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접고 ‘두부’인생 스타트

경기도 부천시와 서울 목동의 경계지역에 자리잡은 토담두부 부천시 작동점. 산과 들이 에워싸고 있어 토속음식점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다. 하지만 규모는 만만찮다. 대지 800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대형 음식점인 것. 얼른 보기에도 장사로 잔뼈가 굵은 ‘프로’가 아니면 운영하기 힘들겠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개업한 이곳의 주인은 평생 장사 근처에는 가본 적이 없다는 ‘초보’장사꾼 최영태 사장(45)이다.최사장은 대학의 건축과를 졸업한 후 24년간 건축설계와 감리를 해 온 베테랑 건축인이었다. 대구지하철, 고속철도 호남선, 원주시의 아파트 단지 등 그가 감리한 대규모 공사만도 숱하다. 인생의 8할이 건축으로 다져진 그가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염원 때문이었다.“직업상 공사현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한번 현장에 내려가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간 집에 오지 못했어요. 결혼 후 10년이 넘는 세월을 줄곧 주말부부로 산 셈이지요. 아이들이 클수록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그리워지더군요.”막연히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업종과 창업시기는 정해 놓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3월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불현듯 들어 사직서를 던졌다. 최사장의 결정에 가족들의 만류가 이어졌다. 하지만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모두 원하고 있어 반대는 오래가지 않았고 최사장은 ‘떠돌이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최사장의 좌충우돌 창업기가 시작된다.업종은 외식업으로 정하고 프랜차이즈 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문 컨설팅 업체에 문의하기도 하고 동료들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샤브샤브전문점, 오리음식전문점, 참치전문점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 가운데 최사장은 컨설턴트가 추천한 샤브샤브전문점을 내기로 결심하고 점포 계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계약을 포기했다. 점포 앞에 지하도가 생길 예정이어서 점포가 가려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른 점포를 찾던 중 최사장은 두부전문점을 알게 됐다. 한 부동산중개사가 “샤브샤브보다 두부가 대중적이고 유행을 덜 타지 않느냐”며 주변의 한 두부전문점을 소개한 것. 그가 소개한 집은 그야말로 성업 중이었다. 그날 당장 최사장은 인터넷을 통해 두부전문점 프랜차이즈를 검색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토담두부 본사를 찾았다. 그리고 다음날 지점 계약을 맺었다.문제는 창업비용이었다. 최사장의 당초 계획은 1억5,000만원 정도였는데 본사가 소개한 곳에서 개업하려면 두 배 이상의 돈이 필요했다. 점포보증금이 1억원, 권리금은 5,000만원이었으니 최사장이 생각한 돈으로는 점포 임대밖에 할 수 없었다.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았으며 창업자금을 융자받고 타던 승용차를 팔아 어렵사리 돈을 마련했다.여기까지 보면 최사장은 실패하는 창업의 전형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 경험은 없었고 창업비용은 부담스러웠고 본사 선택에 신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최사장이 개업 후 5개월 만에 월 매출 3,000만원을 올리는 성공창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첫손으로 꼽는 것은 최사장의 부지런함이다. 최사장은 인테리어 공사부터 요리, 서비스, 재료 선택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챙겼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이지만 그러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는 제 전공을 한껏 살릴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음식 만들기에서는 실수 연발이었어요. 이제야 겨우 제대로 맛을 내고 있는 수준이지요.”최사장은 주 메뉴인 두부를 직접 만든다. 콩을 사는 것부터 불리고, 찌고, 짜고, 간수를 섞어 누르는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하고 있다. 요리사를 따로 두더라도 자기가 파는 음식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건설감리현장에서 몸에 밴 꼼꼼함과 성실함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최사장은 “‘음식 장사로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물어보면 친절, 청결, 정성들인 음식 등 누구나 마음속에 떠올리는 요소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정답을 얼마나 꾸준히 실천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사장은 창업 이래 새벽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고 있다. 그사이에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다.매출은 폭발적이지는 않아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창업 당시에 비해 20% 정도 올랐고 지금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홍보라고는 전단지 3,000장 뿌린 게 전부였지만 ‘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며 단골도 많이 늘었다.“처음 장사하는 것치고는 아직까지 순항하고 있지만 본궤도에 오르려면 한참 멀었어요. 지하층의 홀을 그냥 놀리고 있으니까요. 현재 하루 매출이 평일 100만원 정도인데 이를 150만~200만원으로 끌어올리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사실 창업한 후 최사장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 워낙 일이 늦게 끝나는데다 잠도 집에서 자지 않기 때문이다. 점포를 지키기 위해 2층의 방에서 혼자 밤을 보내고 있는 것.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그나마 주말만은 아이들과 지낼 수 있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된 셈이다.“창업 초기에는 어느 정도 자기희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생활이 없어지는 것도 그중 하나지요. 아이들이 많이 투정하지만 조금만 더 참으라고 달래고 있습니다.”최사장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인력관리’다. ‘내사람’이라 믿고 아무리 잘해줘도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특히 개업한 지 얼마 안돼 종업원 3명이 사전 통보도 없이 같은날 그만둔 일은 지금 돌이켜봐도 아찔하다고 한다. 이 일 이후 최사장은 “인력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서투르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고생은 되지만 창업하기를 잘했다고 최사장은 말한다. 주위의 누군가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도와줄 생각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둘째 치고 ‘자기일을 통한 자기만족’을 한 번쯤은 느끼며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날씨가 따뜻해지면 손님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우리 가게는 뜰이 넓어서 봄이 되면 운치가 좋습니다. 그때는 지하층에도 손님을 받아야 할 거예요.”최영태 사장의 Success Key●주력 메뉴는 주인 스스로 챙겨라. 자기가 파는 물건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손님에게 더 줄 것이 없는지 늘 고민해야 한다.●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이템을 찾아라.●종업원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
상단 바로가기