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신운용사 국내 진출 가속화

시장점유율 2년새 두배 이상 증가

외국계 투신운용사의 한국시장 잠식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12월9일 기준 외국계 투신운용사의 수탁액은 24조3,000억원. 올해 초 18조원에 비해 6조원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신사의 수탁액이 150조원에서 125조원으로 25조원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이에 따라 전체 시장에서 외국계 투신운용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8%. 올해 초 10.8%에 비해 5.78%포인트 늘었다. 2001년 말 7.5%에 불과하던 점유율이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최근 푸르덴셜에 인수된 현투증권까지 외국계로 포함시키면 외국계 투신운용사의 시장점유율은 26%가 넘는다. 여기에 푸르덴셜이 인수를 공언한 제일투자증권과 내년 상반기 매각을 목표로 정부가 인수대상 업체를 물색 중인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마저 모두 외국인에 넘어간다면 외국계의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지난 9월에는 초대형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금융감독원에 운용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신청을 한 것을 비롯, 소매금융의 강자인 메릴린치도 국내 자산운용시장에 진출을 공식선언했다.현재 국내 투신업계에서 외국계로 분류되는 운용사는 모두 12개. 대부분 국내 투신사를 인수하거나 국내사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진출했다. 지난 97년 프랭클린템플턴이 옛 쌍용증권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국내에 진출한 것을 필두로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외환투신의 지분 45%를 인수해 외환코메르쯔투신을 설립했고, 모건스탠리는 옛 국은투신의 증자에 참여해 설립한 랜드마크투신운용의 지분 83%를 차지했다.국내시장 잠재력 높이 평가국내 자본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증권을 통한 간접투자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한 직접투자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국내 간접투자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식시장 폭락, 불투명한 기업회계, 카드채 유동성 위기 등도 투자자들을 간접투자시장에서 멀어지게 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 활황으로 한때 250조원에 달하던 투신권 수탁액은 현재 150조원대로 줄었다.42개나 되는 투신운용사도 과당경쟁으로 인해 영업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외국계 운용사가 속속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국내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증권연구원 고광수 연구위원은 “이미 포화상태인 선진국 자본시장에 비하면 국내 간접투자시장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며 “이는 곧 외국인들을 유인하는 성장잠재력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계 운용사들은 연기금 운용 등 중장기펀드 운영에 탁월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기업연금 도입 등으로 연기금 투자가 활성화되면 1년 미만의 단기펀드 운용에 치중하고 있는 대부분 국내 업체들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원는 “중소형 투신사는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 등을 통한 대형화를 서두르는 한편 차별화 전략을 통한 고유의 상품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