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 + 현지화’로 승부

중국 지주회사 등 해외법인 확대 가속페달, 화학도 해외매출 크게 늘 듯

LG는 이미 글로벌 기업이다. 미국, 중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LG의 제품이 날개 달린 듯 팔리고 LG의 브랜드는 현지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해외 현지의 언론들이 앞다퉈 LG의 약진을 보도할 정도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할 LG가 아니다. ‘일등 LG’라는 목표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세계 최정상을 향한 LG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LG전자, LG필립스LCD,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들은 현지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LG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과감한 선행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움켜쥐겠다는 전략이다.LG전자, CES 혁신상 ‘싹쓸이’글로벌 경영의 선두는 역시 LG전자다. 올해 경영목표인 ‘전자정보통신분야 세계 5위’를 달성하기 위해 전방위적 글로벌 전략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기존 중국의 1지주회사와 북미 유럽의 총괄 외에 브라질, CIS,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5곳에 지역대표체제를 추가하는 등 대폭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글로벌 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북미지역은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을 디지털TV의 전진기지로 삼아 PDP-TV, LCD-TV 등 첨단 디지털TV의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차세대 휴대전화 단말기로 떠오른 3G폰, 메가픽셀폰을 비롯해 드럼세탁기, 양문형 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 이 제품군의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려 ‘첨단 브랜드 LG’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지난 1월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인 ‘2005 CES’에서 16개의 혁신상을 수상한 것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전자의 북미지역총괄 안명규 사장은 “업계 최다인 16개 제품 혁신상 수상은 LG전자의 첨단기술력과 디자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증거”라며 “북미지역에서 LG브랜드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1995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고 생산, 마케팅, 인재, 연구개발 등 4대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LG의 브랜드를 확고하게 심겠다는 것. 이를 위해 LG전자는 디지털TV, 3G폰, 메가픽셀폰 등 중국형 프리미엄 제품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올해 이 지역 매출목표는 지난해에 비해 50% 증가한 150억달러다.유럽지역은 3G폰에 대한 시장지배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700만대였던 지난해 판매실적을 올해는 2배 향상시킨다는 각오다. 또 폴란드 TV공장에 PDP-TV 라인을 확대하고 전략 거래선과 유통망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지역대표체제로 편입된 브라질, 중남미 등 5개 지역에서도 첨단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IT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백색가전부문의 글로벌 경쟁력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이 1.8% 증가한 데 비해 수출은 프리미엄 제품의 호조로 14.4%나 늘어났을 정도다. 특히 트럼세탁기는 CIS와 북미시장에서 42%, 디오스 냉장고는 북미와 유럽에서 전년 대비 32%나 성장했다.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주요 대륙에 LG전자의 백색가전 생산기지가 없는 곳은 러시아와 동유럽 두 곳뿐”이라며 “이 지역에 2~3년 내 백색가전 생산기지를 건설해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 계획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기술수출을 통한 매출확대도 기대된다. LG전자가 개발한 차세대 디지털TV 전송기술인 EVSB(Enhanced Vestigial Side Band)가 지난해 미국 표준으로 채택됨에 따라 2020년까지 미국식 디지털TV를 생산하는 전세계 가전업체로부터 특허 로열티를 받게 된 것이다. LG전자는 EVSB 특허 로열티를 통해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LG필립스LCD, ‘질과 양 모두 세계 1위’ 기염LG그룹의 또 다른 주력 사업군인 화학부문의 간판기업인 LG화학도 글로벌 경영의 속도를 배가하고 있다. 지난해 34억달러 수준이었던 해외사업 매출을 올해는 45억달러로 약 57% 가량 높일 각오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46%에서 올해 51%를 거쳐 2008년에 5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이를 위해 LG화학은 최근 노기호 사장을 비롯해 해외법인장, 지사장 등 해외시장 관련 임직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5년도 해외사업 전략회의’를 가졌다. 주요시장에 대한 현지화 강화와 신흥시장에 대한 수출다변화가 이 자리에서 나온 결론이었다.최대 전략지역인 중국에서는 올해 초 지주회사를 출범시켰다. 8개의 현지 생산법인과 2개의 판매법인, 3개의 지사의 통합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해 2008년에 중국 내 톱5 화학회사에 올라선다는 각오다. 폴리염화비닐(PVC)과 아크릴로 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 등 1등 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료기지 설립과 정보전자소재, 산업재 등 신규사업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미국시장에서는 ABS,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등 고기능 석유화학제품과 광고안전재 등 고부가 산업재 제품과 2차전지에 역량을 모을 방침이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전략도 추진한다. 인조대리석 생산법인을 발족하고 기존 판매법인인 LGCAI의 조직을 확대해 지리적으로 남미시장 개척도 병행할 계획이다.중국이나 유럽에 비해 비중이 낮았던 유럽과 러시아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지사와 인조대리석 유럽판매법인을 통합해 ‘유럽지역 총괄 판매법인’을 창설하고 터키와 러시아에도 현지법인을 발족했다.유럽시장에서는 2차전지ㆍPDP필터 등 정보전자소재를, 러시아에서는 창호재ㆍ광고안전재 등 산업재 제품 판매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진출 2년 만인 2006년에 매출 1억달러를 달성하고 인도와 브라질시장에서는 글로벌 휴대전화업체의 진출에 발맞춰 2차전지의 사회기회를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세계 LCD 시장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LG필립스LCD는 올해를 ‘질과 양 모두에서 확실한 1등을 달성하는 해’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해가 최고수준의 품질을 확보해 고부가가치의 하이엔드분야의 우위를 점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양적인 면에서 시장지배력을 견고하게 쌓아올리는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다.종합 IT서비스업체인 LGCNS도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공공기관의 대형 정보화사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은 해외에 진출한 LG그룹의 자매사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국내 정보화 사례를 수출해 총매출의 1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둘 계획이다. 현재 LGCNS는 중국, 미주, 인도, 유럽,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6개의 단독 현지법인과 3개의 합작법인, 3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해외기업과의 합작도 LG의 중요한 글로벌 경영전략이다. LG는 최근 캐나다의 통신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1개의 해외기업 합작사를 보유하게 됐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 사업관점에서 한국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이 합작 파트너로 LG를 가장 먼저 고려하고 있다”며 “수십년간 지속된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의 동업을 비롯해 현재까지 여러 합작사들과 오랜 기간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실제로 LG필립스LCD, LG히다찌, LG다우폴리카보네이트, LGMMA, 오티스LG 등 대부분의 합작사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99년 네덜란드의 필립스사와 LG전자가 50대50으로 합작한 LG필립스LCD는 합작 당해 6,17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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