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투자, 돈 될까

‘부동산 투자의 글로벌라이제이션.’사회 전반이 세계화 흐름에 편입되듯 부동산 투자 시장도 세계화, 초국적화하는 시대다. 한국인 투자자들이 돈 되는 땅과 집을 찾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의 핵심은 단연 중국. 연 9%에 달하는 신화적인 경제성장에 세계 최고라 할 만한 개발 열기, 미래가치까지 더해 중국 부동산시장은 ‘황금의 땅’으로 떠올랐다.실제로 상하이시가 발표한 지난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25%선이다. 2002년 13%의 2배, 2001년 8%의 3배가 넘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안정대책을 이끌어낸 국내 아파트 값이 평균 13% 오른 것과 비교하면 그 상승세를 짐작할 만하다. 최근 여덟 차례의 중국 출장을 다녀온 송동원 부동산써브 부사장은 “상하이의 경우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평균 25% 상승했다는 것이지, 푸둥(浦東) 등 100% 상승한 지역도 적잖다”고 전했다.중국 부동산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2000년 이후부터다. IMF 위기 이후 인건비가 낮은 중국으로 국내 제조업 공장이 이전하고 대기업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되자 파견근로자들이 실거주용으로 주택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뒤따라 중국으로 간 각계 상인들이 이 흐름에 합세했다. 그러나 이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은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고 있었다. 외국인은 허용된 아파트나 사무실만 매입할 수 있고 그나마 70년 사용권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규제가 풀린 것은 2002년 하반기. 외국인도 중국 국민과 동일한 자격으로 부동산 매입을 허용하고 재산의 법적 소유 및 은행 대출 등에서도 동등하게 취급받게 됐다. 때마침 한국에서는 중국 조기유학 붐이 일어 대도시 주택시장이 한국인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규제가 풀리고 수요가 늘어나니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 여기에 가공할 만한 수준의 경제 성장이 더해져 지난해부터 중국은 거대한 부동산 투자 시장으로 변모한 것이다.특이한 점은 지난해 가을 이후 주춤했던 중국 부동산 투자 열기가 설 이후 부쩍 뜨거워졌다는 것. “새해 들어 부동산시장이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여윳돈들이 중국으로 향하는 것 같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중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부동산 컨설팅사와 투자자문사 등이 내놓는 중국 부동산시장 답사 프로그램에 신청자가 늘고 중국 부동산시장을 공부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인터넷 포럼, 블로그가 크게 늘었다. 2월24일부터 4박5일 일정의 베이징, 상하이 연수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부동산114 교육팀 관계자는 “세 차례의 연수 프로그램을 주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중국 부동산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적잖다. 부동산랜드가 지난해 상하이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부동산뱅크, 부동산써브도 상하이와 베이징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3월 중으로 부동산써브 상하이점을 오픈할 계획인 정우섭씨(전 건영 주재원)는 “한국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상하이에만 한국인 대상 중개업소가 50여군데로 늘었다”고 밝히고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한국인간의 거래만 반복해 제 살 깎아먹기식 영업 행태를 보이는 곳도 많아 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동산써브는 상하이점을 기반으로 중국에서 체인사업을 펴는 한편 국내 투자자를 위한 시세ㆍ매물정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그러나 열풍 뒤에는 부작용이 존재하는 법. 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했지만 상투를 잡는 바람에 낭패를 보고 있다는 투자자, 조선족 명의를 빌려 상가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람 등 이미 중국 부동산에 손발이 묶인 이도 적잖다. 8년 전 베이징에 건너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양재완 패시픽 사장은 “중국 부동산시장을 우습게 아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개인투자자는 물론 대형 건설업체, 개발업체도 사회주의 중국의 시장 특성을 모르고 덤비면 실패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중국을 포함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함정은 또 있다. 한국인 투자자가 몰리는 곳은 한국인만의 시장이 형성돼 오히려 국내보다 더 좁은 ‘우물 안 투자’가 될 소지가 크다. 이미 중국 상하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지는 한국인간의 거래를 통해 가격을 높이는 기현상이 나타난 지 오래다.국내 관련 법규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각국의 부동산시장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하더라도 국내 외환거래법과 현지의 제도가 맞아떨어져야 투자가 가능하다. 현행 외환거래법은 개인이 해외 주택구입을 위해 송금할 수 있는 돈을 30만달러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그나마 2년 이상 현지 체류 목적이어야 하며, 법인의 경우도 현지 영업에 필요한 부동산으로 범위가 정해져 있다. 또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고 국세청에 송금내역이 통보되는 체계이다.이 때문에 해외 부동산 투자는 외환거래법 테두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금액 제한이 없는 유학 자금이나 해외여행 경비로 자금을 반출해 부동산에 투자를 하거나 기업의 외국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지는 형태다.이에 대해 이희원 한국은행 외환심사팀 과장은 “단 한 번도 외환거래법 조건에 합당한 신고 수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히고 “최근 중국 부동산 투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금감원에서 투자자금 반출 경로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행 외환거래법은 오는 2006년 GDP 수준 등을 감안, 전면 자유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예정이다.돋보기 | 간접 투자는 어떨까?일본 골프장 투자 ‘눈에 띄네’경험과 자금이 넉넉잖은 개인투자자에게 해외 부동산 투자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개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완전히 자유화되지 않은 상태라 불안감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까지 겸하는 방법은 간접투자상품을 이용하는 것. 대표적으로 일본 골프장에 투자하는 상품과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상품이 꼽힌다.프론티어M&A가 추진 중인 일본 골프장 투자상품은 줄잡아 4,0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일본의 저평가된 골프장을 인수해 네트워크화하고 공동 운영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성보경 회장은 “장기 경기침체로 부도가 난 골프장을 인수하는 과정에 일반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놓았다”고 밝히고 “일본의 뛰어난 설비 인프라, 실질가치에 비해 크게 저렴한 인수가격 등 내재가치가 뛰어난 프로젝트인 만큼 높은 투자수익률을 예상한다”고 밝혔다.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검증된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곧 선을 보인다. 저스트알이 추진하고 삼성증권과 마이다스에셋이 참여할 예정인 이 펀드는 2,000만달러 규모의 국내 자금을 모아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하는 상품. 김우희 저스트알 상무는 “이미 실적이 입증된 부동산펀드에 간접투자하면 직접투자의 위험성을 줄이면서도 안정성과 고수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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