 조명을 통해 다이내믹한 변화가 드러나도록 했다. 명품백화점의 이미지가 건물 외관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내장식도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매장의 전체 이미지를 단순히 계절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 것이 아니라 시즌에 맞는 컬러와 테마를 통해 최고급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갤러리아는 규모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마케팅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서비스 중에는 갤러리아가 자랑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이스트의 발레파킹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발레파킹 서비스는 보통 고급호텔, 레스토랑 등에서 특정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해 온 서비스였다. 이를 내점하는 모든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이제까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별도의 VIP를 위한 매장인 ‘퍼스널 쇼퍼룸’도 백화점업계에서 갤러리아가 처음 도입한 서비스다.퍼스널 쇼퍼룸은 이스트 4층에 피팅룸과 화장실, 휴식공간으로 구성된 50평 규모의 쇼핑룸. 갤러리아 카드 사용자 중 90명과 오피니언리더 110명 등 200여명만이 이용할 수 있다. 퍼스널 쇼퍼룸을 방문한 고객은 주차장에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퍼스널 쇼퍼룸으로 직행할 수 있다. 퍼스널 쇼퍼가 고객의 취향과 스타일에 맞게 미리 준비한 상품을 2개의 피팅룸에서 쇼핑하게 된다. 다른 상품을 원할 경우 퍼스널 쇼퍼가 직접 매장에서 상품을 가져오기도 한다. 박명동 고객관리팀장은 “하루 평균 5개팀 정도가 룸을 이용하고 있다”며 “번잡한 매장 쇼핑을 싫어하는 고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VIP관리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가 적지 않다. 갤러리아의 VIP는 SVIP와 VIP로 나뉜다. SVIP는 1년간 구매금액이 3,500만원이 넘는 고객들이다. VIP는 연간 1,900만원 이상 물건을 구입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을 위한 고객관리시스템인 ‘G-Prestige Reward Program’을 가동 중이다. 일례로 마일리지가 3,000포인트(1만원 구매시 1포인트)를 넘는 고객에게 여행권, 건강검진권, 항공사 마일리지, 갤러리아 상품권 등을 증정한다. 올 들어 서비스로 제공되는 금액규모도 구매액 대비 3%에서 6~7%로 확대 조정했다.아울러 고급한복집, 미용실, 플라자 웨딩숍 등과 연계해 할인권을 제공하고, 명절 때는 고급 특산물을 전달하는 명절 감사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1년에 두 차례 국내 특급호텔에서 열리는 대형패션쇼에 초대한다. 음악회나 콘서트 초대장도 최소 1년에 1회 이상 보내고 있다. 초우량 고객의 생일, 결혼기념일 등에는 점장이나 팀장이 직접 방문해 와인, 케이크, 꽃다발 같은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갤러리아는 지난 1월부터 VIP고객을 대상으로 라는 명품잡지도 발간 중이다. 는 각종 제품과 쇼핑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패션, 뷰티와 홈인테리어 등 쇼핑 관련 부문을 중심으로 여행, 요리, 건강, 문화예술 등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구성된다. 광고는 명품업체에 한해 게재한다.갤러리아 명품관은 롯데 에비뉴엘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유일한 명품 전문 백화점이었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에비뉴엘의 등장으로 갤러리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갤러리아 관계자는 “(에비뉴엘의 영향이) 미미하다”고 잘라 말한다. 강남과 강북으로 상권이 전혀 다른데다 10여년 전부터 갤러리아 명품관을 이용해 온 단골고객들이 발길을 돌릴 리가 없다는 것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좋은 입지는 경쟁사들이 부러워하는 점이다. 명품관 주변 청담동과 압구정동은 강남의 명품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15년간 차곡차곡 쌓인 명품점 운영 노하우도 경쟁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이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명품관을 개관하는 신세계와 오너 가족이 일선에 나선 롯데와 현대 등 이른바 ‘빅3’ 백화점이 향후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아가 한편으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응전략 수립에 부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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